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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가치에 감사가 결합하면?모두가 행복해요
  • 김서정 기자
  • 승인 2019.07.30 11:18
  • 호수 2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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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 최태원 회장이 주관해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에서 사회를 보고 있는 한양대 김종걸 교수. 대기업 회장과 대학 교수가 ‘사회적 가치’ 추구에서 접점을 찾았기에 이 모습이 가능했다.

경제적 가치를 넘어야
“정치적 편견 때문에 불매 운동이 이뤄진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래 지속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다. 조만간 정상적인 상태로 돌아가게 될 것이다. 한국 국민들은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다시 사고 싶어 할 것으로 믿는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한국에 가한 경제보복에 맞서 자발적으로 일어나고 있는 일본 제품 불매운동을 두고 일본 경제인 단체인 ‘경제동우회’가 자신들 홈페이지에 올린 내용입니다. 
여기서 우리는 무슨 생각을 할 수 있을까요? 아베 정부의 그릇된 영향력 확대 욕망이나 민감한 한일 문제를 잠시 떠나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의 제품을 다시 사고 싶어 한다’는 것에 시선을 두려고 합니다. 즉 자본주의 경제체제에서 소비의 기준은 국가를 떠나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이라는 것, 그리고 모든 기업의 존립 이유는 사회적 가치가 등장하기 전까지 이 목적에 부합하는 제품 생산에 있었습니다.
그렇다면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은 어떤 목적에서 완성되는 걸까요? 경제적 가치의 극대화에서 나옵니다. 인류의 터전인 지구의 지속 가능성, 공동체 구성원들의 균등한 발전, 회사 조직원들의 행복감을 염두에 둔 제품 생산이 아니라 오로지 많이 팔리는 것만을 목적으로 하는 좁은 시야의 기업 활동입니다. 왜 좁은 시야라는 수식어를 붙였을까요? 경제적 가치 추구만으로 이루어지는 기업 활동이 실제로 우리 사회에 많은 문제를 불거지게 했기 때문입니다. 그 대표적인 게 양극화 현상입니다.
이제 우리는 직시하고 있습니다. 경제적 가치, 즉 돈, 돈, 돈 하는 이 사회가 결코 우리들을 행복하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요.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패러다임의 전환을 적극 수용해야 한다는 것을요. 그런 면에서 전 지구적이고 역사적이고 문화적인 여러 복합 요소를 고려하지 않은 일본 경제인들의 경제적 가치에 방점을 둔 발언은 지탄받아 마땅합니다.

기업 변화의 중심 SK
사회적 가치에 주목하고 있는 감사나눔신문은 지난 5월 28일 서울 그랜드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Social Value Connect 2019·SOVAC)’의 패널토론 사회를 맡았던 한양대 국제학부 김종걸 교수를 지난 7월 17일 오후에 그의 연구실로 찾아갔습니다. 김종걸 교수는 강원도 춘천에서 태어나 연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게이오대학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취득했습니다. 일본 장은총합연구소에서 연구원으로 2년간 근무 후 귀국하여 1997년부터 한양대학교 국제대학원 교수로 재직 중인데, 사회적 가치와 사회적 기업에 깊은 관심을 두고 연구 및 강연 활동을 활발히 하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제갈정웅 : SK그룹은 지난 6월 25일 경기 이천시 SKMS연구소에서 최태원 회장을 비롯해 주요 관계사 최고경영자(CEO) 등 8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2019 확대경영회의’를 열었습니다. 최 회장은 마무리 발언을 통해 “SK가 건강한 공동체로 기능하면서 동시에 행복을 더 키워나갈 방법의 척도는 사회적 가치입니다. 고객, 주주, 협력업체, 사회 등으로 SK 구성원을 확대해 행복을 키워나가야 합니다”라고 말했습니다. 이는 행복지도를 어떻게 그려나갈 것인가에 대한 실천 방법입니다. 기업에서 상상하기 힘든 이러한 흐름에 대해 말씀해주세요.
김종걸 : SK가 갖고 있는 중요한 변화 중 하나는 사회적 가치를 기업의 중심에 놓았다는 것입니다. 그 궁극은 SK 구성원은 물론 전체 사회를 행복하게 하는 것이고요. 그렇다면 구체적으로 행복의 내용은 무엇이 될까요? 지금까지 기업이 해온 경제적 가치 추구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 구현이기 때문에 얼마나 많은 약자에게 도움을 주는가, 지구 환경에 얼마나 좋은가 등등이 됩니다. 그걸 계측하고 확대시키는 것을 기업의 주요 목표로 삼았다는 것입니다.
SK하이닉스를 보겠습니다. 생산라인에서 가격이 싸지만 환경에 나쁜 게 있다, 가격이 비싸지만 환경에 좋은 게 있다고 합시다. 수익성으로 보면 전자를 쓰겠지만, 환경에 미치는 계산을 다시 하면서 후자를 쓴다는 것, 이것이 그 누구도 못한 거대한 전환입니다.
수익성에 민감해 왔던 기업 구성원들이 보기에는 익숙지 않은 겁니다. 불신이 생길 수 있습니다. 회사 방침을 따랐다가 성과가 나오지 않으면 불이익이 오고, 결국 잘릴 수도 있다는 생각 때문입니다.
하지만 최 회장이 일관되게 강조하고 있고, 인사에 반영하는 것을 보고 구성원들의 인식도 많이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그런 면에서 행복지도가 나왔고 이것이 사회적 가치의 계측화입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는 많은 어려움이 있다고 봐야 합니다. 

