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쓰기가 꼭 이룰 것입니다”

지난 12월 16일 안양교도소에서는 ‘안양교도소 수용자 감사나눔 공모전 시상식 및 페스티벌’이 열렸습니다. 18명의 수상자를 비롯해 450여 명의 수용자들이 대강당에 모여 나눈 감동의 소식을 본지 1~3면에 걸쳐 집중 소개합니다. 감사합니다.

 

자기 삶의 주인 되는 방법
“스스로 악을 하면 스스로 더러워지고, 스스로 악을 하지 않으면 깨끗해진다. 깨끗함과 더러움은 자신에 달려있다. 아무도 남을 깨끗하게 할 수는 없다.”

법구경 제12장 ‘자기(제 몸)’ 편에 나오는 글입니다. 무슨 말일까요? 아무리 좋은 말씀과 좋은 가르침을 받는다고 하더라도 자신이 스스로 변화를 동반하는 실천을 하지 않으면 아무 소용이 없다는 말 아닐까요? 즉 ‘자기’ 편에 나오는 “자기만이 자기의 주인, 어떤 주인이 따로 있으랴? 자기만 잘 제어할 때 얻기 힘든 주인을 얻은 것이다”라는 결론에 다다라야 누가 알려주지 않아도 자신의 삶을 멋지게 살아갈 수 있지 않을까요?

인류가 만든 가장 뛰어난 발명품 가운데 하나가 ‘문자’입니다. 생각을 머리 밖으로 꺼내 보일 수 있는 문자 덕분에 기록이 이루어졌고, 이것이 기억을 지속시켜 점점 더 나은 역사와 제도 그리고 현재의 문명사회를 일구어낼 수 있었습니다. 아울러 생각을 문자화하는 글 쓰기가 보편화되면서 우리 시대는 새로운 국면을 맞이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누구의 말을 듣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생각을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습니다. 누구의 글을 읽는 것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그에 대한 견해를 나의 것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즉 자기의 주인 된 삶을 사는데 있어서 글쓰기 만큼 좋은 방법은 없습니다.

 

감사쓰기 후 달라진 것들
“나는 오늘 입교식을 하면서 감사 일기를 쓰기로 결심했다. 이 감사 일기를 쓰게 된 것에 무엇보다 감사하게 생각한다. 감사일기를 통해 서 지금까지 감사를 감사로 생각하지 못했던 작고 큰 감사를 이 노트에 채워 나갈 것이다. 아름답고 행복한 감사가 일기를 통해 매일매일 채워져 가길 간절히 바라면서….”

이 글을 남긴 안양교도소 수용자는 이후 거의 매일 감사일기를 썼습니다. 즉 머릿속에 머물고 있는 바깥사람들에 대한 생각, 교도소 내에서 들은 강연들, 교도소 내에서 부딪히는 사람들, 교도소 내에서 받는 교육들, 이 모든 것들이 수증기처럼 날아가는 것이 아니라 차곡차곡 기록으로 남아 본인과 생각들을 주고받았습니다.

그 키워드는 단순한 기록이 아닌 ‘감사’였습니다.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요? 너그러워지고, 배려가 생겨나고, 공감 능력이 자리 잡았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의 위치가 어디인지, 이 세상에서 어떤 존재인지를 자각하게 되었습니다.

감사로, 그 감사를 기록하고 성찰 하는 것으로 자신의 주인 된 삶이 무엇인지 깊이 생각하고 그에 따른 행위를 보여주었습니다.

 

교도소 감사가 진화하다
“교도소 안에 있는 수인들은 대부분 어린 시절부터 마음에 많은 상처를 갖고 성장한 사람들이다. 가정과 학교, 이웃, 사회로부터 위로와 격려, 이해, 사랑이 아닌 무시와 멸시, 그리고 외면 속에서 마음에 상처를 가득 품고 살아 온 사람이 대다수다. 그런 분들에게 감사나눔을 한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제주도 돌하르방에게 웃어 보라는 것과 같을 것이다.”

이 글은 ‘교도소에 감사나눔운동을 시행하게 된 동기는 무엇인가?’에 대한 이기학님의 대답입니다.

2014년 당시 이기학님은 경북북부 제2교도소 기독교분과위원장이자 포항 아름다운 고백교회 담임목사로 계셨는데, 교도소를 다니시며 감사나눔을 전했습니다.

