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말 한마디
‘환자’나 ‘어르신’이라는 호칭을 사용하지 않는 병원이 있었습니다. 그 이유를 묻자 의사가 답했습니다. “환자에서 환(患)이 아플 ‘환’이잖아요. 자꾸 환자라고 하면 더 아파요.” 부연 설명이 이어졌습니다. “게다가 ‘할머니’나 ‘할아버지’ 같은 호칭 싫어하는 분도 많아요. 그래서 건강하게 일하던 시절로 돌아가라고 은퇴 전 직함을 불러드리죠.” 의사는 이런 말도 덧붙였습니다. “병원에서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의술(醫術)이 될 수도 있어요.”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에 나오는 한 장면입니다. “고마워요!” 오늘 아침 만나는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세요. 우리 일상이 인생(人生)이 되고, 예술(藝術)이 되고, 역사(歷史)가 될 수도 있습니다. 

백일잔치
신입 간호사에게 선배들이 입사 100일을 기념하는 잔치를 열어주자 ‘지옥의 6개월’이라는 은어가 자연스럽게 사라졌습니다. 감사운동을 도입한 한 종합병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이 사례를 옥천군 동이초등학교 조경애 교장에게 소개하고, 교사연수 시간을 활용해 감사 특강도 실시했습니다. 그런데 얼마 후에 동이초 교사들이 첫 발령을 받고 부임해 100일을 맞은 막내 교사에게 백일잔치를 열어주었습니다. 교장과 교감은 축하 카드를, 교사들은 롤링 페이퍼를 작성해 꽃다발과 함께 전달했습니다. 함민복 시인은 “모든 경계에는 꽃이 핀다”고 했습니다. 감동적인 감사운동 사례들이 업종과 분야의 경계를 넘어 더 널리 확산되었으면 좋겠습니다.

토닥토닥
어느 마을의 작은 세탁소가 화재로 전소됐습니다. 며칠 후 마을 게시판에 ‘사과문’이 붙었습니다. “모든 옷을 태워서 죄송합니다. 어떤 일이 있어도 배상하겠습니다. 옷을 맡겨준 분들은 종류와 수량을 알려 주세요.” 한 청년이 실명으로 ‘격려문’을 붙였습니다. “그 많은 옷을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제 양복의 배상을 포기합니다. 용기를 내십시오.” 그 밑에 수많은 지지 댓글이 달렸고, 격려금도 접수되기 시작했습니다. 며칠 후 마을 게시판에 ‘감사문’이 붙었습니다. “여러분의 따뜻한 사랑으로 다시 일어섰습니다. 꼭 은혜에 보답하겠습니다.” 
사과와 격려와 감사의 선순환 시스템. 어떤 재난도 이겨낼 수 있는 지상 최고의 방재 시스템입니다.

이감취인(以感取人)
이모취인(以貌取人). 뛰어난 용모만 보고 직원을 채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이언취인(以言取人). 탁월한 연설만 듣고 투표하는 것은 무모합니다. 플라톤이 말했다는 ‘행복의 5가지 조건’은 그래서 시사적입니다. ①먹고 살만한 수준에서 조금 부족한 듯한 재산 ②모든 사람이 칭찬하기에 약간 부족한 용모 ③자부심은 높지만 사람들이 절반만 알아주는 명예 ④한 사람에게 이기고 두 사람에게 질 정도의 체력 ⑤청중의 절반은 손뼉을 치지 않는 연설 솜씨. 나의 이목(耳目)을 교언영색(巧言令色)에 휘둘리지 않기 위한 대안으로 이감취인(以感取人)을 생각해 봅니다. 감사하는 삶의 태도 한 가지만 봐도 그 사람의 열 가지를 알 수 있지 않을까요?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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