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속 감사 - 봉오동 전투 (The Battle: Roar to Victory, 2019)

 

독립군의 승리 전투를 그린 영화 ‘봉오동 전투’를 봤는데. 감독의 의도와 달리 나는 다른 생각에 젖어들었다. 누가 어떤 주제를 가지고 말해도 사람들은 자기가 듣고 싶은 것만 듣는다는 통설이 이 엄중한 상황에서 나타난 것에 움찔했다. 요즘처럼 한일 문제가 심각한 국면을 치닫고 있는데도 말이다.
영화를 보고 난 뒤 나는 그 느낌을 억제할 수 없어 페이스북에 글을 올리고 말았다. 다음은 전문이다.
“봉오동 전투를 봤다. 역사, 철학, 휴먼, 평화 사상, 드라마를 적절히 다 담았다. 전투의 신으로 유해진이 부각되는 게 인상적이었다. 울컥하는 장면도 중간중간 있었다. 국가 단위만이 개인의 생존에 현실적 안정을 안겨준다는 애국심도 생겨났다. 그런데 이런 생각도 들었다. 산을 누비는 전쟁 영화는 가급적 만들지 않았으면 하는 거였다. 이미 인간의 흔적들이 난무한 곳에서 영화를 만들면 사람들 발길이 닿지 않는 곳은 그런대로 잘 보존되지 않을까? 숲해설가 활동을 하다 보니 인간이 움직이는 자연 배경에도 눈길이 가기 때문일 것이다. 나무 공부가 내 인식의 틀을 약간씩 궤도 변경하고 있다. 전에는 몰랐는데 산에 폭탄이 떨어지니 인간도 죽어나가지만 숲도 죽어나간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래저래 전쟁은 반드시 소멸되어야 할 최악의 해결 방안으로 인식되어야 할 것이다. 하나뿐인 지구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말이다.”
 대부분의 국민들이 일제에 크게 저항하지 못하고 안전한 생활을 도모하던 무렵 목숨을 건 독립전사들의 항일 무장 투쟁을 그린 영화를 놓고 생태계 운운하는 게 나도 마음에 들지 않았지만, 치솟는 그 마음을 억누르기도 힘들었다. 어떤 댓글이 올라올까 고민도 되었는데 비슷한 생각들이 올라왔다.
“최고의 생태교란 생명체가 인류라고 합니다. 원래부터 숲에 의지하며 살았던 인류가 이젠 가장 큰 경계의 대상이 됐네요. 그나마 다시 숲을 의지하는 우리를 보면 희망이 보입니다.”
“지구상 가장 강력한 돌발 유해종은 인간이 아닌가 싶습니다. 번식력이 강하고 어떤 환경에도 적응하기에 살지 못하는 곳이 없습니다. 자신들에게 불리한 것은 모두 없애고 심지어는 같은 종에게까지 해를 입히니까요.”
일본군의 만행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장면들이 일본에 대한 보복으로 이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시는 전쟁이라는 형태가 출현하지 못하는 차원에서의 인식들이 있어서 반갑고 감사했다.
끔찍한 과거를 기억해야 하는 것은 그것들이 다시는 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봉오동 전투’를 만든 모든 분들에게 감사드린다. 생각을 확장시켜준 페친들에게도 감사드린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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