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나눔 장례식을 치른 박순애 전 총경의 특별한 체험

 

중학교 때 미션스쿨을 다녔던 나는 청년기까지 교회를 다니며 교리와 찬송으로 감성을 키우고 스스로를 긍정적인 사람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2008년 처음 코칭을 접하면서 세상이 내게 준 모든 은총에 비해 나의 감사는 너무도 부족했음을 발견하게 됐다.

그날부터 나는 감사일기를 쓰기로 멘토코치와 약속을 하고 1년 동안 매일 실천했다. 그러자 차츰 세상을 좀 더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하루하루를 더 즐겁고 행복한 마음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만나는 사람들과의 관계도 개선되었고 생활 속에서 평화를 누리고 긍정과 감사의 리더십을 발휘하며 나의 자존감도 확장됨을 느낄 수 있었다.

나와 같이 감사를 받아들인 남편에겐 함께 행복한 동행을 하고 싶다는 바람으로 A4용지 3면을 꽉 채워가며 감사를 쓰고 앞으로 당신과 이렇게 살고 싶다는 미래계획까지 기록해 감사편지를 보냈다.

그러던 10년 전 어느 날 청천벽력과도 같은 전화 한 통을 받았다.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사망했다는 것이었다. 몸이 불편하다며 쉬고 있던 남편은 친구들의 독촉전화를 받고서 동창회에 간다며 집을 나섰는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현관 앞에서 내게 보냈던 눈맞춤이 마지막 인사가 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아무런 준비 없는 이별이었다.

빈소에서 문상객들을 맞으며 멍한 상태에서 그냥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하며 하루를 보내고 이틀을 보냈다. 나는 이틀 동안 거의 잠을 못 잤고 미음 한 숟가락 입에 넣을 수 없었다.
자정이 조금 넘은 시간에 S코치가 빈소에 왔다. 늦은 시간이지만 이걸 빨리 전달해야겠다는 생각에 달려왔다며 예쁜 편지지와 편지봉투를 내밀었다. 남편에게 감사편지를 쓰는 것이 어떠냐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그의 권유에 따라 나와 우리 아이들은 각자 감사편지를 쓰고는 다음 날 입관식 때 읽고 관에 넣어 드리기로 했다.

장례식 셋째 날이 되었다. 며칠간 잠을 거의 못 자고 거의 먹지 못했던 나는 새벽에 남편에게 감사편지를 쓰는 일에 집중하는 것도 쉽지 않았다. 머리와 어깨는 아프고 글은 정리가 잘 되지 않아 잠시 엎드려 새우잠을 자다 새벽에 제단을 바라보며 목 놓아 통곡하시는 시어머니의 울음소리에 선잠이 깼다.

여전히 머리는 어지럽고 등판까지 온몸이 다 아파서 움직일 수조차 없는 상황에서 겨우겨우 감사편지를 완성했다. 그리곤 급히 사다준 우황청심환과 약들을 챙겨먹고 몰려오는 사람들을 맞으며 힘든 오전을 보냈다.

입관식을 위해 가족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나는 먼저 남편에게 드리는 감사편지를 읽었다. 간략히 소개하면 이런 내용이다.

“25년 전 나를 만나고 사랑하고 결혼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 우리 소중한 아이들을 만날 수 있게 해준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 25년 동안 내 옆에서 지켜주고 챙겨주고 웃어준 당신 감사합니다. / 언제나 내 편이 되어서 든든하게 지켜주신 당신에게 감사합니다. / 나의 부족한 부분을 채워주고 기다려 준 것 감사합니다. / 우리 마누라 요리가 최고라며 어떤 음식을 해줘도 맛있게 먹어 주던 당신 정말 감사합니다. / 당신에게 ‘사랑한다, 감사하다’는 말을 더 많이 못해주어 미안합니다.”

나에 이어서 작은아이와 큰아이도 아빠에 대한 감사편지를 읽어 내려갔다. 우리는 감사편지를 고이 접어 관속에 함께 넣어 드렸다.

입관식을 모두 마치고 뒤돌아서는 순간 갑자기 눈이 맑아지는 느낌을 받았다. 어깨도 너무 가볍고 몸이 날아갈 듯 편안해지는 느낌이었다. 아침에 그렇게 힘들어 하던 나였는데 너무나 몸이 가벼웠다. 주위를 돌아보니 모두가 편안한 얼굴이었다.

아침에 많이 힘들어 하셨던 시어머니를 붙들고 “어머니 몸은 좀 어떠세요?” 하고 물으니 괜찮다고, 전혀 안 아프다고 신기하다는 표정으로 말씀하신다.

친정어머니와 시아버님께도 여쭤보았는데 모두가 아픈데 없이 편안해졌다는 응답이 돌아왔다. 그 이후 장례식장에는 평화가 왔다. 몸이 아파 힘들어 하거나 마음 아파 우는 사람도 없었다.
넷째 날 아침엔 발인이 시작됐다. 새벽부터 시작한 발인 준비는 순조롭게 이루어졌고, 아버님 어머님을 비롯해 더 이상 큰 소리로 우는 사람도 몸이 아픈 사람도 없었다. 장지에서도 모든 것이 계획되고 미리 준비된 것처럼 너무나 평온하고 순조롭게 행사를 마칠 수 있었다.

나는 이 신비한 경험 이후로 누군가 이별을 앞두고 힘들어 하는 이를 만나면 언제나 나의 경험담을 들려주며 떠나가는 이에게 감사편지를 쓰고 읽어 주길 권했다.

그 중에는 오랫동안 암 투병을 하다 돌아가신 아버지에게 더 잘해드리지 못한 것을 늘 죄스러워 하고 힘들어 하던 직장 동료도 있었다. 그는 나의 권유로 아버지께 감사편지를 드린 후 위로 받고 마음이 편안해졌다며 메일을 보내왔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한다.

“저희 아버지의 마지막 가시는 길을 꽃길로 만들어 주신 은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 고마운 마음 어떻게 말로 다 전해 드릴 수 있을까요? 덕분에 부모를 보낸 죄 많은 자식이지만 아버지를 보내드리는 마음이 한결 편안했습니다. 덕분에 아버지 가시는 길에 넘치는 마음 드릴 수 있었습니다. 평생 갚지 못할 마음의 빚을 졌습니다. 고맙습니다. 고맙고 감사한 마음 살면서 두고두고 갚아 나가겠습니다.”

살아가다보면 어느 날 갑자기 찾아온 예기치 못한 상황으로 힘겨워 할 때가 있다. 그런 상황에서도 감사를 찾고 감사의 힘을 사용할 줄 안다면 그 상황을 전화위복으로 삼는데 큰 힘이 될 것을 확신한다.

 

딸과 함께 한 박순애 전 총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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