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약속

“많은 일정 가운데 나와의 약속이 없다.”

김성장 시인의 ‘약속’은 이런 아픈 고백으로 시작됩니다. 그러고 보니 우리들 수첩에 ‘업무’나 ‘미팅’ 약속은 빡빡한데 “꽃과의 약속”, “고양이 눈빛과의 약속”은 없습니다.

시인은 “길모퉁이와 만나기로 한 날짜와 시간은 없다”고 한탄하기도 했지요. 그리고 헛헛한 어투로 이렇게 자문했습니다. “나는 나도 모르게 어디에서 무엇을 하고 누구를 만나고 있는가.”

그런 성찰의 시간을 가진 덕분일까요? 토머스 프리드먼의 ‘늦어서 고마워’를 다룬 저 의 이야기에 이런 시구로 댓글을 달아 주셨네요.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잠시 나를 생각했네. 네가 늦게 오는 바람에 잠시 주위를 살펴보았네.”

오늘은 수첩에 ‘나와의 약속’을 꾹꾹 눌러 적어보세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순진 전 합참의장이 군복무 42년 동안 자신을 따라 무려 45회나 이사를 다녀야 했던 아내와 자녀에게 꼭 해주고 싶었던 말은 무엇이었을까요? 육군 2작전사령관 시절 모범적 감사운동을 전개한 그는 가족에게 이렇게 말해 주었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재난 영화 ‘타워’에서 화염과 싸우느라 가족을 돌보지 못했던 베테랑 소방관 주인공(설경구)이 마지막 순간 음성 녹음으로 아내에게 남겨준 세 마디도 똑같았습니다.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세 마디의 순서에 담긴 함의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저는 ‘감사’가 ‘미안’을 ‘사랑’으로 전환시키는 매개이자 통로라고 해석해봤습니다. 지금 용기를 내어 가족에게 말해주세요.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꼰대

인터넷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꼰대의 육하원칙’은 다음과 같습니다. ①Who(내가 누군 줄 알아) ②What(네가 뭘 안다고) ③Where(어디서 감히) ④When(왕년에 나는 말이지) ⑤How(어떻게 나한테) ⑥Why(내가 그걸 왜).

리더에 대한 독특한 풀이에서 그 해법의 단서를 찾아봅니다. Listen(경청), Educate( 교육), Assist(도움), Discuss(토론), Evaluate(평가), Respond(반응)의 머리글자를 따면 LEADER가 되지요.

맨 앞에 Listen(경청)이 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합니다. 경청은 겸손을 의미하기 때문입니다. “교만은 손해를 부르고 겸손은 이익을 얻는다(滿招損謙受益, 만초손겸수익).” ‘상서(尙書)’에 나오는 이 구절처럼, 겸손해서 존경받는 리더가 더 많아졌으면 좋겠습니다.

 

보정산방(寶丁山房)

미국 가수 밥 딜런의 아명(兒名)은 ‘로버트 앨런 짐머만’이었습니다. 하지만 평소 동경하던 웨일스 시인 딜런 토마스의 이름을 따서 밥 딜런이라는 예명으로 활동했지요. 한때 유럽에선 많은 부모들이 딸이 태어나면 ‘백의의 천사’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이름을 따서 ‘플로렌스’, 남미에선 아들이 태어나면 ‘축구 천재’ 디에고 마라도나의 이름을 따서 ‘디에고’라 불렀다고 합니다.

정약용 유배지에는 김정희의 친필 현판 ‘보정산방(寶丁山房, 정약용을 보배처럼 모시는 산방)’이 있습니다. 정약용을 몹시 존경한 김정희는 중국의 옹방강이 소동파를 좋아해 당호를 ‘보소재(寶蘇齋)’라 지었던 것에 착안해 이렇게 썼지요.

우리 이름도 누군가의 가슴에 고마운 아명(雅名)으로 남는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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