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반찬으로 나온 ‘모듬 씨앗’이 피워올린 예쁜 꽃

“옳지 예쁘다.
잘 자라라!
넌 예쁘게 클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어.

옳지, 예쁘다!
넌 할 수 있어!”

 

제갈정웅 편집인님께 글을 올립니다. 편집장님 올 한해, 사회를 비롯하여 그늘 지고 소외된 교도소에 긍정과 감사의 에너지를 힘껏 나눠주셔서 너무나 감사합니다. 하나님께서 허락하신 올해의 시간이 다 가기 전에 편집장님과 좋은 기운을 나누고자 이렇게 큰 용기 내어 펜을 들었습니다.

저는 16년째 수감생활을 하고 있는 무기수 000입니다. 사실 저는 현실적으로 보면 이 세상에서 잊혀진 사람이며 법의 관점으로 보면 크나큰 흉악범이며 그 누구에게도 대접받지 못하는 죄의 멍에를 쓰고 쓸쓸히 인생의 무대 뒤편으로 사라질 운명에 놓인 우울한 인생이었습니다. 하지만 가장 어둡고 짙은 암흑 속을 통과 해야 밝은 새벽이 오듯이 수감생활 중 가장 힘들고 고뇌가 깊었을 때, 가장 심하게 스스로를 자책하는 때가 되어서야 비로소 저 자신의 내면과 마주할 수 있었습니다.

사실 지난 날을 돌아보면 제 의식수준은 거의 밑바닥이었습니다. 이곳 교도소 동료 들과 이야기를 나누면서도 과거를 포장하기 바빴고, 있는 척 아는 척 잘난 척 등은 기본이고, 무조건 자존심을 내세우며 수감생활을 했으며 종종 아무것도 아닌 일로 싸움도 많이 했습니다.

그렇게 감옥 안에서 또 다른 감옥을 살며 무의미한 시간 속을 헤매던 어느 봄날, 아침 반찬으로 ‘모듬 씨앗’이 나왔습니다.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다가 점심에 먹으려고 비닐봉지에 한주먹을 담아 주머니에 넣고서 공장으로 출역을 나갔습니다. 오후에는 운동장으로 운동을 나갔는데 그때까지도 주머니에 넣은 모듬 씨앗을 깜박 잊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옷 속에 있는 그 씨앗 반찬에서 냄새가 나는 것 같아 하는 수 없이 공장 텃밭에 뿌리고 흙으로 덮어놓았습니다.

그렇게 한 보름쯤 지났을 때 놀라운 일이 일어났습니다. 무심결에 뿌려놓았던 그 냄 새나는 모듬 씨앗들 중에서 해바라기와 호박의 싹이 나온 겁니다. 너무나 신기하고 놀라워서 매일 물을 떠다 주며 정성껏 돌봤더니 해바라기는 점점 키가 커지더니 급기야 예쁜 꽃을 피웠습니다.

그때 저도 모르게 크게 깨달았습니다. 한낱 밥반찬으로 나온 해바라기와 호박 씨앗도 땅에 심고 물을 주면서 “옳지, 예쁘다. 잘 자라라! 넌 예쁘게 클 수 있고 아름다운 꽃을 피울 수 있어. 옳지, 예쁘다! 넌 할 수 있어!”라고 응원하니 죽어 있는 것처럼 아무런 희망도 없던 반찬인 씨앗조차 그렇게 기적 같은 생명력을 드러냄을 깨달은 것입니다.

저의 삶의 가치관이 통째로 바뀌는 사건! 아니, 기적을 체험하는 소중한 의식전환의 기쁨을 맛보았습니다. 정말 큰 깨달음이었습니다! 그저 밥반찬에 불과한 그 ‘모듬 씨앗’도 이렇듯 반전의 역사를 쓰는데 소위 만물의 영장이라는 인간인 나는 도대체 무엇을 생각하고, 무엇을 하고 있나? 삶을 안일하게 살아왔던 저 자신이 너무나 부끄러웠고 제게 또 다른 용기와 힘을 준 그 기적의 해바라기와 호박에게 너무나도 미안했습니다.

또한 그 씨앗들이 너무도 기특하고 고마워서 과거의 내 삶과 현재의 비전과 꿈의 나침반을 다시 조정하게 되었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난 지금 제 마음의 근육과 정신과 영혼의 색깔은 매우 맑은 에메랄드빛이라고 당당히 말합니다. 늘 말하기 전에 상대방의 입장을 다시 곱씹어서 말하고,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여주려 하며, 오늘의 긍정이 내일의 부정에게 넘어지는 일이 없도록 유연한 긍정의 내공을 쌓으려 합니다.

그리고 긍정과 감사와 진실됨을 한 공간에 담아봅니다. 겨울철 창살 너머로 들어오는 햇살 한 조각을 쬐며 그 햇살이 얼마나 위대한 힘이 있는지를 비로소 알게 되었습니다. 운동시간에 발밑으로 지나갔던 작은 개미나 지금 이 글을 쓰고 있는 저나 위대한 신께서는 단 한 종류도 허투루 무의미하게 만들지 않았음을 깨달은 삶을 살고 있으니, 비록 이곳이 감옥이지만 마음만큼은 드넓은 초원 위에서 자유 할 수 있습니다. 늘 어떠한 상황에서도 감사와 긍정을 모색 하고자 노력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2019. 12. 16 포항교도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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