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어디가 불편하세요?”.  미국 의사가 한국 할머니 환자에게 물었다. 할머니 왈 “옆구리가 쿡쿡 쑤시고, 엉치는 우리이 하고, 무릎은 시큰시큰 하고, 발가락은 쩌릿쩌릿 하다우”.  통역을 맡은 유학생이 그만 말문이 막히고 말았다. 통역을 못 하겠더란다.

우리나라 말은 형용사가 많기로 세계에 으뜸이다. 그래서 ‘아프다’는 표현에도 우리나라 말로는 너무나 다양하다. 어딘가가 아프다는 표현 중에 가장 한국적인 것이 또 하나 있다. “삐끗했는데 결린다”는 것이다. “아침에 자고 일어난 직후 왠지 목이 뻣뻣하고 아프다” 라던가, “세수하고 있는데 느닷없이 목 뒤가 뜨끔 하더니 고개를 돌릴 수가 없다” 라던가, “샤워를 하려고 물을 틀었는데 갑자기 찬물이 나와서 얼떨결에 물을 피하다가 등 뒤가 뜨끔하더니 결리기 시작하더라” 하는 식으로 증상이 시작되는 것이다. 

흔히 목뒤가 뻣뻣하고 아프지만 어떤 때는 등 뒤 날개 뼈 사이에 근육이 몹시 아파서, 늘 고개를 삐딱하게 길게 빼고 있어야 하는가 하면, 뒤로 돌아볼 때는 목을 돌릴 수가 없어서 천천히 몸 전체를 돌려야 하고, 잠자리에 들어 누워서도 머리를 들거나 움직일 때 마다 너무 아파서 소리를 지르며 신음을 내게 된다는 것이다.  심한 경우에는 잠자리에서 일어날 때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 들어 올려야 된다는 사람도 있다. 
이렇게 삐끗하고 여기저기 결리고 쑤시고 하는 통증에 대하여 1970 년대에 미국의 트라벨 박사와 시몬즈 박사가 그 정체를 밝히고 그 이론을 정립하였다. 이름하여 근막통 증후군(Myofascial Pain Syndrome)이라 하였다.

근막통 증후군에는 다른 통증에서는 볼 수 없는 고유한 특성을 지니고 있다. 
첫째로, 통증의 근원지라고 생각할 수 있는 유발점(Trigger Point)이 있다는 점과, 이 유발점에서 멀리 떨어진 부위에까지 뻗쳐 나가는 전위통(Referred Pain)이 있다는 점을 들 수 있다.  다시 말해서 유발점은 기본 통증의 본부이고 전위통은 지방으로 파견 나간 이차적 통증이라 할 수 있다는 뜻이다. 
둘째로, 유발점을 치료하면 이 점의 통증만 없어지는 게 아니라 멀리 떨어져 있는 전위통까지도 동시에 없어진다는 사실이다. 허리 주위의 유발점을 치료하면 엉덩이와 다리의 통증도 치료되고, 어깨 위의 유발점을 치료하면 팔과 손의 통증도 없어지며, 귀 언저리의 유발점을 치료하면 머리와 얼굴의 통증도 없어지는 것이 그 좋은 예이다.
셋째로, 태어날 때부터 거의 모든 근육에는 유발점을 지니고 있으며, 정상적이고 건강할 때는 이 유발점이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비활성 상태로 지나게 되지만, 만일 이 비활성 유발점이 무슨 계기로 일단 활성화되면 유발점에 심한 통증을 느끼게 된다.
넷째로, 근막통 증후군의 경우에는 각종 검사에 아무런 이상소견이 발견되지 않는다. 혈액검사를 해도 정상으로 나오고, 엑스레이를 찍어도 정상으로 나오고, 엠알아이(MRI) 같은 정밀검사를 해도 다 정상으로 나온다. 근막통 증후군을 진단하는데 가장 좋은 방법은 전문의가 직접 손으로 만져보고 알아내는 촉진법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다섯째로, 근막통 증후군의 치료방법으로는 스트레칭 요법, 압박 요법, 주사 요법 등이 있다. 아픈 근육을 마사지하며 잡아당겨 늘이는 방법을 스트레칭(stretching)이라 한다.  아픈 부위를 손가락으로 꽉 눌러 주는 치료법을 서양의학에서는 허혈성 압박(Ischemic Compression)이라고 부르며 동양의학에서는 지압술이라 한다.  

이 아픈 부분 즉 유발점에 주사를 놔 주는 것이 매우 효과적이다. 국소 마취제를 주사해도 효험이 있고, 이 점에 생리적 식염수를 주사해 주어도 효험이 있다. 그런데 특별히 재미있는 현상은 바로 이 아픈 점에 아무런 약도 주사하지 않고 그냥 주사바늘만 꽂았다 빼어 주어도 치료효과가 생긴다는 사실이다. 아무런 약도 집어넣지 않는 주사법이라 해서 이것을 건침법(Dry Needling)이라 부른다. 그냥 바늘만 찔렀다 빼는 테크닉은 동양의 침술과 똑같다는 점이 너무나 흥미롭다. 이 근막통 증후군이야말로 동양의학과 서양의학이 우연히 만난 동서의학  접목의 장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근막통 증후군은 누구에게나 또 언제나 생길 수 있기 때문에 치료와 예방을 위해서 모든 사람이 알고 있어야 할 상식이 있다.
① 근육의 지속적인 불균형을 피해야 한다.  우리 몸의 거의 대부분의 근육은 대칭적으로 분포되어 있기 때문에 가능한 한 좌우 양측 근육이 늘 균형을 맞추고 있는 자세를 취하도록 하는 것이 좋다.
② 근육의 지속적인 긴장을 피해야 한다. 똑같은 자세를 너무 오래 취하고 있으면 근육조직이 피로를 느끼게 되고 피로한 근육은 유발점을 활성화시키기 쉽다.  
③ 잊지 말고 매일 운동을 해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운동은 보건체조 같은 그냥 팔다리를 흔드는 이름 없는 운동을 말하는 것이다. 우리 몸에 붙어 있는 모든 근육을 다 움직여 준다는 기분으로 전신을 구석구석 늘려(stretching)주면 되는 것이다.  자주 할수록 더 좋지만 적어도 하루에 한 번 정도는 반드시 하는 버릇이 몸에 배어야 한다.

운동을 거르지 말아야 몸이 결리지 않는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