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대로 말하라(OCN, 토일 밤 10시 50분)

본 대로 말하라(OCN, 토일 밤 10시 50분, 종영)

영화나 드라마에 등장하는 배우를 보면 대략 캐릭터가 읽혀진다. 사전 예고를 통해서도 짐작이 가지만, 그가 맡아왔던 역할에서 느껴지는 이미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를 역전시키면 화제작이 되지만, 섣부르게 했다간 배우도 작품도 망칠 수 있다.

 

주말 늦은 밤, 폭력성이 짙은 OCN 장르물을 즐겨 본다. 이유는 피를 흥건히 흘리는 모습, 상상 초월의 잔인한 수법으로 살인을 행하는 자들, 이를 폭력적인 방법으로 응징하며 정의를 세우는 공권력 집행자들을 보면서 내 안의 폭력성을 없애려고 하기 때문이다. 즉 카타르시스를 통해 나를 부드럽게 한다는 것인데, 이는 현재 영화가 갖는 주요 기능이기도 하다. 스크린에 펼쳐지는 폭력적인 이미지들이 현실에 구현되지 않기를 바라는 의식들이 알게 모르게 심어지는 역할을 이런 영화가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를 모방하려는 범죄가 있다는 우려도 있지만, 그건 증명되지 않았고, 폭력성 감소에 더 큰 기여를 했다는 것이다. 그러면 언젠가 폭력 영화도 폭력 사회도 나타나지 않는 사회가 올 것이다.

 

폭력 영화나 드라마에 사회학적 명분을 부여하던 기존 습관대로 ‘본 대로 말하라’를 보던 중, 나는 후반부에 등장하는 이야기 흐름에 충격을 받았다. 모든 사람을 내가 본 대로, 그 사람이 보여주는 모습 그대로 보면서 평등사상을 구현하려고 하는 내가 실제로는 지독히도 편견과 차별에 익숙하다는 것 때문이었다. 나도 있는 그대로 보고, 상대도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게 인류가 만든 사회 구조에서 얼마나 어려운지를 깨닫게 해주었다는 것이다.

‘본 대로 말하라’ 홈페이지 나온 캐릭터 소개 글이다.

[‘그 놈’, 박하사탕 연쇄살인마 / 그의 살인에는 아무런 흔적이 없었다. 다만, 피해자의 입 속에 박하사탕만 남겼을 뿐. 수사는 진척이 없었고, 경찰 당국의 무능을 비난하는 목소리도 높아졌다. 오리무중의 살인사건, 사람들은 언제부턴가 이 연쇄살인마를 ‘그 놈’이라고 불렀다.]

이 드라마의 핵심 인물이다. 그래서 누구일까 궁금해 하며 드라마를 보았는데, 나는 ‘그 놈’을 맞추지 못했다. 이야기 전개상, 배우들이 주는 느낌에서 짐작을 할 수 있었지만, 나는 ‘그 놈’에 ‘그’를 전혀 연결시키지 못했다. 왜 그럴까 생각을 해보니 나는 그 배우를 하찮게 평가하고 있었다. ‘열혈사제’로 얼굴을 익히기는 했지만, 그가 드라마에서 중요 역할을 할 만큼의 깜냥은 아니라고 봤다. 한 네티즌은 “음문석이 괜히 나왔을 리가 없지”라고 했다. 나는 단순한 수영의 직장 동료로만 여겼다. 그냥 극중 재미를 위해 시골 남성이 시골 여성을 흠모하는 것쯤으로만 알았다.

‘그 놈’이 ‘그’라는 것이 드러난 순간, 나는 내 삶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고, 그에게 마음으로 사과했다. 그리고 나를 일깨워준 음문석 배우에게 감사를 드렸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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