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가치(SK), 기업시민(포스코), 사회와 동행(삼성)

참 이상한 나라

“결국 당신들은 코로나19와 치르는 전쟁에서 이기고 회복할 것입니다. 충분히 자부심을 가져도 됩니다. 그 결과는 머지않은 미래에 나타날 것입니다. 힘내라 한국.”

“이 영상을 보면서 왜 내가 자긍심을 갖게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이 영상은 나를 일깨웁니다. 내가 한국을 정말 좋아하고 인정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는데, 이것이 바로 그 이유 가운데 하나입니다.”

이 말들은 지난 3월 17일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해외문화홍보원이 제작한 ‘참 이상한 나라’라는 제목의 동영상을 유튜브에서 보고 올린 해외 네티즌들의 댓글입니다.

4분 10짜리 화제의 이 영상에는 코로나19에 맞서는 한국인들의 이상한(?) 모습이 담겨져 있습니다. 손수 바느질해 만든 마스크 20여 개를 기부한 83세 할머니를 비롯 자발적 기부를 하는 국민들 모습, 대구경북으로 전국에서 모여든 의사와 간호사 등이 장엄한 음악을 배경으로 등장하면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외국인들이 이해하기 어려운 한국인의 이 저력을 뒷받침하기 위해 1997년 외환위기 당시 금 모으기 운동, 2007년 태안 기름 유출 사고 때 보여준 전 국민적 자원봉사 활동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러고는 다음 자막이 흐르는데, 이 대목에 수많은 사람들이 울컥했습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많은 나라가 굳이 감염자를 밝히지 않으려고 할 때도 이 이상한 나라는 묵묵히 검사를 계속해 나갔습니다. 감염자 수가 늘어가며 사람들이 수군대기 시작했지만 이상한 나라의 사람들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들은 바이러스의 전파를 막기 위해 모든 과정과 결과를 투명하게 공개하고 대책을 마련했습니다.’

공개 5일 만에 조회수 1백만 건을 넘긴 이 영상을 보면서, 소리 없이 묵묵히 코로나19 극복을 위해 자신의 역할을 다하는 기업들이 떠올랐습니다. 그래서 이번호에는 SK, 포스코, 삼성의 그림자 같은 코로나19 극복 지원 모습을 소개해 드립니다.

 

새로운 가치관의 기업 참여

“돈은 어떻게든 무차별화되고 외화(外化)되는 모든 것에 대한 상징이자 원인이다. 그러나 돈은 또한 오로지 개인의 가장 고유한 영역 내에서만 성취될 수 있는 가장 내면적인 것을 지키는 수문장이 되기도 한다.”

이 글은 독일의 사회학자 막스 베버만큼 잘 알려져 있지는 않지만, 막스 베버만큼 중요한 동시대 사회학자 게오르그 짐멜의 유명 저서 <돈의 철학>에 나오는 문장입니다. 한 마디로 ‘돈은 영혼을 지키는 수문장’이라고 회자되는 이 말이 어렵기는 하지만 대략 이렇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돈은 개인의 인성과 무관하게 오로지 수량으로만 사람을 보게 해주고(무차별화), 또 돈은 개인의 문화적 소양과 무관하게 오로지 얼마만큼 많은 물질을 소유하고 있는가에 대한 기준으로만 사람을 보게 해준다고 인식할 수 있습니다(외화). 즉 나의 내면 혹은 나의 영혼을 규정하는 게 돈이 될 수 없지만, 그 돈이 나의 영혼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자본주의 사회에 우리는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는 돈이 무조건 우리 사회를 물신화시켜 나쁘게 흐르게 한다는 것이 아니라 돈의 새로운 면모를 정의내리는 것입니다. 다시 말해 우리 사회의 관계를 묶는 중요한 연결고리가 이제는 돈이 되었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코로나19로 사회적 거리 두기가 권고되고 있습니다. 관계를 잠시 분리시키자는 것입니다. 그러다 보니 자본주의 사회를 움직이는 돈이 흘러가지 않고 멈추어 있습니다. 기업 중심으로 합심해서 만든 물건을 서로가 소비하면서 돈이 물처럼 움직여야 하는데 코로나19가 물꼬를 막아버렸습니다. 삶의 의지 근간인 영혼마저도 파괴될 수 있습니다.