“대기업인 SK가 옳은 길을 가겠다는 것을 보고 사회적 기업가도 옳은 길을 가면 잘 살 수 있다는 희망을 가질 수 있다”고 강조한 김종걸 교수.

활력 잃은 사회 대처법
제갈정웅 : 최태원 회장은 여러 어려움을 겪으면서 가치관이 바뀌었습니다. 경제학자로서 김 교수님은 어떻게 해서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갖게 되었나요?
김종걸 : 현재 세상은 늙고 병들어 가고 있습니다. 시장은 활력을 잃어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정부가 이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에게 일자리를 제공하고, 복지 사회를 만들고 등등의 일 말입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 복원력을 말합니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등가교환이 아닙니다. 어렵고 불쌍한 사람을 돕는 구조를 말합니다. 정부는 정부 예산으로 이들을 도와야 하지만 실행에 옮기기 어렵습니다. 시장에서 이 부분을 보완해야 하나 현재 우리 시장은 가난합니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가령 제주 올레길을 보겠습니다. 가서 보면 녹슨 의자가 여기저기 널려 있습니다. 공무원은 시간이 없다며 방치해 두고 있습니다. 어찌해야 할까요? 마을 사람들이 가서 닦아야 합니다. 옆집 할머니가 아픕니다. 이 사실을 옆집에서 알고 있어야 합니다. 그래야 위기가 오면 먼저 손을 씁니다. 그 다음이 119에 전화를 거는 겁니다. 이게 사회입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알아야 하고, 내가 손해 보더라도 남을 위해 움직여야 합니다. 바로 호혜적 관계입니다. 가족이나 친구 관계처럼요.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도 주변에 힘든 사람이 누가 있는지 알아가는 행위입니다. SK 혼자 돈을 버는 게 아닙니다.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을 아는 것, 그것이 감사이고 나눔입니다.
오래전 중도좌파와 중도우파들이 모여 ‘정부 예산을 어떻게 할까’에 대한 사안을 가지고 여러 차례 숙의를 했습니다. 대한민국은 집값, 부양비, 병원비 등 모든 돈을 복지에 쓰고 있지만 복지가 안 되고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주 비효율적이라는 것이었습니다. 복지국가는 튼튼한 시민사회를 바탕으로 한 나눔이 기반이 되어야 하는데 그것을 갖추지 못했기 때문이었습니다. 옆집 사람 도와주는 걸 정부와 시장에만 맡겨서 그렇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등가성이 아니라 호혜성의 원리를 알아야 합니다. 호혜성의 원리는 내가 이 사람을 도와주면 그가 나를 안 도와줘도 다른 사람을 도와준다는 것입니다. 이 모든 연결망 때문에 내 스스로도 좋아집니다. 사회적 신뢰 관계가 형성되는 것입니다.
대한민국 사회 발전은 정부 예산만으로 되는 것이 아니라 경제는 경제대로 튼튼하고, 시장에서는 계속 새로운 부가가치를 창출해 일자리를 만들어야 합니다. 그렇게 다이내믹하게 시장이 움직여야 하고, 정부는 작은 정부를 지향하면서 이를 효율적으로 도와주면 됩니다. 이것이 안 되었던 이유는 우리 사회는 너무 정부와 시장에만 의존했기 때문입니다. 호혜성에 입각한 봉사를 하면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사회가 무너지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적 가치는 사회가 제대로 작동되도록 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주의 깊게 보았고, 이를 실천하는 기업이 있어 관심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가 만드는 행복
제갈정웅 : 어떻게 하면 SK 구성원들이 행복할까요?
김종걸 : 어려운 문제입니다. SK뿐만이 아니라 대기업들이 클라이언트와 약속을 잘 지키고, 지역사회에서 좋은 일을 많이 하고, 법을 잘 준수하고, 친환경적인 사업을 계속하고, 인사 제도에 불합리가 없으면 그 자체로 구성원들은 행복할 것입니다. 하지만 집안을 행복하게 하는 게 더 힘든 것 또한 사실입니다.
그런데 알고 보면 기업의 사회적 지표는 이미 나와 있습니다. 친인권ㆍ친환경ㆍ노동 차별반대ㆍ반(反)부패 등의 10대 원칙 준수를 핵심으로 하고 있는 글로벌콤팩트(Global Compact)입니다.
제갈정웅 : 최태원 회장은 경제적 가치가 아니라 사회적 가치를 추구한다는 의지로 100여 회에 걸쳐 직원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습니다. 언젠가 모든 직원들을 만나 회사 방향을 공유하겠다는 것입니다. 이런 과정은 리더십이 장점으로 크게 작용하는 것이지요.
김종걸 : 네. 리더의 그러한 행보는 아주 중요합니다. 그럼 SK 구성원, 즉 개인이 행복해지는 게 뭘까요? 1998년 노벨경제학상을 받은 아마르티아 센은 행복한 상태를 자유로운 상태라고 말했습니다. 자유로움은 부족함이 없는 걸로 연결됩니다. 여기에서 작동되는 게 신념입니다. 신념은 사상을 말합니다. 행동을 의식적으로 해나가는 것입니다. 외부에 그 어떤 장애가 있어도 밀고나가는 내적인 힘이 있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습니다.
저는 매주 목요일 사회적 기업 활동가와 함께 모임을 갖습니다. 그들과 함께 공자, 맹자, 한비자, 마키아벨리를 읽습니다. 그 가운데 공자의 정신을 늘 강조합니다. 상갓집 개로 비춰지기도 했던 공자는 20년을 넘게 노숙자 생활을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그래도 옳은 일에 대한 자부심이 있었기에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 길을 혼자 가지 않았습니다. 제자 즉 친구와 함께 걸었습니다. 맹자는 호연지기를 말했습니다. 이 단어를 보면서 우리가 배워야 할 것은 옳은 일을 의식적으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자기 신념의 보고가 없으면 버티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이때 또 중요한 것은 맹자의 측은지심, 아담 스미스의 ‘도덕감정론’에 나오는 공감을 지녀야 합니다.
SK가 주최한 SOVAC 행사에서 우리는 이런 걸 봐야 합니다. 거기에 참여한 분들은 새로운 일을 바라보았습니다. 사회적 기업이라는 옳은 일을 해왔는데 왜 이렇게 살기 어렵지? 하지만 대기업인 SK가 옳은 길을 가겠다는 것을 보고, 자신들도 옳은 일을 하면 잘 살 수가 있구나, 시대가 바뀌고 있구나, 하는 신념이 그날의 열기를 만들었습니다.
SK가 펼친 공적인 일을 본 SK 구성원들은 분명 많은 생각을 했을 것입니다. 그들에게 SK가 개인의 행복을 위해 사회적 활동에 참여하라고 권유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쉽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데 만일 사회봉사에 유급휴가를 도입하면 어떻게 될까요? 아마 남을 돕는 과정에서 오는 행복감을 느낄 것입니다. 이는 사회적 가치 추구라는 새 좌표에서만 가능한 일이 될 것입니다.

