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화 박사의 경영서신(23)

 

‘다기(多岐)’의 의미는 ‘여러 갈래’ 라는 의미이며 ‘망양(亡羊)’은 ‘양을 잃었다’는 의미이다. 양자의 이웃 집에서 양 한 마리를 잃어 버렸는데 마을 사람들이 모두 동원돼 양을 찾아 나섰지만 갈림길에 또 갈림길이 있어서 도저히 양이 간 방향을 알 수 없어 결국 찾지 못했다.

경남 진주에서 살고 있는 필자의 후배인 사업가는 자녀문제만 나오면 아내와 토론하다가 싸우고 나서야 대화가 중단된다. 아내는 “지방도시 학교에서는 애들이 공부하는데 한계가 있다. 서울로 자녀 둘을 데리고 함께 가서 공부를 시켜야겠다.”고 말을 꺼내면 남편은 ‘진주에서도 서울대 간 애들도 많은데 왜 나를 혼자 내버려 두고 서울에 가야 하느냐?’라고 말한다.

“서울로 가야 된다, 안 된다”라는 논의로 팽팽하게 맞서서 다람쥐 쳇바퀴 돌 듯 결말이 나지 않았다. 그러자 남편은 사업이 불경기로 잘되지 않아서 몸은 피로하고 신경은 날카로워져 있는데 집에만 오면 자녀 문제로 다툼이 있어 오랫동안 고민한 결과 선배인 필자에게 해결 방법을 문의했다.

양자(楊子)의 다기망양(多岐亡羊) 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고 대화의 간단한 방법을 제시하여 갈등의 요소를 해결했다. 그 비결은 대화하기 전에 4가지 질문법으로 우선 자기 자신에게 먼저 질문하고 답을 글로 적어 보라는 것이었다.

 

 

첫째, 목적은 무엇인가? 

아내에게 왜 남편과 자녀문제로 그렇게 싸우는 목적이 뭐냐고 노트에기 록해 보라고 하니 서울에 가서 2자녀가 SKY(서울대,고려대, 연세대)대학에 합격하는 것이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둘째, 근본 원인은 무엇인가?

진주 후배의 남편과 아내가 다투는 근본원인은 무엇일까? 목적 달성의 길이 한 길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면 “서울에 가야 꼭 좋은 대학에 가느냐?”라고 질문하니 옆집 친구도 서울에 갔다는 것이다. 옆집도 서 울 가는데 우리도 가야 된다는 아내의 강박관념도 원인이다. 즉 친구 따라 강남 가겠다는 발상이었다. 대개 의사결정을 할 때 객관적으로 바라보지 못하고 남이 갔으니 그 길이 정도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그 방향에 맞지 않게 반응 하거나 의견을 내면 “틀리다”고 몰아 붙이고 분노한다. 감정이 섞이지 않은 객관적인 사고로 사실을 파악해야 제대로 된 대책을 만들어 낼 수 있다.

셋째, 대책은 무엇인가?

서울에 가지 않더라도 SKY대학에 합격하기 위해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에 대해 아이디어를 내어보라고 했더니 후배와 후배 아내는 여러 가지 아이디어를 내었다. 월2-3회 서울에 가서 쪽집게 선생의 지도를 받는다. 인터넷의 유명한 강의를 듣는다. 진주에서 서울대에 입학시킨 과외교사를 찾아 지도 받는다. 이러한 여러 갈래의 길을 놓고 토의가 되어야 하는데 목적은 생각하지 않고 서울에 가야 된다는 한 가지 길만으로 이야기 하다 보니 목적에 관계없이 싸우면서 세월만 보내고 있은 것이다. 여러 가지 대책을 적어 놓고 보니 진주에서 서울대에 제일 많이 입학시킨 학원의 원장이 남편의 후배인 것을 알게 되었다.

넷째, 실행은 어떻게 할 것인가?

다음날 학원원장인 후배를 찾아가서 대책을 협의하니 서울로 이사가면 말씨나 환경에 적응하는데 시간이 걸리어서 오히려 성적이 나빠지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기본과목은 학원에서 하고 영어, 수학, 국어는 유능한 선생의 지도를 받도록 주선해 주었다. 이후 상의할 일이 있으면 4가지 순서로 가능한 데까지 적어보고 대화를 했더니 목적과 본질을 생각하지 않고 지엽적인 방법으로 다기망양(多岐亡羊)하며 “싸울 일이 없어졌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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