이때 이기학님은 “교도소 안에서 감사는 행복의 시작이라기보다는 자신을 찾는 시작인 것이다. 나에게도 어머니의 사랑이 있고, 나에게도 다른 사람의 흔적도 있고. 나에게도 나만의 삶이 존재하고, 나에게도 웃음이 있다는 것을 발견하게 하는 것이 감사나눔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감사를 쓰니 차분해졌어요”

 

이전부터 교도소 내 감사나눔신문 보내기 운동을 펼쳐온 감사나눔신문은 이 후 더욱 적극적으로 교도소와 인연을 맺어왔고, 멈추지 않는 성실한 노력 끝에 2019년 12월 16일 안양교도소에서 큰 결실을 보게 되었습니다.(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본지 3면을 읽으시면 됩니다.)

 

폭력이 줄었어요
현재 우리나라에는 안양·여주·의정부 등지에 29개 교도소가 있고, 청송과 화성에 직업훈련교도소 각각 1개, 천안에 개방교도소 1개와 소년교도소 1개, 청주에 여자교도소 1개가 있습니다. 이 밖에 구치소 10개소, 지소 4개소 등 총 48개의 교정기관이 운영되고 있습니다. 이곳에 5만 5천여 명 정도가 수용되어 있는데, 이중 3만 5천명이 기결수이고, 그 외는 재판 중인 미결수입니다. 감사 쓰기로 분위기가 좋아지고 있는 안양교 도소는 기결수 1500여명, 미결수 500명으로 아주 오래된 교도소입니다.

눈물과 감동의 ‘감사나눔공모전 시상식 및 페스티벌’이 끝나고 난 뒤 이날을 축하하기 위해 참석한 외부 인사들과 함께 교도소 둘러보기 시간이 있었습니다. 홍대 출신 화가 수용자가 그렸다는 그리스 산토리니 벽화 앞에서 김재우 코치협회장이 신용해 안양교도소장에게 물었습니다.

“감사 효과에 대해서 말씀해주세요.”

“폭력이 줄었습니다. 이곳은 온갖 싸움이 일어납니다. 말이 아니라 몸이 먼저 나갑니다. 우리 교도소에서 감사쓰기 운동을 한 결과 분명 폭력이 줄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이러한 결과가 나올 수 있었던 것은 교도소에 감사나눔신문을 보내주는 후원자들과 안양교도소를 직접 방문하여 감사의 힘을 열심히 전해주신 관계자들 덕분에 가능하기도 했지만, 덧붙여 감사쓰기를 본격적으로 시행토록 한 교도소 정책도 크게 기여를 했습니다. 하지만 핵심은 수용자들이 직접 감사를 썼기 때문입니다. 즉 감사쓰기를 지속적으로 하지 않고 감사나눔신문을 보는 것만으로, 교육시간에 감사를 잠깐 쓰는 것 만으로는 변화를 가져올 수 없습니다. 쓰는 사람만이(‘적기’) 감동의 변화라는 ‘기적’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 그것은 수용자들의 적극적인 감사 수용 태도에 있었습니다. 이를 곁에서 적극 도와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합니다.

 

차분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징역형은 교도소 안에서 일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근거해 우리 안양교도소는 생활 도자기 만들기, 봉제 작업, 목공예 등을 하고 있습니다.”

신용해 소장의 안내는 작업장을 거쳐 감방까지 이어졌습니다. 그곳에 잠시 들어가니 감사나눔 공모전 시상식에 참석한 가족들의 한결같은 말이 떠올랐습니다.

“여기서 생활 잘하고, 의젓하게 잘 이겨내고, 아프지 말고 건강하게 잘 있다 빨리 나와 사회에 진출하면 좋겠습니다.”

좁은 곳에서 집단생활을 하다 보면 크고 작은 충돌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이는 교도소뿐만이 아니라 그 어느 곳도 충분한 가능성이 있습니다. 하지만 이곳은 그런 어려움이 있더라도 마음대로 나갈 수가 없습니다. 자유를 잃었기 때문입니다. 인내와 자제를 갖고 견디며 지낼 수밖에 없습니다. 그 어떤 행위를 해도 당장의 현실은 바꾸기 어려우니까요. 그러자 공모전에서 상을 받은 한 수용자의 말이 또 떠올랐습니다.

“감사를 계속 써보니 저를 돌아보면서 차분해지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억울하고 힘든 마음을 움켜쥐고 있기보다 마음을 가라앉히며 ‘차분히’ 교도소 생활을 하게 되면 몸도 마음도 더 건강해질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얼굴이 밝아졌어요
성폭력, 알코올중독자, 마약 범죄자, 묻지마 범죄, 싸이코패스 등을 집중적으로 치료하는 심리치료센터를 둘러볼 때였습니다.

