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꽃에 향기가 있듯이 사람에게도 향기가 있다. 꽃의 향기는 바람이 불면 사방으로 퍼진다.  그리고 사람의 향기는 말속에 묻어서 퍼진다.

얼마전 지인들과 함께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 어떻게 지내는지 신상을 나누게 되었다. 한 분은 대학에서 정년 퇴임하시고 다른 대학에서 석좌교수로 강의를 하고 계셨다. 그분은 미국에서 유학 후에 그곳 대학에서 10년 정도 강의를 하셨다. 미국에서 출생한 자녀들이 두 분 모두 미국 시민권자이고 현재 미국에서 직장 생활을 하고 있다. 그래서 부인이 애들이 있는 미국에 가 있어서 지금은 혼자 생활을 하며 이따금 미국을 다녀오거나 부인이 오거나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신의 이러한 요즘의 생활을 기러기 아빠라고 했더니 전에 함께 같은 학교에서 근무했던 어떤 분이 그것은 기러기 아빠가 아니고 독거노인이라고 하는 것이 맞는 표현이라고 하더라며 다시는 그분을 만나고 싶지 않다고 했다. 독거노인이라는 말이 아주 거슬렸나보다. 그래서 가까운 사이일수록 말을 조심하라고 했나보다.

가까운 사람들 사이에 흔히 농담으로 할 수 있는 이야기이다. 아내는 자녀들이 있는 미국에서 살자고 계속 졸라도 한국에서 강의를 하면서 지내는 것을 더 가치있는 삶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러한 심리적 갈등을 겪으며 지내고 있는데 독거노인이라고 대못을 박는 말은 분명히 마음에 큰상처가 되기에 충분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기러기 아빠가 아니라 독거노인이라고 말씀하신 분도 필자가 잘 아는 분이다. 평소에 인품이 좋은 분이라 다른 사람에게 일부러 마음에 상처가 될 말을 하실  분이 아니다. 그러나 말을 들은 분은 상처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기러기 아빠와 독거노인이라는 두 말을 한번 더 깊이 생각해 보았다.기러기 아빠는 미래를 위하여 현재의 행복을 조금 유보하는 상태를 자신들이 선택한 것이고 또 그 선택은 시간이 지나면 개선될 수도 있다. 그러나 독거노인은 선택했다기보다는 어쩔 수 없이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라는 것이 두 말의 차이를 만드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거기다가 독거노인은 스스로 상황을 개선하기 어렵고 상황이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를 내포한다. 

이와같이 말은 아니 짧은 단어 한마디가 사회생활이나 가정생활에서 가까운 사람들에게 큰 상처를 줄 수 있어서 우리 회사에서는 우선 존대말을 사용해 보자고 했다.

마침 TV에서는 탤런트 최수종씨가 어린 자녀들에게 존대말을 쓰게 된 배경이 나왔다. 최수종 씨는 아이들이 말을 배우기 시작할 무렵인데 어른들이 와서 반말을 하고 가면 아이들이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을 본 후로 존대말을 쓰기로 했다고 했다. 그리고 평소에 반말하던 분들에게 전화를 걸어서 존대말을 사용함으로써 상대분들도 따라서 존대말을 사용하게 되는 상황들도 방송이 되었다. 

존대말을 사용하지 않던 상대방들이 존대말을 따라 하는 것을 보면서 말이 파동으로서 존대말이 같은 존대말을 끌어당겼다고도 할 수 있다.

지난번 감사합니다, 감사, 고마워 세 가지 말에 대한 에너지를 실험한 후에 우리집에서도 손자손녀들에게 존대말 쓰기로 하자고 했다. 처음에는 어색하지만 아이들에게 존대말을 쓰면 자연히 품격이 높아질 수있다. 

사람의 향기는 말을 통하여 나타난다. 그래서 아이들이나 동료직원들께도 존대말과 상대를 배려하는 말을 사용하는 것이 좋겠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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