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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사람들은 세상은 나 아니면 모두 너라고 생각한다. 물론 틀린 말은 아니다. 그런데 그게 왜 문제냐고 따지고 든다면 무슨 할 말이 있겠는가. 우리 주위를 둘러보면 너를 너로만 알고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것 같다. 나는 너가 되지 못하고, 너 또한 내가 되지 못하니 그 틈 사이를 갈등의 씨앗이 파고들어 얼굴을 쑥 내밀고 만다.갈등이라는 녀석은 나와 너 사이를 이간질하고, 다툼을 부채질하는 것이 그의 일이요, 역할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사실을 모르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을 있는 그대로 전달하였다가는 갈등의 세계에서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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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정웅 기자
2024.02.15 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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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우리가 잊고 온 것이 하나 있다. 아니 어느 누구도 가르쳐준 바가 없으니 굳이 잊었다고 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 아는 바이지만 우리 인류가 동물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는 기능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일컬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문명은 그 생각 덕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색에는 3원소가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이 그것이다. 세상에 펼쳐져 있는 모든 색깔들은 이 세 가지 색들의 배합과 버무림 속에서 나왔다. 초록이 그러하고, 보라가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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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갈정웅 기자
2024.01.1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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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2019년 9월 초로 기억된다. 여름과 가을이 교차하는 미묘한 계절의 경계에서 그를 만났다. 그에게서는 가을바람의 선선함보다 아직 여름 태양의 열기가 남아 있었다. 그런 첫인상과 달리 그가 ‘감사 나눔’을 이야기할 땐 뭔지 모를 청량감 같은 게 느껴졌다. 순수한 열정의 힘이 아니었을까 싶다. 아무튼, 그날 나는 그에게 예정에 없던 칼럼 연재를 약속하고 말았다. 지금은 고인이 된 김영환 대표와의 만남이자, 과의 만남이 그렇게 시작되었다. 처음엔 1년 정도 연재하면 되겠거니 했던 것이 어느새 만 4년을 채웠고, 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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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12.14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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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은 무엇일까? 아니 그보다 계절 따라 지역 따라 피어나는 다양한 꽃들의 우열을 가를 수 있는 기준이 정말 있기나 한 것일까? 지구상에 존재하는 꽃 중에 예쁘지 않은 꽃은 없다. 해마다 제철 제자리에 피어나 바람에 한들거리는 꽃들은 모두 아름답다. 하지만 ‘아름답다’라는 형용사는 지극히 주관적인 감성과 개인적인 판단에 근거한 표현이다. 가령, 김소월 시인에겐 ‘영변 약산의 진달래꽃’이 인생 최고의 꽃이었을 것이고, 서정주 시인에겐 ‘이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 같은’ 국화꽃이, 도종환 시인에겐 빗방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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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11.30 1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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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때? 이 정도면 괜찮은 건가?/ /지금 딱 좋은데. 가을 남자 분위기도 느껴지고, 적당히 중후해 보여서 좋아. 난 너무 짧은 것보다 조금 긴 머리가 좋던데./ /그래? 아니야, 아무리 봐도 좀 지저분해 보여. 그리고 오늘 아니면 다음 주에는 시간을 낼 수 없을 텐데. 에이, 오늘 다녀와야겠다./ /당신 좋을 대로 하셔요./ /지금 다녀올게./2주 간격으로 녹음기를 켠 듯 매번 반복되는 대화다. 대화의 주제는 다름 아닌 머리 길이에 대한 것이다. 난 1달에 2번, 대략 2주 간격으로 미용실에 간다. 경조사나 특별한 약속이 생겼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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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11.15 1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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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이 집에 왔다. 딱 4년 만이다. 5년 전 워킹홀리데이 비자로 캐나다로 떠났던 딸은 아예 그곳에 눌러앉아 버렸다. 일하면서 대학 공부까지 시작한 것이다. 거기에 코로나도 한몫했다. 캐나다로 떠난 뒤 1년 만에 귀국한 딸은 한 달간 집에서 머물다가 다시 출국했다. 그때만 해도 1년 뒤에 다시 만날 것을 약속했지만, 곧바로 코로나 사태가 발생하면서 하늘길이 막히고 딸의 발도 묶여버렸다. 그렇게 4년이란 시간이 지나가 버렸다. 간간이 영상통화를 하곤 했지만 그리움을 해소할 수는 없었다. 다행히 코로나 사태가 완화되면서 다시 하늘길이 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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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11.10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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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렸다. 가을비라고 하기에는 너무 많은, 한여름 폭우 같은 비가 한 시간 가까이 쏟아져 내렸다. 그래서일까. 비가 갠 다음 날 아침, 창문을 열어젖히자 차가운 바람이 훅, 밀려온다.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춥다’라는 말이 툭, 튀어나온다. 가을을 만끽하기도 전에 초겨울의 문턱에 성큼 다가선 느낌이다. 뉴스에선 설악산 주변이 영하권 날씨라고 호들갑을 떨어대는데 하늘은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구름 한 점 없이 맑고 푸르기만 하다. 