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타짜: 원 아이드 잭 (Tazza: One Eyed Jack, 2019)

 

고스톱을 고등학교 때부터 알았다. 자취하는 친구 방에 모여 작은 판돈으로 심심풀이로 자주 했다. 스마트폰이 없던 그 시절 게임을 하려면 전자오락실에 가야 했는데, 거기에 드는 돈도 만만치 않았다. 그래서 판돈이 누구 주머니에 들어가지 않고 대략 다 거둬 맛있는 거 사먹는 고스톱은 좋은 추억이었다. 

대학 시절에도 고스톱은 이어졌다. 고등학교 때보다 자취생들이 많던 시절 무료함을 달래기에 고스톱은 최적의 놀이였다. 무릎도 아프고 한 사람한테 돈이 쏠리면 라면에 소주를 마시다가 잠이 들었다. 그때도 고스톱은 좋은 추억이었다. 돈으로 정을 나누는 시간이었다.

사회에 나가 직장생활을 하면서도 고스톱은 이어졌다. 직장 동료끼리도 하고 같은 업종 종사자들끼리도 친목 삼아 고스톱을 했다. 그런데 이때는 상황이 달랐다. 돈을 따는 게 목적이었다. 판돈도 제법 커서 오래 매달렸다간 출혈이 심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늘 작은 판돈이 오고가는 곳에서만 재미 삼아 했다. 무료한 시간 달래는 데는 최고의 방법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 화투가 떠나고 포커가 손에 들어와 있었다. 그런데 포커 치는 재미가 드라마틱했다. 무표정이라 불리는 포커 페이스(poker face) 때문이었다. 상대가 무엇을 잡았는지 그 표정을 가늠하면서 배팅을 하는 게 꼭 심리전을 치르는 것 같아 포커에 큰 재미를 들였다. 하지만 역시 배짱이 두둑하지 못해 본격적인 도박은 하지 않았다. 그저 심심풀이로 포커를 즐겨 했다. 그러다 간혹 집들이 등에서 판돈을 모두 따온 적도 있었고, 새벽같이 이어진 날 로열스트레이트플러시를 잡아 보기도 했다. 3억 분의 1 확률이라고 하는데, 이는 고스톱에서 쓰리고 광박 피박을 씌웠던 것보다 더 큰 기쁨을 만끽하는 순간이었다. 그래도 도박판에는 가지 않았다. 그 끝이 무엇인지는 이미 수많은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 봐왔기 때문이었다.

내가 도박꾼은 아니지만 도박이 몰입이라는 즐거움을 준다는 것은 알고 있다. 고스톱이든 포커든 한 판 한 판이 이어질 때마다 느껴지는 스릴은 그 어떤 게임보다도 강도가 세다. 특히 판돈이 내 주머니로 들어오는 순간 차오르는 감정의 크기는 재벌이 된 것 못지않다. 100원짜리 판돈이라도 모든 게 싹 내 것이 되는 짜릿함을 느껴본 사람들은 그 심정을 말로 표현하기 어렵다는 것을 알 것이다. 이처럼 돈과 밀접한 관계가 있기에 도박하는 심리는 그 어떤 심리 상태보다도 파고가 높다. 감각 세포가 요동을 친다는 것이다. 다른 그 어떤 걸로도 대체하기 어렵다. 이를 어찌해야 할까?

그 어떤 것도 하기 힘든 순간 누군가를 만나 포커를 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게 시간 낭비라 여겨 전보다 덜 하기는 하지만 그럴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도박꾼들의 동물적인 세계를 비참하게 보여주는 타짜 시리즈가 있어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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