대기업의 노블레스 오블리주
제갈정웅 : 감사나눔신문이 해온 일을 보면 ‘감사’와 ‘나눔’이 사회적 가치 창출에 중요 툴(tool)이 될 수 있다고 여기는데,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김종걸 : SK의 사회적 가치 선포와 실천 과정은 노블레스 오블리주입니다. 즉 SK는 대기업으로서 역할을 잘 하고 있다는 것입니다. 기업으로서 돈을 버는 데 충실했고, 이제는 사회 속에서 공동체 발전을 위한 책임을 지려고 합니다. 우리는 대기업이 뭔가를 하면 손가락질을 합니다. 이는 재벌이 나쁜 게 아니라 재벌의 행태가 나쁘다는 것입니다. 사회적 가치인 소셜 밸류(Social Value) 배경에는 ‘내가 내 책임을 다하겠다’라는 게 담겨 있습니다. 책임을 지는 과정이 인간으로서 얼마나 즐거운지 우리는 경험을 통해 압니다. 이 과정은 자연스레 경제적 가치와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렇지만 우리는 이를 아직은 블루오션(Blue Ocean)이라 부릅니다. 새로운 사회적 가치가 경제적 가치로 연결되려면 아직도 많은 리스크가 현존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중소기업은 어렵습니다. 하지만 대기업에서는 가능성이 충분합니다. 그것을 리드해가는 SK그룹은 분명 새로운 패러다임 전환의 선구자입니다.
노블레스 오블리주의 근본 정신은 나눔과 감사입니다. 거기서 오는 기쁨은 어마어마합니다. 그 기쁨을 느끼려면 알아야 합니다. 알려면 참여해야 합니다. 참여를 통해 기뻐해야 합니다. 쪽방촌 사람들을 알려면 쪽방촌에 가봐야 하듯이요.

‘품질 좋고 합리적인 가격’만을 염두에 둔 기업 활동이 조금 지나면 과거의 유물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지울 수 없습니다. 점점 커지는 일본 제품 불매 운동이 그것을 말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가치 추구로 경제적 가치를 얻고, 그것이 우리 사회 아니 모든 인류에게 행복을 안겨주는 그 날이 빨리 오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kimsj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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