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을 실행하지 않으면 장식물이다.
실행하지 않는 지식은 유리로 만든 의안과 같아 효과가 없다.
-쉬노크-

위대한 성현들은 ‘무지’를 ‘죄’ 혹은 ‘악덕’이라고 말한다. 극단적인 표현이라고 비난할 수 있지만 학문의 시조인 소크라테스가 한 말이다. 먼저 반론을 주장하기 전에 그의 의도를 살펴야 할 것이다.
분명한 것은 성현들이 ‘무지’ 자체를 ‘죄’라고 말한 것은 아니다. 무지로 인해 발생된 결과가 다른 사람들을 고통스럽게 하기 때문에 ‘죄’라고 했다. 법을 어긴 사람이 그 법을 몰랐다고 해도 그는 범법자가 된다. 법에 대한 무지가 그 자신을 범법자로 만든 것이다.
모든 지식은 인간의 행동을 요구한다. 늪에 대한 지식은 늪에 빠지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막아준다. 금에 대한 지식은 흙과 금을 분리해서 갖게 한다. 어떤지식도 인간의 세계와 행동을 떠나서 존재하지 않는다. 지식은 바로 우리가 살고 있는 사실세계의 표본이기 때문이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의 이야기
제나라의 환공이 어느 날 서재의 창가에서 책을 읽고 있었다. 뜰에서 수레를 손질하던 늙은 일꾼이 일손을 멈추고 환공에게 말을 걸었다.
“어르신이 읽고 계시는 것은 무슨 책입니까?” 환공은 답했다. “성인의 말씀이 적힌 책이다.”
“그 성인은 지금 어디에 계십니까?” 다시 일꾼이 묻자 환공은 “이미 오래 전에 죽었다.”고 말했다. 그러자 일꾼은 환공을 화나게 하는 말을 했다. “그러면 그 책에 쓰여 있는 것은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군요.” 환공은 벌떡 일어서며 칼자루를 잡고 말했다.
“일꾼 주제에 무례한 말을 지껄이는구나. 잘 해명하지 못하면 네 목숨을 잃을 줄 알아라.”
그러자 늙은 일꾼이 담담하게 말했다.
“저는 제 자신의 경험에서 그렇게 생각했을 뿐입니다. 제가 만드는 수레바퀴는 너무 꼭 끼게 하면 잘 돌아가지 않고, 너무 느슨하면 겉돕니다. 꼭 끼지도 않고 너무 느슨하지도 않고, 손에도 마음에도 딱 맞는 그 정도를 맞추는 요령은 도저히 말로는 표현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제 아들 녀석에게도 가르칠 수가 없어 이 나이가 되도록 직접 수레바퀴를 만들고 있습니다. 그 성인이라는 분도 진정한 것은 말하지 못하고 죽어버린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래서 그 책에 쓰여 있는 것은 성인의 찌꺼기 같은 것이라고 말한 것입니다.”
오늘날 기술적 지식으로는 수레바퀴를 만들 수 있는 경험을 지식으로 바꾸어 말할 수 있다. 정확한 수치와 그 수치를 기계적으로 제작할 수 있는 도구들이 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지식을 표현하는 수학적 지식의 부족과 제작을 할 수 있는 도구의 부재로 이런 이야기가 나왔다.
그러나 사실의 세계에도 눈에 보이지 않는 사실이 있다. 인간의 마음이 그 한 예이다. 분명 존재하지만 과학적 도구로 측정하기 어렵다. 심리적인 통계치로 표현하지만 이거야말로 수레바퀴를 만드는 일꾼과 같은 입장이다.
어떤 지식에는 언제나 그 지식의 뿌리가 되는 사실을 경험한 사람이 있다. 그 경험은 또 그 시대(시간), 그 공간(지역) 안에서 얻어진다. 어떤 사실의 배경이 달라지면 사실도 달라진다고 했다. 이 말은 사실 속에 시간과 공간도 포함되어 있다는 뜻이다.
‘도가도 비상도(道可道非常道)’는 어떤 ‘사실(도)’을 언어로 설명하기 시작하면 추상화되어 세부적인 사실(도의 전체성)들이 빠져버리는 것(비상도)을 말한다. 이때 설명된 언어(지식)는 더 이상 그 ‘사실(도)’을 모두 드러내지 않는다는 뜻이다.
그렇다고 적용하지 않으면 더 큰 문제이다. 이미 달라진 시간과 공간의 배경으로 인해 생길 수 있는 문제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적용하지 않는 지식은 마지막 지식이다.”라고 하는 말은 끝까지 사실이 아닌 지식 곧, 다른 사람의 지식을 나의 살아 있는 지식(사실)으로 믿게 된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에 대해 더 극단적인 표현이 있다. ‘실천 없는 지식은 지식의 무덤이다.’
언제나 실천은 선경험자와 나와의 사이에 숨어있는 괴리를 발견하게 한다. 괴리는 우리를 힘들게 하지만 그것이 창조의 입구이기에 의미가 있다. 이 창조의 과정(괴리의 극복)을 거쳐야 선경험자의 지식이 나의 살아있는 지식으로 변화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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