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양현 칼럼

여름이 시작된 지 중반이 되었다. 여름쯤이면 끝날 것 같던 코로나 19 바이러스가 아직 지속이 되어 마스크를 써야 하니 불편하긴 하지만, 그래도 예전보다 손 씻기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한 덕에 식중독과 같은 발생은 덜 나타나는 것 같아 다행이다. 하지만 요즘과 같이 비가 많이 오는 장마철에는 음식이 쉽게 상할 수 있어 주의해야 한다. 더불어 이제 장마철이 끝나면 바로 무더위가 시작된다. 요즘은 대부분 에어컨이 갖추어져 있어서 시원하게 보낼 수 있지만, 막상 시원하게 보내다보면 문제가 생길 수 있다. 

흔히 에어컨을 많이 쐬면 생긴다고 알려진 냉방병은 초기에는 가벼운 두통이나 나른함, 콧물 등의 증상을 보이지만 밀폐된 차가운 곳에 오랜 시간 머물게 되면 쇠약, 발열, 인후통 및 복통, 설사 등의 증상도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에 걸리는 이유는 더운 환경에 서서히 익숙해졌던 몸이 차가운 환경에 갑자기 노출되면서 이에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게 되는데, 자율신경계의 피로 증상으로 주로 발생하게 된다. 또한 건조한 공기에 오랫동안 우리 몸이 노출이 되면 코나 인후의 점막이 건조해져 바이러스나 세균의 침입이 쉬워지게 되면 이로 인해 바이러스 감염이 되면서 감기와 같은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 

냉방병에 걸렸다고 생각되면 일단 차가운 실내 기온을 올리고, 환기를 시켜주는 것이 좋다. 냉방병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실내와 실외의 온도 차이가 5~6도 이상 나지 않도록 하는 것이 좋으며 약 26~28도 정도가 적당하다. 이와 같이 냉방환경을 개선하는 것만으로도, 대부분의 냉방병은 호전이 된다. 그러나 발열이나 두통, 오한 같이 증상이 심할 경우에는 병원에 찾아가 각 증상에 맞는 대증 치료를 하는 것이 필요하다. 

에어컨과 더불어 냉방하는 장치로 감염되는 또 하나의 질환이 바로 레지오넬라증이다. 레지오넬라증은 물에서 서식하는 레지오넬라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성 질환이다. 레지오넬라균은 물만 있으면 어디에든 존재할 수 있어 주로 냉각탑수, 에어컨, 샤워기, 수도꼭지, 가습기, 분수대, 목욕탕, 찜질방 등의 오염된 물속에 있다가 작은 물방울 형태로 공기 중에 퍼져 사람 몸에 들어오게 되며, 사람 간의 전파는 되지 않는다.

레지오넬라균 감염증은 독감형과 폐렴형으로 나뉜다. 독감형은 기저질환이 없는 사람에서 빈발하는데, 발열, 오한, 두통, 근육통, 마른기침, 콧물 등 경미한 증상만을 나타나고 보통 2~5일이면 별다른 치료 없이 호전된다. 폐렴형은 주로 만성폐질환자나 흡연자 혹은 면역저하자에게서 빈발하며, 24시간 이후에 발열에 더해 폐에 염증이 생겨 기침, 호흡 곤란 등이 발생하며 심각한 감염증을 나타낸다. 종종 폐렴형은 심근염, 심외막염, 부비동염, 봉소염, 복막염, 신우신염 등 심각한 합병증을 동반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누구나 감염될 수 있으나 특히 만성폐질환자, 흡연자, 당뇨환자, 신부전증 환자, 면역저하 환자 등에서는 폐렴과 같은 감염의 위험성이 증가하므로 더욱 주의해야 한다. 폐렴형의 경우에는 약 14일간의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나 면역저하자의 경우 더 긴 기간 동안 치료해야할 수 있다. 

레지오넬라증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에어컨 필터, 냉각기 등의 정기적인 소독과 점검이 필수다. 대부분 대형건물들의 냉각탑수와 냉온수 시설들은 관리가 잘 되고 있지만 일부에서는 레지오넬라균이 종종 발견되고 있다. 기준치 이상의 레지오넬라균이 발견되어 조치가 필요한 곳도 매년 보고되고 있기 때문에 경각심을 가질 필요가 있다.

가정에서도 2주일에 한 번은 에어컨 필터를 깨끗이 청소하고, 하루에 최소 3~4시간 마다 한 번씩은 창문을 여는 등 자주 환기시키는 것이 좋다. 실내에 신선한 공기를 공급하고 적절한 습도를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차량은 에어컨 관리에 소홀하기 쉬운데, 특히 좁은 공간에 밀폐되어 있으므로 더욱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 정기적인 필터 교체와 실내 청소를 통해 균이나 곰팡이의 증식을 막는 것이 레지오넬라증의 예방뿐 아니라 건강한 실내공기 유지에도 도움이 된다.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고려대학교 안암병원가정의학과 김양현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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