“범죄자들의 심리를 분석하는 프로파일링은 본래 교도소에 시작되었습니다. 이는 교정심리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이를 우리 교도소에서 적극 시행하고 있습니다. 프로파일링 전문가도 계시고, 정신과 도움을 받아 뇌파 검사도 하고 있습니다. 고백 시간도 갖고 가면을 쓰고 말하는 심리 연극도 하고 있습니다. 목적은 단 하나, 재범률을 줄이는 것입니다.”

신용해 소장의 말을 들으면서 여기에 감사쓰기가 결부되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또 들었습니다. 글쓰기는 속마음을 드러내 날리면서 새로운 마음이 들어 차게 하고, 감사쓰기는 마음 변화의 바탕을 가장 잘 일구어낼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입니다.

교도소 내 시설물 둘러보기 마지막 장소인 운동장으로 나갔습니다. 신용해 소장은 하루에 30분에서 1시간씩 바깥 운동을 하는 게 원칙이라는 말을 하고는 농구대를 가리켰습니다.

“교도소 운동은 걷기만 합니다. 축구나 농구를 하면 다칠 확률이 있는데, 부상자가 나오면 여러 문제들이 겹칩니다. 그래도 우리 교도소는 농구대를 설치했습니다. 그 이후 수용자들 얼굴이 밝아져 보입니다.”

그러자 한 분이 이런 추임새를 넣었습니다.

“감사쓰기도 일조를 했을 겁니다.”

웃음이 텅 빈 운동장에 깔려 나갔습니다. 신소장이 말을 이어갔습니다.

“저 농구대는 (한 분을 가리키며) 저 분 한테 기증을 받았습니다. 하나 더 있으면 좋을 듯한데, 그냥 드리는 말씀입니다.”

그 자리에 있던 분들은 그저 미소만 지었습니다. 신 소장은 말을 이었습니다.

“전에 교도소는 범죄학교라고 불렀습니다. 이제는 좋은 일들이 많아져 갱생 학교가 되어가고 있습니다.”

 

굳게 닫힌 철문을 나오는데 어둠이 찾아오고 있었습니다. 내일 또 해가 떠오르겠지만, 해를 맞는 것도 어둠을 맞는 것도 자기 자신입니다. 자기 자신이 자기의 주인으로 거듭나 인생을 설계해야만 멋진 삶이 펼쳐질 것입니다. 그 주인 된 삶에 감사쓰기는 크게 기여를 할 것입니다. 감사쓰기를 하시는 분들, 이제 실천하려고 하시는 분들, 관심을 기울이고 계시는 분들, 모두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나눔 페스티벌 축하 메시지


문용린 서울대 명예교수, “감사는 훈련된 마음”
오늘 여러분들의 감사 나눔 페스티벌을 축하드리며 즐겁고 의미 있는 하루가 되시길 기원합니다. 감사는 사람이 가질 수 있는 가장 고귀한 느낌입니다. 왜냐하면 감사하는 마음이 생기는 순간, 모든 부정적 감정은 안개처럼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감사하면서, 화내고 미워하고 공격할 수는 없기 때문입니다. 감사의 마음과 눈으로 바라보면, 세상의 모든 사람들이 착하고 아름답게 보인 답니다. 감사는 연습해서 습관을 들여야 하는 훈련된 마음입니다. 감사나눔 운동은 바로 감사의 훈련과정이라고 볼 수 있지요. 이번 축제를 통해서 숙달된 감사의 마음을 만유감 없이 잘들 발휘해 보시길 바랍니다. 축제에 동참하신 여러분들의 건강을 빌고 내년 한 해, 좋은 일이 하얀 함박눈처럼 여러분과 가족들 위에 풍성히 내리시길 기원 합니다.

 

손병두 전 호암재단 이사장, “감사는 세상을 바꾼다”
오늘 안양교도소 수용자 감사나눔 페스티벌을 개최하게 된 것을 진심으로 축하드립니다. 감사는 사람의 마음을 바꾸고, 세상을 바꿀 수 있습니다. 감사나눔운동에 동참하신 안양교도소 수용자 여러분은 감사로 새로 태어난 축복받은 분들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아울러 이 일을 지원해 주신 신용해 소장님, 제갈정웅 이사장님, 김용환 대표님께도 감사드립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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