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일 의학박사의 건강이야기

 

노산 이은상 선생은 우리 민족 모두가 아끼는 계절 가을에 대해서 “전쟁으로 할퀴고 발기고 해도 가을만은 제자리에 두어 두십시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도 되오니 가을만은 제 때에 두어 두십시오” 라고 읊었다. 이 지구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가을은 한국에 있다.  그래서 노래를 읊어도 “아! 가을인가, 가을인가 봐….” 라고 하면서 “아!” 라는 감탄사를 연발 하지만 “아! 여름인가” 라던가 “아! 겨울인가” 하는 노래는 별로 없다.  아름다운 가을은 한국이 받은 큰 축복 중의 하나이다.  

인생과 계절은 성장수장(成長收藏)의 사이클을 따라 변화한다. 봄은 성(成)이니 생겨나는 계절이며, 여름은 장(長)이니 크는 계절이며, 가을은 수(收)이니 모으는 계절이며, 겨울은 장(藏)이니 다음을 위해 꼭꼭 저장해 놓는 계절이다.
특히 가을은 안으로 뭉치고, 품안에 끌어안고, 한데 긁어모으고, 차분히 가라앉고, 조용하게 안정성을 추구하는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인생의 가을인 중년기에는 사람의 마음이 점차 안정을 되찾기도 하지만 평생 동안 욕심이 가장 많은 시기이기도 하고 정서적으로 밑으로 가라앉아 우울증에 걸리기 쉬운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가을엔 벌레들이 땅속으로 기어들고 마른 잎은 흙에 닿아 썩으며, 별들은 울먹이고 검불 태우는 연기가 마음을 헤적이고 들국화가 눈물에 젖으며, 삐걱이며 구르던 바퀴의 중심이 고요해지는 것이다.
일 년 사계절 중 우리 건강에 가장 덜 위협을 주는 계절이 바로 가을이다.  사람들이 조금만 더 자기 자신의 건강에 관심을 기울이고 조심한다면 많은 질병을 예방하는 것은 물론이려니와 두고두고 쓸 건강을 축적하기에도 가장 좋은 계절이 될 수도 있다는 뜻이다.
건강과 연계되는 가을의 특성으로는, 먹을 것이 많다는 것, 입맛이 좋아진다는 것, 공기가 맑고 구름이 높다는 것, 경치가 좋아 들과 산으로 나갈 기회가 많아진다는 것, 꽃가루와 풀가루가 많이 날아 다닌다는 것, 습도가 줄어들어 쾌적한 날씨가 오래 지속되지만 겨울철 가까이 다가가면서 건조하게 된다는 것, 쓸쓸함과 외로움과 울적함이 조용히 가슴을 파고든다는 것 등을 들 수 있다.

가을철에는 먹을 것이 많고 입맛이 좋음으로 자연히 많이 먹게 되고 또 자연의 생리나 인체의 생리가 비축을 하는 계절이다 보니 비만증에 걸리기 쉽다. 비만증에는 허벅지에 살찌는 형과 아랫배에 살찌는 형이 있다. 허벅지 비만은 여성에게 많이 생기고, 아랫배 비만은 남성에게 많이 생긴다. 건강에 직접적인 해를 끼칠 수 있는 것은 아랫배 비만이다. 이것은 배에만 기름기가 끼는 것이 아니고 배 안에 있는 장기에도 기름이 끼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동맥경화증, 당뇨병, 고혈압, 혈관질환 등으로 이어지게 된다.
가을은 오곡백과가 풍성한 계절이니 사람들은 알게 모르게 채식을 다른 계절에 비해 비교적 많이 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가을은 건강해지기에 비교적 좋은 계절이라고 하는 것이다. 육류나 당이 많은 음식은 혈액을 산성으로 몰고 가고 그와 반대로 채식은 알칼리성으로 기울게 하는 경향이 있다고 알려져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에서 우리 모두가 기억해 두어야 할 중요한 점은, 혈액의 산성도(PH)는 어떠한 경우든 항상 7.4를 유지해야지 만일 어느 한 쪽으로 지나치게 기운다면 그것이 산성이건 알칼리성이건 다 몸에 해로운 질병으로 이어진다는 사실이다. 따라서 계절에 상관없이 모든 영양분이 골고루 섞여있는 음식이 가장 좋은 건강식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우리나라 가정식(집 밥)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건강식이며 동시에 가장 좋은 보약이라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의 가을은 하늘이 유난히 높고 맑다. 공기 중에는 이온화 된 공기(Ionized Air)의 부분이 있다. 플러스(+)로 이온화 된 것을 양 이온(陽 Ion)이라고 하고 마이너스(-)로 이온화 된 것을 음 이온(陰 Ion)이라 한다. 양 이온은 오염된 공기 속, 먼지가 많은 곳, 물체와 물체 사이에 마찰이 많이 있는 곳, 비가 오기 직전 날씨가 찌뿌듯한 상태, 이러한 경우에 많이 분포되어 있고, 음이온은 개울이나 바닷가나 폭포 등 물가에서 비교적 농도가 높게 측정이 되며, 수목이 우거진 산속에도 높으며, 비가 온 직후 대기 속에서도 높게 측정된다고 한다. 양이온이 많아지면 기분 나쁘게 느껴지고, 음이온이 상대적으로 늘어나면 상쾌하게 느껴지고 건강에도 좋다. 미세 먼지를 피하면서 가을하늘을 즐기는 지혜가 필요하다.
가을철엔 누구나 쉽게 우수에 잠기게도 되고 센티멘털해지기도 한다. 심지어 우울증을 경험하기 까지 한다. 절대로 나쁜 것이 아니다. 항상 웃고 늘 명랑한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니다. 영양분의 조화와 오미(쓴맛, 단맛, 신맛, 짠맛, 매운맛)가 몸의 건강을 유지해 주듯이, 기쁜 듯한 슬픈 듯한 외로운 듯한 우울한 듯한 두려운 듯한 감정을 골고루 느껴 보면서 살아가는 것이 역시 정신건강에 더 좋은 것이다.

가을 꽃가루와 가을 풀에 예민한 사람이 알레르기에 걸리지 않도록 좀 주의를 한다면, 늦가을에서 겨울로 접어들 준비를 미리 좀 해 둔다면, 먹을 것이 많다고 무절제하게 먹고 마시지만 않는다면, 또 공기가 맑고 날씨가 좋다고 무리하게 들에서 산에서 직장에서 과로하지만 않는다면, 가을은 건강을 저절로 지켜 주는 계절이 될 것이요 건강한 사람에게는 더 많은 건강을 축적시켜 주는 계절이 될 것이다.
상식적인 건강관리를 제대로만 한다면 “아! 가을인가” 하는 희열에 찬 함성이 내 것이 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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