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급 영화 A급 열정

B급 영화라는 게 있다. 저예산으로 빠른 시일 내에 제작하는 B급 영화의 시작은 이렇다. 1930년대 미국에 대공황이 왔다. 영화 관계자들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 관객들이 적은 비용으로 많은 영화를 보게 한다는 전략을 세웠다. A급 영화와 B급 영화 두 편 동시 상영이다.

“제 영화를 아직 미국 관객들이 모를 때 항상 제 영화를 리스트에 뽑고, 좋아하셨던 ‘쿠엔틴 형님’(쿠엔틴 타란티노)도 계신데, 너무 사랑하고 감사하다. 쿠엔틴 ‘아이 러브 유’.”

영화 기생충으로 아카데미상을 받은 봉준호 감독이 시상식장에서 외친 말이다. 여기에 나오는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은 ‘킬 빌’(Kill Bill, 2003작) 등 수많은 영화를 만들었는데 B급 영화 같은 영화를 A급으로 만든 감독으로 평가받고 있다.

막대한 제작비와 유명 배우를 등장시켜 A급 영화를 표방하는 영화도 막상 가보면 실망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데 주머니가 가벼운 사람들을 위해 출발했다는 B급 영화에서 보물을 발견한 듯 큰 재미를 보는 경우가 가끔 있다. 예술에서는 미흡하지만 오락에서는 큰 역할을 했다는 것이다. 개중에는 예술적으로 뛰어난 영화가 있기도 하지만 이런 영화는 애매하면서도 자극적인 장면이 많아 호불호가 분명하다.

우리 집은 텔레비전을 켜면 999번이 제일 먼저 뜬다. VOD 판매를 위해 영화 리뷰가 쭉쭉 이어지는데, 이런 멘트가 들렸다.

“B급 영화로 조폭이 등장하는 액션물인데, 과하지 않은 B급 영화 분위기가 납니다. 추천합니다.”

그래도 굳이 찾아보지 않았는데, 얼마 뒤 무료영화로 올라왔다.

줄거리는 정말 간단했다. 라이타만 손에 쥐면 수십 명은 거뜬히 제압할 수 있던 조폭이 과거를 청산하고 선배와 함께 포장마차를 운영한다. 그곳을 기웃거리며 행패를 부리는 건달들을 봐도 참고 또 참는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인을 구하게 되고 사랑에 빠진다. 그 여인을 인질로 삼아 주인공을 협박하고 회유하려는 조직이 설쳐댄다. 주인공은 다시는 싸움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건만 마지막으로 라이타를 손에 쥐고 평정에 나선다. 여인을 구한 남성은 양복을 입고 다닐 수 있는 번듯한 직장에 취직을 하면서 영화는 막을 내린다.

도사 같은 배우들에 비해 연기력은 떨어지지만 풋내 나면서도 땀이 배어 있는 말과 대사에서 전해져오는 살아있는 삶의 감각들, 그것은 곧 B급 영화라고 알면서도 혼신을 다해 연기를 하는 배우들의 열정이었다. 멍석 주위에 아무리 관객들이 없어도 준비해간 내용들은 모두 다 펼쳐놓은 광대들의 그 흥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늘 뒤처져 있다는 소심함을 일소해준 배우들의 열정에 깊이 감사드린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