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산책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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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껏 우리가 잊고 온 것이 하나 있다. 아니 어느 누구도 가르쳐준 바가 없으니 굳이 잊었다고 할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다 아는 바이지만 우리 인류가 동물의 세계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은 생각하는 기능 때문이었다. 그래서 인간을 생각하는 동물이라 일컬었던 것이 아닌가 한다. 돌이켜보면, 오늘의 문명은 그 생각 덕분이라 해도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색에는 3원소가 있다. 빨강, 파랑, 노랑이 그것이다. 세상에 펼쳐져 있는 모든 색깔들은 이 세 가지 색들의 배합과 버무림 속에서 나왔다. 초록이 그러하고, 보라가 그러하다. 그래서인지 화가들이 가장 많이 쓰는 물감도 이 세 가지라 할 수 있다. 거기에 하나를 더 하자면 흰색이 아닐까 한다. 색을 창조하는 그 근간이 되는 빨강, 파랑, 노랑을 무시하고서 붓을 든다는 것은 닭 잡는데 도끼 들고 달려드는 사람들과 무엇이 다를까.

역사상 위대한 화가들은 색을 버무릴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색의 창조는 빨강, 파랑, 노랑을 조화롭게 버무려 내야 한다는 것을 익히 알고 있었다 할 것이다. 저녁 무렵, 석양에 지는 노을빛을 보라. 그 오묘함의 현현은 색의 버무림에 있다 할 수 있다. 빨강에 노랑을 더하고, 거기다 파랑을 조금 흘려서 빚어낸 노을. 시시각각 변해가는 노을빛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그 경계가 없는 대자연의 신묘함에 넋을 잃지 않을 사람이 누가 있으랴.

우리의 생각에도 3원소가 있었다. 이십년 가까이 학교를 다녀 보았지만 그러한 사실을 가르쳐 준 선생님은 없었다. 지금 생각하면 아마 선생님도 모르고 있었기 때문이 아니었을까 한다. 유치원에 들어가자마자 배워야 할 그 생각의 3원소는 다름 아닌, 따뜻한 생각, 밝은 생각, 맑은 생각이라 할 수 있다.

따뜻한 생각 한 스푼에 밝은 생각 두 스푼, 거기에 더해 맑은 생각 반 스푼이면 겨울날 군밤보다 더 구수한 맛이 나지 않을까. 버무리면 버무릴수록 솔솔 피어나는 군밤 향에 취해본 사람들은 안다. 생각은 아무렇게 버무려서는 안 된다는 것을. 그렇게 해서는 운명은 망가지고 만다는 것을 안다.

만약 어떤 사람이 지금 어두운 운명에 처해 있다면, 이는 오래전부터 어두컴컴한 생각이나, 차갑고, 쾌쾌한 생각들을 버무려 온 결과가 아니었을까. 따스함이 없으니 찬바람이 쌩쌩 불 것이요, 밝지를 않으니, 어두고 칙칙한 뒷골목 풍경이 떠오르는 것은 너무나 자명한 일이다.

우리는 지금껏 생각의 3원소가 무엇인지도 모르고, 유통기한이 지난 부패한 생각 같은 것들을 마구 끌어다가 적당히 버무려도 되는 줄 여겨왔다면 큰일이 아닐 수 없다. 버무리는 기술만 익혀 남들의 눈을 몇 번인가는 속일 수는 있다. 그러나 그러한 일이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는 일이다.

자 이제 우리 팔 둥둥 걷어 부치고, 생각을 다시 버무려 보자. 따뜻하고 밝고 맑은 생각을 아낌없이 듬뿍 넣고 버무려 보자. 밝고 환하게 피어나야 할 우리들의 운명을 위하여.

 노희석 (시인/ 서울남부구치소 교정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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