게다가 기업도 위험에 처했습니다. 기업의 핵심 요소인 사람들이 모이지 못해 집단의 힘이 떨어지고 있습니다. 생산을 해야만 유동 자금이 흐르는데, 생산 라인도 멈추고 있습니다. 사회라는 공동체 발전을 위해 뚝딱뚝딱 만들고, 적절히 소비하면서 균형적 삶을 도모하는 이 시스템이 사면초가에 놓여 있습니다.

이 모든 어려움을 정부 홀로 극복할 수는 없습니다. 의사결정 구조가 빠른 기업이 협력해 도와야만 합니다. 그런데 협의 기구가 없어 의사결정에 참여할 수는 없습니다. 다만 정부에 협조하고 의논하며 기업으로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을 하고 있습니다. 상당한 기부금 전달, 시설 제공, 구호 물품 보급, 인력 자원봉사 등으로 코로나19 상황을 돕고 있습니다. 하지만 여기에서 주목해야 할 게 있습니다. 지금은 단순한 공헌이 아니라 새로운 가치관으로 이 문제를 보고 있고, 참여해 나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사회 고민이 업(業)-SK

사회적 가치 추구로 사회적 기업을 일구어 가는 SK는 최근 자사의 모든 일들을 한 글자로 정리해 알리고 있습니다. ‘업(業)’입니다. 사회 고민들을 기업이 도전할 업(業)으로 바라보며 사회와 기업의 행복을 함께 업(up)시킨다는 것인데, 이것이 바로 SK가 추구하는 사회적 가치라는 것입니다. 등식으로 나타내면 ‘사회적 가치=SK의 새로운 성장방식’이 됩니다. 그 궁극의 목표는 ‘함께, 행복하도록’ 즉 공동체의 행복입니다.

“우리를 둘러싼 모든 이해관계자의 행복을 위해 창출하는 가치로, SK의 사회적 가치 창출은 단순한 구호로써 그치는 것이 아니라 업(業)과의 긴밀한 연계를 통한 경영 체계 전반의 과감한 혁신을 전제로 하고 있습니다.”

54억 성금 기부를 포함, 그룹 및 관계사별로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다양한 지원활동을 이어가고 있는 장동현 SK 대표이사 사장의 말입니다. 이 의지 표명이 바로 기업 활동으로 번 돈을 어려운 시기에 베푼다는 기존의 구휼과는 다르다는 것입니다. 즉 또다시 일상이 돌아오면 기업의 목표였던 이익 추구로 다시 돌아간 뒤 또 어려움이 오면 기부를 하는 사이클이 아닙니다. 매사에 사회적 가치 창출을 염두에 두는 전략 방침이 곧 기업 활동이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장 사장의 말은 최태원 회장이 오랫동안 추구해온 사회적 가치 추구가 전 구성원에게 내재화되어 가고 있다는 증거로 볼 수 있습니다.

전사적으로 코로나19 극복에 나서고 있는 SK는 사회적 가치 추구를 근간으로 하는 사회 활동을 이렇게 하고 있습니다.

대구경북 지자체 추천을 받은 어린이 1,500명에게 도시락을 배달합니다. 평일에는 집으로 배달하고, 주말에는 밑반찬을 제공합니다. 제공 시한은 코로나19 진정 여부에 따라 결정됩니다. 도시락과 함께 10만원 상당의 ‘행복상자’도 전달합니다. 상자에는 마스크, 비타민, 건강간식, 삼계탕, 생필품(칫솔, 치약) 등이 담겨있습니다.

