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용실의 정신건강 - 자살 심리

 

지구상에서 매년 자살로 생을 마감하는 이는 80만 명 이상입니다. 매 40초마다 한명씩 사망하는 끔찍한 숫자입니다. 대한민국의 자살률은 2000년 초반 이후  2016년도까지  OECD국가 중 1위입니다. 인구 10만 명 당 자살자는 2017년도에 24.3명이었습니다. 1년에 12,463명이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한 것입니다. 하지만 자살에 따른 사망자는 전체 자살문제 중 빙산의 일각에 불과합니다. 자살을 시도하는 이는 매년 15~30만 명이나 되고 자살을 계획하는 이는 200만 명,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50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되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볼 때 자살은 더 이상 개인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사회국가적으로 깊은 관심을 갖고 불행의 고리를 끊어내고자 지혜를 모아야 할 ‘우리’의 문제입니다.
2017년 보건복지부에서 나온 ‘심리부검’자료의 분석결과는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심리부검이란 자살자가 생전에 남긴 글이나 유가족 및 지인과의 면담 자료를 수집해, 자살에 이르기까지의 행적과 심리 상태를 파악하는 작업을 말합니다. 

심리부검
이에 따르면 심리부검 대상자(290명)의 92.0%는 자살 전에 경고신호를 보냈으나 유가족의 75.5%는 이를 사전에 인지하지 못했습니다. 가족이 인지를 한 경우에도 어떻게 도와주어야 할지 몰라 적절하게 대처한 사례는 많지 않았습니다. 
자살자들은 언어와 행동, 정서적인 변화를 통해 경고신호를 보냅니다. “나는 먼저 갈테니 건강히 잘 지내.”처럼 죽음에 관해 직접적인 언급을 하거나 “허리가 아프다.”와 같이 신체적인  불편함을 호소합니다. 편지나 일기장에 죽음과 관련한 내용이 나타나거나 갑자기 주변 사망자에 대한 언급 및 그리움을 표현하는 것도 경고신호의 하나입니다.
잠을 잘 못 자는 등 수면상태가 달라지고 식욕 및 체중에도 변화를 보입니다. 외모관리에 무관심해지고 사망 전날 가족과 특별한 시간을 보내려 하는 등 평소와 다른 행동을 합니다. 가족 및 지인에게 평소 하지 않던 고마움과 미안함을 표현하고, 인지기능이 저하되어 집중력이 떨어지며 업무처리에 실수도 많아지게 됩니다.
또한 갑작스럽게 눈물을 보이거나 웃지 않고 말이 없어지는 모습을 보입니다. 무기력과 대인기피, 흥미상실로 인해 외출을 줄이고 집에서만 지내는 것도 경각심을 갖고 더 각별한 관심을 가져야만 하는 경고신호입니다.

우울증과 알코올 남용
자살과 깊은 관계를 갖는 요인 중 대표적인 건강문제 몇 가지를 꼽아보면 우울증, 알코올 남용, 조현병, 불안장애, 신체질환을 들 수 있습니다. 
먼저 우울증의 경우를 살펴보면 일반인은 21.7%가 자살을 생각하지만 자살을 시도하는 건 2%에 불과합니다. 이에 비해 중증 우울증을 가진 사람은 63.2%가 자살을 생각하고 이중 20.2%가 자살을 시도합니다. 주요 우울 장애 진단을 받은 사람의 2~15%는 자살로 생을 마감합니다. 일반인에 비해 자살 위험성이 13~26배나 높다는 사실은 우울증이 가진 심각성을 엄중히 새겨야 할 이유입니다.
우울하고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을 상담할 때는 상황의 긴박함에 대해 상담가가 충분한 관심을 보이고 적절하게 반응하는 자체가 치료에 큰 도움이 됩니다. 또한 그런 사람이 침묵을 지킬 때 상담가도 침묵하면 그것을 일종의 무관심이나 불만, 좌절로 받아들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먼저 “지금 어떤 생각을 하셨나요?”와 같은 질문을 던지는 것이 필요합니다.
알코올의 남용이 자살로 이어지는 사례는 주변에서 흔히 발견됩니다. 게다가 알코올과 우울증이 결합되면 이 위험도는 더 폭발적으로 증가하기에 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할 대목입니다.
과거에 정신분열증이라 불리던 조현병은 환자의 6~15%가 자살로 사망한다는 통계가 있으며, 불안장애는 자살위험을 6~10배 정도 증가시킵니다. 이 모두가 극단적인 선택으로 내몰리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심을 기울여야 할 대상입니다.  
자살 예방을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것은 그 사람을 지켜줄 만한 사람을 찾아 사회적으로 연결해 주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해와 애정을 담뿍 담아 이렇게 말해주세요. “그렇구나, 많이 힘들었구나.”
자살하려 했던 사람들은 시간이 지나서야 말합니다. ‘그건 죽고 싶은 게 아니라 살고 싶은 것이었다’고.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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