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섬김채정호의 정신건강

농사를 지어보면 그냥 되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안다. 파종하고 모를 내고 거름을 주고 열심히 잡초를 뽑아 주면서 애를 쓴 덕에 풍성한 가을걷이를 할 수 있게 된다. 수확만을 보면 거기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이 있어야 하는지는 놓치기 쉽다. 씨를 뿌리면 하루 아침에 열매 맺는 것이 아니라 햇빛과 양분, 땀과 노력이 담기고 시간도 지나가면서 결과를 얻은 것이다.

 

우리 인생도 마찬가지이다. 최후에 얻게 되는 삶의 성공만을 보면서 그 밑에 숨어있는 노고는 보지 못하는 사람이 많다. 흔히 공부를 잘 못하는 아이들을 둔 부모는 “운동이나 시키지”라고 쉽게 말을 하지만 운동 선수로서 살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노력을 해야 하고, 얼마나 많은 연습을 쉬지 않고 반복해야 하는지는 보지 못하는 소리다.

 

성공한 마라토너가 연습 런닝이 너무 힘들어서 달리는 차에 뛰어들어 차라리 사고를 당했으면 하는 유혹을 받았다는 것, 골프 선수가 골프채 그립을 하도 꽉 잡아 피부가 녹다시피 해서 손을 뗄 수가 없었고 억지로 벌려서 떼어보니 피투성이였다는 이야기, 눈뜨고 볼 수 없는 몰골이 된 발레리나의 발 등은 그 안에 쌓여있는 세월과 노력이 얼마나 컸는지를 알게 해주는 사례는 넘치고 넘친다.

 

성공한 사람들의 특징을 보면 이런 힘든 일들을 그저 한 과정으로 보고 버티고 넘길 수 있었다는 것이다. 시련은 누구에게나 다가온다. 그러나 그 시련에 넘어지는 사람과, 그 시련이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해내기 위해서 치르어야 하는 대가의 하나로 봐서 시련을 넘어가는 사람은 당연히 다른 결과를 얻을 것이다.

 

권투 선수는 배를 튼튼하게 만들기 위해서 트레이너에게 돈을 주면서 자기 배를 때려달라고 한다. 배의 근육을 강화시켜 맷집을 튼튼하게 해서 실제 시합에서 버티고 이길 가능성을 높게 만들기 위한 것이다. 멀쩡한 배를 얻어 맞아야 하는 것은 참으로 고통스러운 일이다. 아픈 것이 싫어서 피하고 훈련을 게을리하면 훈련할 때에는 편하게 할 수 있지만 정작 경기에 나서는 배에 펀치 한 대만 맞으면 그대로 쓰러지고 말 것이다. 고통을 겪고 나서야 승리를 얻을 수 있는 법이다.

살다보면 많은 고통과 대가를 치르어야 한다. 밤샘 공부를 해야 좋은 대학에 갈 수 있는 것이며, 쉬지 못하고 애를 써야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 세상이 좋아지면서 자꾸 편안한 것을 찾는 사람들은 이런 당연한 삶의 원리를 무시한다. 대가를 치르지 않고 공짜로 얻겠다는 풍조가 넘치고 있다. 무조건 아픈 것은 피하려고만 한다. 사랑을 하는 것에도 아프지 않고 대가를 치르지 않으려 한다.

사랑하면 돈과 시간과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괜히 버스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가고, 지하철 순환선을 타고 마냥 돌고, 한강다리도 걸어서 건너고, 집에 데려다 준 다음에 다시 자기 집까지 같이 가자고도 하고 또다시 데려다 주기도 하면서, 비싼 밥도 사야 하고, 선물도 아까운 줄 모르고 하고, 몇 시간씩 기다려주기도 해야 하는 것이 사랑이다. 이런 대가를 지불하며 사랑을 만들어 가는 것이다.

모든 것을 효율적인 측면에서 바라보는 시각에서 보면 이런 것은 몰지각한 일이다. 그러나 사랑은 그 사람을 위해서는 목숨도 아깝지 않은 것이고, 그 사람과 같이 있기 위해서는 무엇이든지 지불해도 좋다는 마음이다.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서 아까운 줄 모르고 돈을 쓰는 것이고, 금쪽과 같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이 사랑이다. 내가 자녀 교육비로 쓸 돈 얼마, 나중에 받아낼 돈 얼마라고 따지면서 투자하는 것은 자식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자식과 거래를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거래는 아무리 잘 해도 기쁨과 행복은 없다. 물론 이문이 많이 남는 장사를 하면 돈을 많이 남길 수 있어서 즐겁고 신날 수도 있겠지만 진정한 평안과 행복을 느낄 수는 없다. 이것은 돈 많은 갑부들이 모두 행복한 것은 아니라는 말이기도 하다. 재정적 이익과 여유가 행복이라면 이런 사람들이 불행할 이유가 없다. 그런 사람들도 자살을 하고 우울증에 걸리는 것을 보면 돈 만으로는 행복을 만들어 낼 수 없다는 것은 확실한 진리이다. 그러나 사랑하는 사람만 있다면 그 사람을 위해서 무엇이든지 할 수 있다는 마음만 있다면 비록 가진 돈은 없더라도 행복할 수 있다. 이렇게 시간과 돈을 쓰고 힘든 일이 있을지라도 사랑을 한다는 것은 가치있는 일이다.

대가를 치르어도 좋은 일들은 세상에 많다. 봉사를 하거나 섬기는 것도 비록 힘들고 어려운 일이지만 그만큼 투자를 하고 나면 그 어떤 것보다도 보람과 기쁨을 거둘 수 있는 일이다. 하지만 봉사를 하는 것에도 대가를 치르지 않는 사람이 있다. 자신이 가능한 시간에만, 아주 약소한 비용과 노력만을 기울이며 스스로 속이며 봉사를 한다고 한다. 하지만 진정한 섬김에는 아픔이 동반된다. 내가 아프도록 아까운 것을 내어놓을 때 진정한 섬김이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섬길 수 있을 때 섬김을 받는 사람이나 섬기는 사람이나 모두 다 진짜 행복해질 수 있다. 살면서 치르러야 하는 것들을 아까워하지말고 퍼부을 수 있는 사람이야말로 참으로 행복한 사람이다.

 

채정호  alberto@catholic.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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