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동언의 마음산책

몇 해 전, 할리우드를 대표하는 배우이자 〈피플〉지志가 선정한 ‘세계에서 가장 섹시한 남성’ 타이틀을 두 번이나 거머쥔 조지 클루니가 또 한 번 해외 토픽에 이름을 올렸다. 

자신의 친한 친구 열네 명에게 각각 100만 달러를 선물한, 쇼킹한 뉴스의 주인공이 된 사건이었다. 그는 과거 힘들었던 시절에 변함없이 자신의 곁을 지켜준 소중한 친구들에게 각각 10억이 넘는 돈을 나눠주면서 직접 쓴 손 편지까지 넣어서 전달했다. 

그는 편지에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을 진솔하게 담아 전했다. 

‘LA를 떠나 이곳에 처음 왔을 때 무척 힘들었는데, 너희 같은 친구들을 만나 행운이었다. 너희가 없었다면 아마 지금의 나는 없었을 것이다.’ 

그 기사를 접한 순간 참 멋진 친구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힘든 시절 기꺼이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친구들과 또 그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고 평생 기억해주는 친구. 

당시 세상 사람들은 조지 클루니에게 깜작 선물을 받은 열네 명의 친구들을 부러워하기도 했지만, 무엇보다 그런 친구를 14명이나 둔 조지 클루니를 더 부러워했다. 
그들 모두가 정말 대단하고 행복한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그런 일은 미국이어서, 그것도 주인공이 할리우드 스타라서 가능한 일이었을 거라고 여겼다. 

그런데 최근 우리나라에서 더 믿기 어려운 일이 발생했다. 재계 순위 20위권에 드는 한 대기업 총수가 자신의 고향마을을 지키며 살고 있는 280여 가구 주민들에게 적게는 2천6백만 원부터 최대 1억 원까지 선물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이뿐만 아니라 자신의 초등학교와 중학교 동창생 80명에게 각각 1억 원씩 지급하고 고등학교 동창들에겐 5천만 원씩 나눠줬다고 한다. 그렇게 지출된 돈이 무려 1,400억 원에 달하고, 여기에 각종 선물세트까지 합치면 2천4백억 원에 이른다고 한다. 

이 기사를 처음 접하고 눈과 귀를 의심했다. 정말 이런 일이 가능한 것일까? 그것도 미국 할리우드도 아닌 우리나라 땅에서! 

이 전무후무하고 통 큰 나눔을 실천한 주인공은 부영그룹 이중근 회장이었다. 올해 나이 83세인 이 회장은 지난 50여 년간 기업을 운영하면서 꾸준한 기부활동을 벌여서 ‘기부 왕’으로도 불린다. 2014년에는 국내 500대 기업 가운데 매출 대비 기부금 1위 기업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 회장은 그동안 초․중․고등학교 95개, 대학교 12개, 기숙사 87개를 지어 기부하는 등 현재까지 1조 원이 넘는 금액을 기부해 왔다고 한다. 

일각에서는 그가 탈세 혐의 등으로 아직 재판 중인 점을 지적하며 기업 이미지 제고를 위한 고육지책이거나 다분히 계산된 행위라는 말도 있지만, 지금까지 그 누구도 실천하지 못한 특별한 나눔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어 보인다. 

돈이 많다고 해서 누구나 기부를 하고 나눔을 실천하는 건 아니다. 자신의 성공에 대한 겸손한 태도와 주변 사람들과 세상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없다면 기부나 나눔은 절대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노블레스 오블리주’라는 말이 있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이나 유명인, 고위층 인사들에게 요구하는 사회적 책임감을 일컫는 말로 쓰이지만, 의무적인 책임감보다는 스스로 감사의 마음이 발현되고 그것이 행동으로 옮겨졌을 때,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의미의 ‘노블레스 오블리주’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친구에서 문자가 왔다. 복권 한 장을 샀다고, 당첨되면 자신도 특별한 나눔을 실천하겠노라고. 그래서 이렇게 답장을 보냈다. 이번 주말에 만나서 즐거운 시간을 함께 나누자고.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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