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언의 마음산책

벌써 금요일이다. 어제와 별반 다를 게 없는 날인데 금요일만 되면 마음이 설레고 자꾸만 시계를 들여다보게 된다. 이렇게 말하면 다들 주말과 휴일이 다가오기 때문이라고 말할 것이다. 물론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몇 주간은 그 이상의 설렘과 두근거림을 경험하고 있다. 지난 8월 1일, 사무실을 김포로 옮기고 새로운 일을 병행하면서부터 생긴 현상이다. 좀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집에서 직장까지 거리가 멀고 교통도 불편해서 고심 끝에 회사 숙소 생활을 선택한 때문일 것이다. 벌써 6주가 되어 간다. 결혼 생활 30년 동안 단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주말부부 생활을 그렇게 얼떨결에 시작하게 된 것이다.

“아마도 자네는 전생에 나라를 구했나 보네. 3대가 덕을 쌓아도 어렵다는 주말부부 생활을 그렇게 하루아침에 해내다니…. 정말 부럽네, 부러워.” 전화통화를 할 때마다 친구들이 덕담인지 악담인지 모를 우스갯소리를 해댄다. 
친구들 눈에는 부러운 일인지 모르지만 정작 당사자인 나는 불편한 게 많다. 부득이하게 시작한 두 집 살림살이에 이것저것 준비하고 새로 사야 할 것도 많아서 예상하지 못했던 지출도 커지고, 무엇보다 끼니를 챙기는 일이 가장 머리 무겁고 번거롭다. 

직접 요리를 하자니 솜씨도 서툴고 장보기는 생각만 해도 머리 아프다. 그렇다고 매 끼니를 식당 밥으로 때울 수도 없는 노릇이다. 더구나 이곳은 도심과 멀리 떨어진 공장지대여서 몇 개 안 되는 식당들마저 저녁 6시면 문을 닫는다. 저녁 끼니를 때우려면 적어도 5시 30분까지는 식당에 도착해야 한다. 
아침 식사를 할 수 있는 곳도 거의 없다.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식사를 하려면 자동차를 타고 최소 5km 이상 나가야만 한다. 

“아침은 평소처럼 야채 주스랑 샐러드로 하는 건 어때? 내가 5일 분량을 먹기 편하게 만들어 줄게.” 아내의 제안을 거부할 다른 대안이 없어서 매주 일요일 밤마다 큰 배낭에 샐러드와 주스를 담고 숙소로 향하곤 한다. 
점심은 직원들과 함께 한식 뷔페로 해결하고, 저녁만은 차를 타고 나가서 제법 호사로운 혼밥을 즐겨보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하지만 그래도 채워지지 않는 무언가가 있다. 아마도 그건 혼자라는 사실 때문일 것이다.

주말부부를 하면서 확실하게 좋아진 것이 하나 있다. 그건 바로 아내와의 관계다. 50대로 접어들면서 서로 여기저기 몸이 삐걱거린 만큼 관계도 그만큼 소원해지고 삐걱거렸다. 
사소한 다툼이 잦아졌고 사과나 화해할 의욕조차 생기지 않는 날도 많았다. 그러다가 갑자기 주말부부가 되면서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인 변화가 찾아왔다. 
떨어져 지내다 보니 아침저녁으로 전화통화를 하게 되고 아침마다 서로의 안부를 묻고 저녁에는 잘 자라는 인사를 하게 된다. 마치 연애 시절로 되돌아간 느낌이다. 

신기하게도 전화통화 횟수가 잦아질수록 애틋한 감정이 깊어지는 것 같다. 특히 일과가 끝나고 혼자만의 시간일 때 불쑥불쑥 아내가 그립고 집으로 돌아가는 금요일이 기다려지곤 한다. 아내도 내 마음과 다르지 않은 것 같다. 주중에 쉬는 날이 생기면 예고 없이 불쑥 찾아오기도 했다. 두 시간이 넘게 걸리는 거리를 버스를 타고 지하철을 두 번이나 갈아타며 기꺼이 달려왔다. 그때마다 우리가 서로에게 얼마나 소중하고 감사한 한 존재인지를 새삼 깨달을 수 있었다. 
금요일 오후, 일과를 마치고 서둘러 자동차 시동을 건다. 지금 만나러 갑니다!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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