SK는 사회성과인센티브(SPC, Social Progress Credit) 제도를 적극 활용해 피해복구를 지원합니다. SPC는 사회적 기업 생태계 활성화를 위해 SK가 지난 2015년부터 운영해온 제도입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다보스포럼에서 “6년 전 이 자리에서 사회적 가치 추구 개념을 소개한 뒤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습니다. 사회적 기업이 창출한 사회적 가치를 측정한 뒤 그에 비례해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SPC를 4년간 190여 사회적 기업을 대상으로 시행했는데 지원금(150억원)보다 더 많은 경제적, 사회적 성과를 만들어 냈습니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코로나19 확산에 SPC를 도입하면 더 많은 사회적 가치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판단에 따른 조치라고 볼 수 있습니다.

또한 SK는 SK스토아, 11번가 등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대구 경북지역 사회적 기업·협동조합 제품 판매를 돕습니다. 쇼핑몰들은 수수료를 면제하거나 인하해 업체들을 도울 예정입니다. 구로에서 콜센터 중심의 코로나19 집단감염이 시작되자 SK텔레콤이 업계 최초로 콜센터 직원 재택근무를 시작하였습니다. 한편, SK브로드밴드도 같은 정책을 펼쳤습니다. SK는 구직자들에게도 희망을 주었습니다. 올해 8500명 이상의 신규채용을 약속했다는데,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을 위한 최태원 회장의 의지가 컸다고 합니다.

사회적 가치 추구를 운명의 업(業)으로 여기며 적극 실천하고 있는 SK그룹을 응원합니다.

 

 

더불어 함께 발전-포스코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을 새로운 경영 이념으로 삼고 있는 포스코그룹은 지난 27일 코로나19 국내 피해 확산 방지와 조기 극복을 위해 구호기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포스코 40억원과 포스코인터내셔널, 포스코건설, 포스코케미칼, 포스코에너지, 포스코ICT 10억원 등 총 50억원입니다. 출연금은 전국재해구호협회를 통해 손소독제, 마스크 등 의료구호물품, 자가격리자 생필품, 방역 및 예방활동에 사용될 예정입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은 “코로나19 피해 복구 지원에 힘쓰고 계신 의료진들과 위기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는 지역시민들에게 보탬이 될 수 있도록 그룹사 임직원들이 마음을 모았다”고 밝혔습니다.

이 가운데 감사경영으로 잘 알려진 포스코ICT의 협력 지원 사례가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잘 구현하고 있다고 말합니다.

포스코ICT 본사로 협력사 A사 대표가 한 통의 메일을 보냈습니다.

“코로나19 감염을 우려해 직원들을 위한 마스크를 구하기 위해 알아봤지만 확보하지 못해 미안한 마음을 갖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협력사임에도 포스코ICT측으로부터 마스크를 지원받게 돼 고마움을 느낍니다.”

포스코ICT는 자사 임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보안 요원, 식당 직원, 환경미화 직원 등에게도 마스크를 지원하고 있습니다. 포스코ICT 안전보건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확산이 장기화되면서 마스크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 여유있게 지원하지 못해 아쉬운 마음입니다. 마스크 나눔과 양보활동이 사회 전체적으로 확산돼 현재의 어려움을 슬기롭게 극복했으면 하는 바램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모두 더불어 안전을 지키겠다는 경영 이념이 내재화되어 있습니다.

또한 포스코는 효자프라자와 그린프라자 등 경북 포항에 있는 임대 사업장 41곳에 2∼6월 임대료 80%를 깎아줍니다. 포스코 포항제철소는 포항 남구보건소에 방호복 125벌, 포항의료원에 손소독제 1천개, 북구보건소에 커피기계와 커피원두를 전달했습니다. 남수희 포항제철소장은 “경영층과 직원들의 따뜻한 나눔 활동이 지역사회 코로나19 극복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케미칼은 세종공장이 위치해 있는 전의·소정보건지소에 손세정제 300개를 기증한 데 이어 빵과 컵라면, 천혜향, 음료 등 150인분의 식·음료를 기부했습니다. 포스코에너지는 매월 임직원이 추천하는 도서를 소개하는 ‘포스코에너지人’을 운영하고, 추천도서를 신청한 직원들에게 CEO 자필 격려 메시지와 함께 책을 선물하는 ‘북 드림(Book Dream)’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코로나19로 지친 임직원들을 위해 ‘책을 통한 소통’ 프로그램을 추진하고 있는 것입니다.

