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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때문에 불편해하는 사람이 너무 많다. 끝없는 열등감에 시달리고 주변을 둘러보면 다 잘 사는 것 같은데 자신만 힘들다고 한다. 부정적인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문다. 무엇인가 잘못한 것 같고 죄책감에 젖어있다. 지나간 일이 후회스럽다.
치명적인 잘못을 저지른 것 같고 모든 사람들이 적대적인 것 같다. 한없이 위축되고 작아지는 자기 자신이 싫고 항상 우울하다. 이런 경우는 참 인생을 사는 것이 아니라 과거에 사는 것이다. 다 지나가버리고 다시 돌아오지 않을 과거가 삶을 지배한다.

어떤 사람은 미래에 산다. 무엇인가를 걱정한다. 앞으로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쩌나, 혹은 이 일이 일어나지 않으면 어쩌나하고 두려워한다. 오지도 않은 미래를 걱정하는 것은 정말 도리가 없다. 실제로 일어난 일이어야 어떻게 대책을 세우지 하면서 고민하고 걱정하다 인생을 보낸다.

인간은 과거나 미래가 아닌 현재를 살아야 한다. 그러나 실상 진짜 현재를 사는 사람은 그렇게 많지 않다. 늘 머릿속으로는 지나간 일을 후회하거나 앞으로 올 일을 걱정하면서 산다. <현존>이라는 다시는 오지 않을 순간을 누리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짜릿한 일이다. “지금 여기”라고 하는 순간에 <현존>하는 것을 깨우칠 수만 있다면 많은 어려움들이 극복될 수 있다.

실제로 현존 순간은 문제가 없는 바로 그 시간이다. 비록 빚독촉에 시달리고 있고 성적이 나오지 않고 부도 위기에 있고, 가정 파탄 직전이라고 하더라도 지금 이 순간에 자신은 살아있고 그의 의식은 또렷하게 깨어있는 상황이다.
사실 우리는 이런 현존의 순간을 잘 경험하지 못한다. 암벽 등반을 할 때는 온 몸을 오로지 손가락의 힘에만 의지해서 매달려 있게 되면 우리는 바로 그 순간에만 집중할 수밖에 없다.
그 때는 경제 상황도, 가족간의 어려움도, 대인관계도, 앞으로의 거취도 그리 중요한 문제가 되지 않는다.
외과 의사가 수술을 하면서 집중하고 있는 순간은 바로 현존이다. 그 때에는 개인적인 어려움은 전혀 머릿속을 파고들지 못한다. 그래서는 제대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소위 이렇게 오직 현재만이 존재하는 순간을 자꾸 훈련하는 것은 정신 건강에 매우 큰 도움이 된다.

수술이나 암벽등반과 같은 거창한 순간에만 현존을 느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호흡을 하며 코에 들어오는 공기를 느끼고, 걸으면서 땅이 발에 닫는 느낌을 받아들이고, 음식을 씹으며 그 느낌을 찬찬히 경험하면서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의 현존을 경험할 수 있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그럴 여유가 없다. 숨은 자동으로 쉬는 것이고 걸음은 어디론가 가기 위해서 바삐 재촉해야 하는 것이고 음식은 생존을 위해서 쓸어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고대로부터 많은 영적 체험은 바로 이런 ‘지금 이 순간’의 충만함을 경험하는 것을 매우 중요하게 여겨왔다. 선 불교에서는 순수하고 완벽하게 지금 여기 이 순간에 깨어 있음으로 해서 어떤 고통이나 번민, 괴로움도 존재하지 않게 모든 것을 녹이는 것을 중요하게 생각했다. 내일의 걱정은 내일에 맡기라, 어떠한 걱정도 키를 한 자나 키우게 할 수 없다는 기독교적인 가르침도 바로 지금 이 순간을 강조한다.

이렇게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다 보면 자신의 진짜 삶을 만날 수 있게 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삶의 상황에 모든 에너지를 기울인다. 삶의 여건에 따라 좌지우지된다. 그러나 진짜 삶은 여건이나 상황과는 관계없이 부자나 가난뱅이나 다 누릴 수 있는 것이다. 가만히 앉아서 자신의 모든 감각을 동원해서 이제까지와는 다른 방식으로 자신의 주변을 보라.

빛과 그림자를 보라. 색을 보라. 낌을 느껴봐라. 그 공간을 느껴봐라. 천천히 숨을 들이쉬고 내쉬면서 자신의 호흡에 집중해보라. 그 공기의 흐름을 느껴보라. 이런 식으로 자신의 삶이 경험하는 것이 얼마나 많은지 또 얼마나 낯선지를 경험해보자. 이렇게 삶의 여건과 상황이 아닌 그 근간에 있는 자신의 삶을 경험하는 것, 지금 이 순간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진다면 결국 자신의 과거, 미래, 감정, 생각, 이런 것에 집착하고 얽매어 있는 자신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된다.

심리학에서 이야기하는 <관찰자적 자아>가 생긴다. 우울의 바다에 빠져서 헤매는 것이 아니라, '아, 내게 우울하다는 기분이 있구나, 내가 우울한 생각을 하는구나'가 된다. 불안에 빠져 공포 속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아, 내가 지금 불안한 기분이구나'라며 한 발 떨어져 생각할 수 있게 된다.

자신에 대해서 아무런 판단도 하지 않고 어떠한 비난도 하지 않는 상태로 혹시 중간 중간에 나도 모르게 밀려드는 판단이 들더라도, '아, 또 판단하는구나'라는 경험으로 지금 여기의 상태에서 자신을 바라볼 수 있게 되면 내가 원하지 않는 그런 생각에 얼마나 놀아났는가를 확실하게 체험하게 된다.
지금 이 순간을 알 수 있고 경험할 수 있고 누린다는 것은 어떻게 보면 ‘정신 건강의 열쇠’이다. 쉽게 차지할 수 있는 이 열쇠를 버리는 우를 범하지 말고 지금 이 순간을 잘 누려보자.

 

                                                              <월간 비타민 일부 발췌>

 

채정호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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