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엑시트(EXIT,2019)

 

내가 가진 달란트로 사람들을 위기에서 구해준다면 그보다 더 기쁜 삶이 어디 있을까? 천만 관객을 달리고 있는 영화 ‘엑시트’에서 나는 그것을 보았다.

주인공 용남(조정석 분)은 청년 백수다. 어딘가 입사 원서를 내고 통보만 기다리는 그는 주로 놀이터 철봉에만 매달리고 있다. 껌딱지처럼 철봉에 붙어서 자유자재로 몸을 놀리는 그가 한없이 부럽기만 할 즈음 그를 향한 폄하는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조카의 외면, 누나의 타박, 엄마아빠의 구박 등이 개울처럼 흐르다가 엄마의 환갑잔치에서 드디어 폭발한다. 한 테이블에 둘러앉은 사촌들이 용남을 완전히 갖고 논다. 그래도 용남은 자신의 위치를 뼈저리게 자각하고 있기에 큰 대응을 하지 않는다. 그저 친척들이 가득 모여 있는 그 자리가 속히 끝나기만을 바란다. 그래도 하나는 건졌다. 산악 동아리 후배 의주(임윤아 분)를 만났다. 모욕감까지 느껴지는 잔칫집에서 아련한 감정을 가져오게 해주는 사람을 만났으니 얼마나 좋았을까.

달달한 기분을 느낄 사이도 없이 영화는 곧바로 가스 테러라는 위기를 보여준다. 이제부터 살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여야 한다. 사회적 위치 따위는 필요 없다. 복잡한 시스템을 해결해야 할 지식도 중요하지 않다. 오로지 위험을 극복해 나갈 수 있는 능력만이 중요하다. 그것은 바로 담력과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탁월한 몸 기술이다. 이때부터 용남의 달란트는 빛나기 시작한다. 가족으로부터 그토록 무시당했던 산악 동아리 활동에서 다듬고 다듬은 암벽 등반 실력이 초월적 힘을 발휘한다. 이 달란트는 의주에게서도 살아난다. 둘이 만들어가는 의기투합과 지혜로 가족을 구하고 학생들을 구하고 자신들을 구한다. 그러고는 마무리로 사랑이 움튼다.

용남과 의주를 좇아 나도 뛰고 또 뛰고 오르고 또 오르고 숨을 헐떡이고 또 숨을 고르고 하다 보니 103분이 어느 새 흘렀다. 순식간이었다.

상영관을 나와 잠시 거리를 걷는 데 최근 숲해설에서 내가 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제주에 귀양 간 추사 김정희는 자신을 극진히 돌봐준 우선 이상적에게 ‘세한도’를 선물했습니다. 자신이 가진 최고의 달란트는 그림과 글씨였기 때문입니다. 선생님들은 혹 어떤 달란트를 가지고 계십니까? 그걸로 나눔을 하고 계십니까?”

많은 분들이 답을 못했다. 그때 한 분이 물었다. 내 달란트는 무엇이냐고? 그래서 말했다. “잘 쓰고 못 쓰고를 떠나 글로 누군가를 기억하는 것입니다”라고.

달란트의 사전적 정의는 “각자 타고난 자질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이다. 타고났든 살면서 만들었든 모든 사람들에게는 자신만의 달란트가 있다. 그것을 자신만을 위해 쓰는 사람들도 있지만, 그보다 누군가를 위해 쓴다면 우리 삶은 더 풍요로울 것이다. 그러한 삶이 멋지다는 걸 알려준 영화 ‘엑시트’에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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