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칼럼

 

아무래도 병원에 근무하다 보니 다양한 환자분들을 보게 된다. 그냥 평범한 일상을 살다가 환자로 바뀌는 것은 사고로 인해 한순간에 될 수도 있고, 전부터 징후가 보이다가 진행되어서 환자로 바뀌기도 하고 혹은 모르고 있다가 검사를 통해서 갑작스레 환자로 바뀌는 경우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에 결국 병원에서 진단이 되면서 환자로 바뀌게 되며 질병 또는 이상이 있다고 했을 때 환자 본인이 느끼는 충격은 크다. 

한 남자 환자가 동네 의원에서 감기라고 해서 여러 군데를 돌아다녀 봤는데, 항생제를 먹고 여러 방법을 해봐도 좋아지지 않아 내원했다. 아무래도 감기가 오래되고 약을 써도 좋아지지 않았기 때문에 엑스레이 검사를 비롯해 혈액검사 및 소변검사를 시행하였다. 결과는 놀라웠다. 백혈구 수치가 3만을 넘어서는 (보통 정상은 1만개 미만) 것이었다. 결국 환자분은 만성골수성백혈병으로 진단이 되어 혈액내과로 가서 치료를 받게 되었다. 으레 감기라고 생각했던 나도 다시금 환자의 병력과 진찰 및 검사가 중요하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되었다. 
또 한번은 몸살감기가 심해서 병원에 내원한 젊은 남자분이었는데, 열이 며칠간 났다 안 났다를 반복하여 병원에 내원한 분이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말초혈액도말검사를 시행하였더니 말라리아로 진단되었다. 병력을 물어보니 1년여 전에 군에서 제대를 하였는데, 파주 연천 근방이었다는 것이다. 보통 말라리아가 여름에 모기에 물려 가을에 발병하는 경우가 많은데, 꽤 오랜 기간 동안 잠복기를 거쳐 발생하였기 때문에 자칫하면 놓칠 수도 있는 상태였다. 

이렇게 별것 아닌 병이라 생각했다가 중한 질병에 진단이 되면 환자 및 보호자는 놀라고 당황하게 된다. 의사는 정확한 질병정보와 경과에 대해서 환자에게 얘기를 해 드리고 제대로 진료받을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이때 환자에 대한 동정심(empathy)과 전문성(professionality)이 필요하다. 이 글을 통해서 말씀드리자면, 일반적인 감기의 경우 따뜻한 물을 마시고 충분한 휴식을 취하면서 진통제 등 적절한 약을 먹으면 좋아지지만 적어도 2주 이상 증상이 좋아지지 않으면 꼭 병원에 갈 필요가 있다. 특히 열이 나는 감기면 가급적 빨리 병원에 가는 것이 필요하다. 열을 떨어트리는 것도 중요하고 자칫 중한 질병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감기가 몸살, 피로감, 인후통, 콧물, 기침 등 여러 증상으로 구성이 되는데, 많은 질환의 전구 증상이 감기와 비슷하기 때문에, 자칫 큰 병을 놓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인 감기의 대부분은 바이러스를 통해서 발생하며, 아직까지 인플루엔자로 알려진 독감 외에는 치료 대부분이 대증치료, 즉 증상에 맞추어 치료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가 여러 경로를 통해 몸에 침입하게 되는데, 대부분은 우리 몸의 면역작용으로 이상이 생기진 않지만, 특히 몸이 피로하여 면역력이 떨어진 상태에서는 감기에 걸리게 된다. 비단 감기 뿐만 아니라 복통을 동반한 장염도 음식에 있던 세균성 독소에 의해서 발생을 하거나 혹은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한다. 별것 아닌 감기나 장염이지만, 일상생활에 영향을 줄 뿐만 아니라 특히 몸살이나 인후통이 심할 때 그리고 설사가 잘 멈추지 않아 고생이 심할 때 이 고통이 빨리 끝나면 좋겠다고 생각하게 된다. 그래서 그 전 상태로만 돌아가도 참 좋겠다고 생각하고 기도도 하게 된다.  

지금 나의 건강상태는 어떠한가? 아무런 증상이 없고 잘 먹고 소화도 잘되고 잠도 잘 잔다면, 우리는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필요가 있다. 아팠을 때 그토록 바라던 상태가 바로 지금이기 때문이다. 혹 만성질환이 있더라도 약물로 조절이 잘되고 별 합병증 없이 지낸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필요가 있다. 만약에 잘 조절되지 않는다면 약물이 늘어야하고 합병증도 잘 발생할 수 있어 그 부담이 늘어나기 때문이다. 어찌 보면 내가 현재 그대로 잘 지내는 것 그것만으로도 감사해야 할 제목이 된다. 그리고 그 수많은 바이러스로부터 내가 감염되지 않았다는 것, 내가 먹은 음식이 안전했다는 사실, 그리고 내 몸상태가 이러한 외부의 침입으로부터 잘 보호할 수 있는 면역력이 있다는 것, 그것도 감사의 제목이 된다. 

하지만 주변을 보면 더 나은 삶을 살고 있고 더 많이 가진 사람들을 보면서 불행하다고 느끼는 분들이 있다. 질병이라는 것은 물론 더 좋은 조건에서 잘 예방할 수도 있고, 잘 치료를 받을 수 있지만, 나의 경험을 뒤돌아보면 늘 갑작스럽게 찾아오고 꼭 잘산다고 오지 않는 것도 아니며, 반대로 못산다고 오는 것도 아니다. 그것은 죽음과 마찬가지로 누구에게나 언제든지 올 수 있다. 내가 건강함, 혹은 나의 질병이 잘 조절되고 큰 일이 없다는 그것만으로 감사하고 기뻐하자. 지금 나의 상태는 내가 아팠을 때 그토록 바랬던 모습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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