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내 인생의 마지막 날

‘웰다잉(well-dying)과 감사’라는 주제의 강연 요청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죽음과 관련된 책을 구해서 읽다가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을 만났습니다. 미국의 호스피스 간호사 재닛 웨어가 22년 현장 체험에 바탕해 저술한 책이었습니다. ‘평화로운 죽음을 위한 작별 인사’라는 부제가 붙은 이 책은 저에게 감사에 대한 새로운 성찰을 하도록 만들었습니다. 숱한 죽음을 지켜본 재닛도 그저 ‘살자’가 아니라 ‘잘 살자(well-being)’고 결심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이 책의 마지막에서 그녀는 이렇게 고백했습니다. “나는 언제나 오늘을 내 인생의 마지막 날인 것처럼 사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임을 안다. 용서하고 행복하게 살면서, 자애롭고 즐겁게 살면서, 내게 주어지는 매일에 감사하는 것이 좋다.”

 

죽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

호스피스 간호사 재닛 웨어가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에서 들려준 이야기입니다. 오랫동안 호스피스 돌봄을 받아온 94세 노인 루이에겐 4남1녀의 자녀가 있었습니다. 마지막 작별의 순간이 왔고, 루이는 아주 잠시 깨어났습니다. 재닛은 자녀들을 재빨리 방으로 불렀습니다. 방안을 둘러보던 루이가 장남을 향해 침대로 가까이 오라고 손짓했고, 아들이 다가가 아버지의 손을 잡았습니다. 루이는 한동안 말없이 웃는 얼굴로 아들을 바라보더니 말했습니다. “고맙다.” 루이는 나머지 자녀들과도 똑같은 이별 의식을 가졌습니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고맙다.” 마지막으로 루이는 재닛을 향해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습니다. “이제 되었어요.” 루이는 눈을 감았고 다시는 뜨지 않았습니다.

 

사람이 죽음을 직감하면

역시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에서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그녀에 따르면, 임종을 직감하면 성질이 고약한 사람도 변합니다. 괄괄한 80세의 노파 레티는 호스티스 간호사를 쌀쌀맞게 대했습니다. 그런데 자신의 죽음이 임박하자 완전히 변해버렸습니다. “월요일에 다시 들를게요, 레티.” 금요일 저녁 재닛이 돌아가려고 하자 레티가 갑자기 흐느끼기 시작했습니다. “내가 그동안 좀 많이 못되게 굴었어요. 그래도 당신은 내게 정말로 친절했어요. 나는 당신이 정말로 좋아요. 하지만 월요일에는 내가 여기 없을 거예요. 나는 내일 세상을 떠날 거니까요.” 재닛은 레티를 안아준 다음 그녀가 잠이 들자 조용히 방을 나왔습니다. 레티는 다음 날 정말로 잠을 자다가 조용히 숨을 거두었습니다.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

이것도 ‘세상과 이별하기 전에 하는 마지막 말들’에서 읽었던 이야기입니다. 재닛에 따르면, 임종 환자들은 상징적인 언어로 자기가 떠날 것임을 암시하곤 합니다. “항구에 배가 도착했어요.” “택시를 불러주세요.” 임종 환자들이 남은 사람들에게 덜 위협적으로 들릴 말을 고른 것 같다고 재닛은 해석했지요. 이에 대한 적절한 반응은 그가 떠날 것임을 알고 있다고 확인해주는 것이라고 합니다. “배는 당신을 두고 떠나지 않을 거예요.” “택시는 제시간에 올 겁니다.” 아니면 간단하게 “당신이 그리울 거예요”라고 말해주어도 좋고요. 재닛은 호스피스 간호 중에 이런 이별 방법을 가족에게 가르쳤습니다. 나중에 가족은 어김없이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당신 말이 맞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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