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감사 - 블랙머니(BLACK MONEY, 2019)

 

“2017년 우리나라 예산이 400조 원이고 독일은 414조이다. 이 사실이 너무 놀랍다. 우리나라 예산이 독일보다 14조 정도밖에 낮지 않은데 못사는 사람들이 너무 많다. (중략) 지금까지는 부정부패가 많아서 그랬을 수 있다. 합리적인 예산 계획과 낭비를 줄이면 얼마든지 할 수 있는 복지이다.”

영화배우 문성근 씨가 트위터에 인용해서 화제가 되었지만, 팩트에 문제가 있어 삭제된 글이다. 이 내용이 왜 갑자기 떠올랐을까? 영화 ‘블랙머니’ 때문이다.

이 영화는 이른바 ‘론스타(Lone Star Funds) 먹튀 사건’을 다루고 있다. 론스타는 미국 사모펀드 (private equity fund, 私募─)로 지난 2003년 자본 부실 판정을 받은 외환은행을 1조 3,834억 원에 인수 한다. 이후 2007년 9월 홍콩상하이 은행(HSBC)과 5조 9,376억원짜리 매각 계약을 맺은 뒤 금융위원회로부터 2012년 매각 승인을 받는다. 이 문제로 HSBC와의 계약은 어긋나게 되고, 외환은행은 결국 하나은행에 매각된다. 이 과정에서 론스타는 4조 6,000억 원을 챙기게 된다. 이 돈을 블랙머니 즉 검은 돈으로 규정한다. 다시 말해 이 영화는 부정한 방법으로 얻은 이 이득의 실체가 무엇이냐를 밝혀나가고 있다.

금융과 경제 지식이 없으면 이해 하기 어려운 내용이지만, 영화는 주연배우인 조진웅과 이하늬 그리고 문성근을 비롯한 조연배우들의 탄탄한 연기와 빠른 전개로 극적 재미를 주고 있어 지루하지는 않다. 웃음이 터져 나오는 부분도 자주 있어 영화 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그런데도 영화를 보는 내내 불편한 마음이 가시지 않아 답답했다. 그것은 영화의 핵심에 다다르지 못한 나의 무지 때문이었다. 정지영 감독은 쉽고 간결하게 직설적으로 인간의 욕망과 돈의 흐름을 보여주고 있었지만, 그 연관관계를 파악하기 힘든 나는 금융과 경제 공부를 하지 않은 것에 후회감이 물씬 들었다. 알 것 같기도 하고 모르는 것 같기도 하고, 내용이 잡히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지 않은 것 같기도 한 시간에서 깊은 반성이 치밀어 올랐다. 인간 사회의 필수품인 돈, 그걸 벌기 위해 매일 움직이는 나, 그 돈의 실체를 몰라도 너무 몰랐다는 사실에 스스로 경악을 하면서 영화 마지막에 이르렀는데, 이런 자막이 나와 낭패감은 더 극심했다.

‘스타펀드는 2012년 대한민국 정부를 상대로 대한은행 매각 지연의 책임을 물어 5조원대의 투자자-국가 간 국제소송(ISD)을 제기했다. 소송에 질 경우 국민의 세금으로 물어야 한다. 이 사건은 진행 중이며, 지금까지 구속된 사람은 없다.’

그저 나는 국민의 세금이 블랙머니로 흘러갈 수도 있다는 것에 분노할 수밖에 없다. ‘ISD’에 대해서는 전혀 감(感)을 잡지 못하는 내 무지를 탓하면서 말이다. 이런 자각을 하게 해준 영화 관계자들에게 감사드릴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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