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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여, 감사합니다영화 속 감사 - 가장 보통의 연애(Crazy Romance, 2019)
  • 김서정 기자
  • 승인 2019.11.12 10:40
  • 호수 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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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은 느낌일까, 공식일까? 문학이든 미술이든 음악이든 영화이든 예술 작품을 생산해내는 사람들은 감동을 나누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연애는 느낌일까, 시대 상황에 따른 남녀의 규칙일까? 첫사랑이든 상처받은 후 하는 사랑이든 사랑을 하는 사람들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어떤 과정을 거치는 걸까?
단풍이 예쁜 가을, 극장가는 비수기이다. 높고 맑은 하늘 아래 드리워진 울긋불긋 풍경에 취하기도 바쁜데, 컴컴한 상영관에 앉아 인위적인 작품을 감상하는 게 아깝기만 하다. 바깥 활동이 삶에 더 큰 생동감을 불어넣어주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기에 공효진, 김래원 주연의 ‘가장 보통의 연애’가 관객을 끌어 모으고 있다는 뉴스를 보았다. 내용은 연애를 성공시키고 싶은 사람들의 마음에 드는 공식으로 진행될 게 뻔한데, 좋아하는 배우들이 나온다고 해서 보기로 마음먹었다.  
상영관에 앉으니 홀로 영화를 보는 사람은 나밖에 없는 것 같았다. 남녀가 됐든 남남이 됐든 여여가 됐든 둘 이상이 나란히 앉아 영화를 보며 두런두런 속삭이기도 하고 호탕하게 웃기도 했다. 순간 외롭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지만, 영화가 끝나고 함께 외식을 하기로 한 아내가 있어 참을 수 있었다.
사랑은 느낌이 먼저라고 하지만, 영화는 가을 비수기에 관객수를 올리는 공식을 충실히 따르고 있다. 주인공 남녀 모두 깊은 상처로 가슴이 후벼진 상태에 있다.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다. 새로운 사랑의 느낌이 치고 들어올 틈이 없다. 이런 사람들의 첫 조우는 절대 근사하지가 않다. 샹들리에 조명 아래 하얀 드레스를 입고 나타나지도 않고, 바람 부는 거리에 머플러를 흔들며 휘적휘적 걸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서로의 상태를 극명하게 드러내며 마주한다. 즉 양파 껍질 벗기듯 밀당하는 수고가 삭제되었다. 그저 서로의 상처를 어떻게든 감싸 안으며 그것을 사랑의 느낌으로 가져가 하나가 되기 위한 솔직담백한 이야기만 이어질 뿐이다. 사랑을 구하는 밀어도 없고, 상대에게 잘 보이기 위한 배려도 없고, 애정을 얻기 위한 물품 공세도 없다. 오직 어떤 일이 벌어지든 현재의 내가 나아지면 좋을 것 같은 행동만이 이어질 뿐이다. 그래서 말도 아주 현실적으로 하게 되고, 사랑의 절차도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
예상은 했지만 정말 공식대로 뻔하게 진행되는 영화를 보면서 돈이 아깝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그것은 공식을 따른 영화가 문제가 아니라 영화를 그렇게 보는 내 느낌이 문제였다. 주변 젊은 세대들은 연신 리액션을 크게 했다. 한국 영화를 유독 많이 본 나만 시큰둥하게 109분을 보냈다.
극장 밖을 나오니 가을바람이 얼굴에 닿았다. 아내가 기다리고 있는 식당으로 향하면서 문득 아내에게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느낌이든 공식이든 영화를 보면서 결혼이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절감했기에 말이다. 아내여, 감사합니다.

 

김서정 기자  kimsj4416@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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