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속 감사 - 대한민국 어게인 나훈아(2020 KBS 한가위 대기획)

 

“고맙습니다. 사랑합니다. 감사합니다.”

74세의 나이로 2시간 30분 동안 28곡의 노래를 거의 쉬지 않고 부른 가수 나훈아가 감동의 콘서트를 보여주고 난 뒤 마지막으로 시청자들에게 한 말이다. 이 말을 듣는 순간 이 공연을 본 수많은 시청자들도 같은 말을 했을 것이다. 우울하고 답답한 일상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은 이 어두운 날들, 청아하면서도 울림이 있는 호소력 짙은 목소리, 탄탄한 몸으로 연신 용기를 북돋는 에너지 넘치는 모습에서 두꺼운 이불을 빤 뒤의 기쁨을 사람들도 역시 온몸으로 받았을 것이다. 만일 비대면이 아니라 공연장이었다면 가수와 관중이 함께 내는 목소리로 그곳이 하늘로 오르든 땅으로 꺼지든 분명 눈이 동그래질만한 사단이 났을 것이다.

무슨 연유로 사람들은 나훈아 콘서트에 이토록 열광했을까? 십 년 묵은 체증 같은 이 상태를 분출할 공간이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는 뜸해도 명절이 되면 삶의 근원인 고향을 떠올리며 미래를 숙고하면서 새롭게 삶을 설계해야 다음 삶이 이어지는 관습이 오랫동안 있었는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그 코로나 때문에 오도가도 못하는 이 닫힌 틀에 화병이 나기 직전이었을 것이다. 그러던 차에 화통을 삶아 먹은 목소리보다 더 크고 화통하게 심금을 찔러대니 속이 뚫리지 않고 배길 것인가? 사투리를 거르지 않은, 꼭 경상도가 아니더라도 고향 같은 목소리를 들으니, 올해는 묻고 지나가려 했던 향수가 솟아나지 않고 버틸 것인가?

물론 명절이 되면 오랫동안 국민들의 사랑을 받았던 대형가수가 단독 콘서트를 보여준 사례는 늘 있어 왔고, 나훈아도 15년 전 그런 방송을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결이 달랐다. 미처 방송을 보지 못한 사람들도 SNS를 통해 번지는 그 소문에 놀라 여러 방면으로 그 공연을 부분적으로 보면서 또 SNS에 소문을 퍼뜨리고 있었다. 가히 전 국민이 막힌 구멍을 뚫어준 나훈아에게 감사를 하고 있는 것이다.

“아 테스형 세상이/ 왜 이래 왜 이렇게 힘들어/ 아 테스형 소크라테스형/ 사랑은 또 왜 이래/ 너 자신을 알라며 툭 내뱉고 간 말을/ 내가 어찌 알겠소 모르겠소 테스형”

나훈아가 부른 ‘테스 형’ 가사 일부이다. 칸트는 친숙하지 않아도 소크라테스는 우리에게 친근한 철학자다. 그런 아버지 같은 철학자에게 하소연을 하고 속말을 털어놓으며 울부짖는데 결국 테스 형도 모른단다. 삶이 끝난 뒤의 죽음의 세계도 모른단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하고 말하듯 속시원히 뱉기만 했다. 하지만 그 자체로 막힌 변기가 뻥 뚫린다.

나훈아를 본래 좋아했던 기성세대들을 넘어 젊은 세대들까지 나훈아 노래와 분위기에 힐링을 받고 있는 요즘, 늘 한결같이 멋진 노래를 불러준 가수 나훈아에게 뜨거운 감사의 인사를 다시 올린다.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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