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감사. 부부의 세계(JTBC 금토 10시 50분, 방영 중) (14면)

나는 결혼한 지 21년 되었고, 아내와 아들 이렇게 셋이 한 아파트에 살고 있으니 갈라진 부부의 세계가 아니라 함께하는 부부의 세계 아니 가족의 세계에 살고 있는 셈이 된다. 지난해 20년 이상 부부의 이혼은 3만8천400건으로 전년보다 5.8% 늘었다고 하는데, 아직 아무 문제도 없고 미래에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으리라 확신하니 이혼 증가 통계에 기여하지는 못할 것 같다. 그런데도 이혼과 파경 그리고 그에 따른 당사자 및 주변 인물들의 심리를 부담스러울 정도로 난타하고 있는 ‘부부의 세계’를 왜 온 가족이 열중해 시청하고 있을까?

‘부부의 세계’는 영국 BBC 드라마인 ‘닥터 포스터(Doctor Foster)’를 국내 버전으로 리메이크한 16부작 드라마로 19금을 자주 표방하기도 하는데, 실제 내용은 단순한 막장일 뿐이다. 화목했던 가정이 있고, 남자가 바람이 났고, 그 바람은 일회성 바람이 아닌 사랑의 결실로 매듭지어지고, 그 꼴을 참을 수 없는 여자는 복수의 역전극을 펼치고, 이후 이혼으로 모든 게 해결된 것 같지만, 다시 남자의 대역전 복수극이 스릴러 분위기를 담아 전개되는 ‘부부의 세계’는 배우들의 달인 같은 연기를 빼면 드라마 작가 습작품 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는 것이다.

방영 시작 전부터 언론 및 많은 사람들은 김희애의 연기에 초점을 맞추어 말을 나누고 있었지만, 한두 번 시청한 뒤로 이 드라마를 이끄는 중심인물은 박해준이라는 판단을 하게 되었다. 김희애가 연기를 못해서가 아니라 지난날 보았던 그 어떤 드라마에서 본 듯한 인상을 지울 수 없어 신선미가 떨어졌기 때문인데, 이를 완벽하게 커버하며 극중 심리 전선을 날을 세워가면서 긴장미 넘치게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박해준에 빠져 본방을 놓치면 재방이라도 보게 되었다.

박해준은 내 기억에 거의 악역만을 했던 것 같다. 주먹 세계 나쁜 놈, 경찰 세계 나쁜 놈 등등 그의 배역 자체가 나쁜 연기로만 일관했다는 것이다. 물론 ‘부부의 세계’에서도 기본 캐릭터는 나쁜 놈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바람을 피웠다는 것, 그 바람이 파산 극복인지 진짜 애정인지 애매하다는 것, 자식을 되찾기 위해 폭력을 사주하는 것 등이 나쁜 놈이기는 하지만, 나쁜 짓을 하고 있는 표정 연기를 보고 있으면 기이하게도 연민이 가면서 공감하고 싶어진다. 즉 그의 나쁜 짓은 나쁜 게 아니라 상황이 만든 나쁜 짓이라 무턱대고 밀칠 수 없는, 한 번 더 생각하면서 이해를 하고 있는, 그런 나를 보게 된다는 것이다. 그만큼 박해준 연기는 빼어났다.

문화 속 감사를 쓰면서 가장 크게 달라진 것은 극중 인물이든 실제 인물이든 사람을 단면적으로 보아서는 안 되고 다면적으로 파고들면서도 긍정적 시선을 던지는 게 중요하다는 점이었다. 이는 편견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었다. 감사가 이를 매개하고 있고, 그 소중함을 또 알게 해준 박해준 배우에게 감사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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