포스코 광양제철소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를 통해 광양YWCA 경로식당 무료급식소 환경개선 사업비로 3천5백5십만 원을 지정기탁했습니다. 광양YWCA 관계자는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경로식당 운영이 잠정 중단되어 대체식으로 지원되고 있어 매우 안타까웠는데 경로식당 운영이 재개되면 방문하는 어르신들에게 훨씬 깨끗하고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게 되어 굉장히 뿌듯하고 기쁘다”고 말했습니다.

포스코그룹 역시 ‘더불어 함께 발전하는 기업시민’ 경영 이념을 운명으로 여기며 적극 실천하고 있어 이를 응원합니다.

 

사회와 동행-삼성

한국이 자랑하는 세계적 기업 삼성도 코로나19 확산 방지에 적극 나서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지난해부터 강조해온 ‘사회와 동행하고, 공헌해야 한다’는 경영 철학이 반영되고 있다는 분석입니다.

삼성이 이룬 가장 큰 쾌거는 정부와 협력해 마스크 핵심 원자재인 필터용 부직포(MB·멜트 블로운)를 해외 2국에서 들여오기로 했다는 것입니다. 수입이 성사되기까지 삼성전자와 삼성물산의 글로벌 네트워크가 큰 역할을 했습니다. 앞으로 총 53t을 수입할 예정인데, 이는 5300만 장을 만들 수 있는 양이라고 합니다.

지난달 2월 26일 의료용품과 생필품 등을 포함해 총 300억원을 긴급 지원한 삼성의 이재용 부회장은 “국민의 성원으로 성장한 삼성은 지금과 같은 때 마땅히 우리 사회와 같이 나누고 함께해야 합니다. 이번 일로 고통 받거나 위기 극복에 헌신하는 이들을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할 것입니다”라고 말했습니다. 또한 구미사업장 직원들과 만나는 자리에서는 “어려운 상황에서도 최일선 생산 현장에서 묵묵히 일하고 계신 여러분께 진심으로 감사드린다”라고도 말했습니다.

대한민국 모두가 세계 초일류가 될 수 있도록 함께 하는 삼성에 감사드리며 이를 응원합니다.

 

“감사의 문화에서는 선물이 호혜성의 고리를 따라 자신에게 돌아올 것을 모두가 안다. 이번에 주면 다음번에는 받는다. 주는 영예와 받는 겸손 둘 다 방정식을 완성하는 데 필요한 절반이다. 둥글게 풀을 밟으며 감사에서 호혜성으로 가는 길을 걷는다. 우리가 추는 춤은 직선이 아니라 원이다.”

북아메리카 원주민 출신 식물생태학자 로빈 월 키머러가 쓴 <향모를 땋으며>에 나오는 글입니다.

사회적 가치, 기업시민, 사회와 동행 개념이 나오기 전까지 기업은 성장이라는 직선 가도만 달렸습니다. 그게 기업의 역할인 줄 알았습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는 나만 앞으로 가는 직선의 길이 아니라 모두가 연결되는 원에서 움직이고 있습니다. SK, 포스코, 삼성의 코로나19 극복 활동은 바로 이런 선상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단순한 기부나 공헌이 아니라 함께 가야 한다는 새로운 가치관 정립에서 새로운 미래를 열고 있습니다.

코로나19 대처를 통해 대한민국이 세계의 귀감이 되고 있듯이 SK, 포스코, 삼성을 비롯한 우리 기업들도 세계의 롤모델이 될 것입니다. 이러한 인식을 갖게 해준 코로나19에 감사드리며, 빨리 사라져줄 것에도 감사드립니다. 우리는 우리 모두를 응원합니다. 파이팅입니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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