정철화 박사의 경영서신(14)

나는 어릴 때부터 미루기를 좋아하는 환자였다. 숙제도 미루고 미루다가 숙제를 하지 못해 선생님에게 혼나는 단골이었으며 시험 준비도 미루고 미루다가 대부분 벼락치기로 하루 전에 밤을 세우면서 준비했지만 반에서 항상 5등 안에 들다 보니 미루는 것을 자랑하듯이 즐기고 있었다.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서야 대학은 미루어서 가는 곳이 아니라고 반성하며 나쁜 습관을 고치기 위해 도서관에서 “미루는 습관 고치는 법"이라는 책을 빌렸지만 읽기를 미루고 미루다가 결국 반납 기한을 넘기어서 벌금 낸 적이 있었다. 나와 같이 미루기를 좋아하는 환자들을 만나보면 사소한 일들은 미루지 않고 계획을 세워서 잘 해 내지만 꼭 해야 하는 중요한 일을 미룬다는 것이다.  가장 무서운 적이 바깥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머리 속에서 살면서 중요한 일만 골라서 미루도록 하여서 결국은  데드라인에서 절규하는 스릴을 즐기게 하는 것이다.
프랑스의 작가 빅토르 위고는 빵 한 조각을 훔친 죄로 19년의 감옥살이를 한 주인공 장발장의 심리를 잘 그린 “레미제라블" 이라는 제목의 소설을 쓸 때 글을 쓰다 말고 외출하는 일이 없도록  하기 위해 글을 쓸 때에는 거지와 같은 옷으로 갈아 입었다고 한다. 미루는 습관을 없애기 위한 방법이었다.

미루기 환자의 유형은 4가지로 구분할 수 있다.
첫째, 결과에 대한 두려움으로 NATO (No Action Thinking)만하고 행동하지 못하는 미루기 환자이다. 일에는 반드시 결과가 따라오게 되는데 그 결과가 두려워서 생각만 하고 시도를 하지 않으므로 자연스럽게 일이 미루어지는 경우이다. 현재의 익숙한 직위와 업무에만 집착하고 이대로가 좋다고 위로하며 새로운 업무를 미루는 것이다. 결국은 일의 수행에 대한 자신감이 없어서 나타나는 현상이므로 해당하는 일에 대한 스킬을 쌓아서 행동하는 두려움을 없애 주어야 한다.
둘째, 데드라인에 서서 일을 해내 짜릿한 성취감을 맛보기 위한 미루기 환자이다. 마지막 순간에 투혼을 발휘하여 일을 해내므로 극대화된 성취감을 맛 보려는 것이 습관화되어 있는 사람이다. 그러나 최후 마감 순간에 받는 스트레스도 크므로 좋은 결과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경우이다. 계획을 작은 단위로 세워서 계속 데드라인에서 일하게 하여 성취감을 자주 느끼게 해주면 된다.
셋째, 정보나 기술의 선택과 판단력의  부족으로 결정을 미루는 환자이다. 가지고 있는 자료나 정보에 대한 의심 때문에 선택이나 판단을 미루므로 좀처럼 결정을 내리지  못해서 미루어 지는 경우이다. 자신이 모르면 잘 아는 주위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간단하게 결정할 수 있으므로 자존심을 버리고 물어보는 습관을 키워야 한다. 
넷째, 일의 우선 순위를 정하지 않고 너무 완벽하게 처리하려다 보니 시작을 아예 못하는 미루기 환자이다. 먼저 일의 중요도와 긴급도에 따라  일의 우선 순위를 잡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전부 완벽하게 처리하려면  우리 두뇌는 ‘무리한 일’이니 하지 말라고 지시하지만 우선 순위가 정해지면 순서에 따라 해결하도록 길을 열어주므로 두뇌가 방해꾼이 되지 않는다. 

책을 쓸 때에도 기발한 것을 쓰려고 종일 고민만 한 적이 많았는데 첫 문장이 책의 첫 페이지가 되어야 한다는 고집을 버리고 자기 자신을 믿고 첫발을 내딛는 행동력이 필요하다. 그리고 목차를 먼저 정하고 관심 있는 목차부터  골라서 집필해 가면 한 권의 책으로 완성이 쉬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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