파란 색종이를 펼쳐놓은 것 같은 말간 하늘 위로 가을 철새들이 떼 지어 날아간다. 들판은 하루가 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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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10.15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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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9월 하순이다. 한낮의 태양은 아직 뜨겁기만 한데 아침저녁으로는 서늘한 바람이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해가 떨어지면 어둠보다 먼저 가을 풀벌레들의 울음소리가 귀를 간질인다. 귀뚜라미, 쓰르라미, 여치와 함께 이름 모를 가을벌레들이 협연을 펼친다. 여름 내내 폭염에 지치고 폭우에 시달린 영혼을 토닥여주고 어루만져 주는 느낌이다.가을을 실감하게 하는 또 하나는, 하루가 멀게 현관 앞에 당도하는 택배 상자다. 들깻잎과 고추, 배추 같은 푸성귀부터 시작해서 단내 나는 포도와 잘 여문 사과와 배까지 온갖 곡식과 과일들이 연이어 도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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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9.27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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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금요일이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날인데 금요일만 되면 마음이 설레고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주말과 휴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은 그 이상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사무실을 김포로 옮기고 새로운 일을 병행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도 불편해서 고심 끝에 회사 숙소 생활을 선택한 때문일 것이다. 벌써 6주가 되어 간다. 결혼 생활 30년 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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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9.11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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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는 못하겠어요. 자존감이 바닥입니다.” 40대 가장이 직장을 떠나면서 남긴 말이다. 그 한 마디를 내뱉고 그의 시선은 멀리 허공을 향했다. 무슨 말로 그를 위로할 수 있을까? 한동안 침묵이 흐르고, 허공에서 시선을 거둔 그가 마지막 인사를 건넸다. “그동안 고마웠습니다!” 말없이 그의 손을 잡아주었다. 그것 말고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는 그렇게 자리를 떠났다. 멀어지는 뒷모습이 무척 외롭고 힘겨워 보였다. 그의 어깨를 무겁게 짓누르고 있는 삶의 무게, 가장의 무게가 느껴졌다.2주 전 경력직으로 입사한 그는 회사에서 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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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8.27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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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일이 넘도록 계속되는 폭염과 열대야의 기세가 무섭다. 극성맞은 매미도 숨을 죽일 지경이다. 매스컴에서는 연일 온열 질환자가 속출하고, 사망자도 하나둘 늘어나고 있다는 뉴스를 내보내고 있다. 이 찜통더위에 사무실 이사를 준비했다. 한강의 아침 윤슬과 여의도가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조망을 갖춘 합정동 시대를 마감하고 김포시로 이사를 결심했다. 이사를 준비하면서 원칙 하나를 세웠다. 최대한 짐을 줄여서 가볍고 간편하게 움직이자는 것이었다. 가장 큰 걸림돌은 역시 책이었다. 책을 좋아하고 책으로 먹고사는 직업을 갖고 있다 보니 이삿짐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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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8.12 19: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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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에 구멍이라도 뚫린 듯 며칠째 폭우가 쏟아지더니 거짓말처럼 비가 그치고, 맑게 갠 하늘을 올려다보기 무섭게 이번에는 불볕더위가 찾아왔다. 불볕더위는 혼자 오지 않고 홍위병처럼 매미를 앞세우고 나타났다. 아침마다 햇살보다 뜨거운 매미 울음소리가 지축을 흔들어 깨운다. 장마에 지친 것일까, 다가올 폭염이 두려운 것일까. 매미 울음소리가 처연하다 못해 피를 토하듯 처절하게 들린다. 땅속에서 7년간의 긴 기다림을 뚫고 나와 2주간의 짧은 바깥 생활로 일생을 마감해야 하는 매미가 이토록 절박하게 울어대는 이유는 무엇일까. 혹시 1년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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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7.25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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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해 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피플〉지志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 타이틀을 두 번이나 거머쥔 조지 클루니가 또 한 번 해외 토픽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친한 친구 열네 명에게 각각 100만 달러를 선물한, 쇼킹한 뉴스의 주인공이 된 사건이었다. 그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에 변함없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들에게 각각 10억이 넘는 돈을 나눠주면서 직접 쓴 손 편지까지 넣어서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진솔하게 담아 전했다. ‘LA를 떠나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무척 힘들었는데,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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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7.13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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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공공 기관의 평가위원 자격으로 공모전 심사를 나가게 됐다. 오전 10시부터 시작되는 일이어서 그리 급할 게 없었지만, 초행길이라서 괜히 마음이 조급했다. 예정시간보다 30분 일찍 서둘러 집을 나섰다. 출근 시간이 지나서인지 지하철은 제법 한산했다. 빈자리에 앉자마자 휴대전화가 울렸다. 네 명이 그룹으로 묶인 단체방에 한 친구가 인사를 남겼다. /곽 작가, 사무실인가?//아니, 오늘 심사 볼 일이 생겨서 지하철로 이동하는 중.//고뢰? 심사비 들어오겠네.//그렇지, 뭐.//심사비로 맛있는 점심이나 먹으러 가세.//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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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6.26 18: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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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의 마지막 날 아침, 다른 날보다 30분 일찍 집을 나섰다.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이 6시 30분,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고 직접 내린 커피 한 잔을 들이켜며 창밖 풍경을 멍하니 바라보고 있었다. 그렇게 10분 정도 시간이 흘렀을까. 갑자기 사이렌이 울리고 휴대전화도 요란하게 울어댔다. ‘뭐지? 어디서 지진이라도 난 건가?’ 휴대전화를 열자 서울시에서 보낸 위급 재난 문자가 들어와 있었다. ‘서울 지역에 경계경보 발령. 국민 여러분께서는 대피할 준비를 하시고, 어린이와 노약자가 우선 대피할 수 있도록 해주시기 바랍니다.’ 창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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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6.08 15: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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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전, 대안학교 교감으로 있는 친구로부터 특별한 제안을 받았다. 고등학교 3학년 문예반 학생들에게 ‘1일 멘토’가 되어달라는 부탁이었다. 세대 차이가 너무 나서 잠시 망설였지만, 40여 년 전 문예반 활동에 빠져 있던 내 모습을 떠올리며 흔쾌히 허락했다. 다행히 장소는 내가 편한 곳으로 정하라고 해서 사무실 근처 카페에서 만나기로 했다. 3주 후 금요일 오후 3시, 약속장소인 합정역 7번 출구 앞 빵집 2층 카페로 향했다. 거리엔 때마침 추적추적 봄비가 내리고 있었고, 투둑투둑 빗방울 듣는 소리와 함께 약간의 긴장감과 설렘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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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5.27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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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이 빨라졌다. 새벽 5시 30분이면 창문이 환하게 밝아온다. 아침 햇살을 알람 삼아 자리를 털고 일어나 출근 준비를 한다. 샤워를 마치고 아내가 준비해준 해독 주스 한 잔을 들이켠 후, 삶은 달걀 하나와 오븐에 갓 구워낸 호박 고구마로 아침을 때우고 골목을 나선다. 하루가 다르게 짙어가는 신록만큼 아침 공기가 싱그럽다. 며칠 전부터 라일락 향이 옅어지더니 오늘은 달콤한 아카시아 향이 코끝을 간질인다. 큰 도로 양옆으로 길게 늘어선 이팝나무에는 여린 초록의 이파리 위에 하얀 눈송이가 내려앉았다. 교차로 옆 화단에는 활짝 핀 검붉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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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5.14 0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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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곱 시를 조금 넘긴 시간, 오늘도 어김없이 알람처럼 전화벨이 울린다. /친구, 오늘 아침 컨디션은 어떠신가?/ /덕분에, 나쁘지 않네. /자다가 다리에 쥐는 안 났고?/ 응, 쥐덫을 놓고 자서 그랬는지 탈 없이 잘 잤어./ 쥐덫?/ 철물점에서 쥐덫을 안 팔아서 쥐덫 그림을 머리맡에 붙여놓고 잤지. /헐!/ /자네는 어때?/ /나야 뭐, 잘 자고 잘 일어났지. 지금 어딘가?/ /사무실 도착해서 모닝커피 한잔하고 있네./ /벌써? 와따 보지란하네잉. 바쁜 일 없으면 잠 좀 푹 자고 느지막이 나오지./ /그러게. 새벽 다섯 시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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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4.28 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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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가 내린다. 추적추적, 쉼 없이 비가 내린다. 화려했던 벚꽃의 군무가 끝나기를 기다렸다는 듯 때맞춰 비가 내린다. 거리마다 흩날리던 꽃비의 흔적을 말끔히 지워내며 메마른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봄비가 내린다. 파종을 앞두고 하늘만 우러르며 하루하루 타들어 가던 농부들의 가슴에 천금 같은 단비가 내린다. 꽃보다 먼저 도심을 둘러싸고 좀체 물러날 기미가 보이지 않던 황사와 미세먼지도 속절없이 스러진다. 이 비가 그치고 나면 산과 들은 연두와 초록으로 신록의 향연을 펼쳐 보일 것이다,해마다 이맘때쯤, 이렇게 자박자박 비가 내리는 날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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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4.12 2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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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부터인가 골목을 돌아나가는 변덕스러운 바람에서 온기가 느껴진다. 3월도 중순을 지나면서 양지바른 곳에서는 개나리가 하나둘 노란 꽃등을 밝히고, 겨우내 앙상하게 서 있던 목련 나무도 앞다퉈 순백의 꽃망울을 터트리고 있다. 산과 들은 하루가 다르게 삐죽삐죽 고개를 내미는 초록이 점점이 박히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봄이다.봄이 오면 마음이 번다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살포시 다가오는 봄을 두 손 놓고 우두커니 서서 맞이할 수만은 없기 때문이다. 그건 봄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하루아침에 성큼 손님처럼 다가온 봄. 봄이 손님이라면 무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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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나눔신문
2023.03.30 11: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