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부정적 감정

“짜증, 미움, 불안, 두려움 등 부정적 감정은 반드시 어떤 목적을 가지고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작성된 편지다.” 선한목자병원 이창우 원장이 <마인드 바이블>에서 했던 말입니다. “감정은 가족이며, 불필요한 가족은 없다. 가족 중에 하나가 없어지면 가정이 흔들리듯, 우리 안에 부정적인 감정이 사라지면 삶이 무너진다.” 디즈니 영화 ‘인사이드 아웃’에서도 기쁨이, 슬픔이,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 등 다양한 감정이 공존하며 협력합니다. 버럭이, 까칠이, 소심이도 모두 존재 이유가 있었으며, 특히 기쁨이가 슬픔이와 손을 잡을 때 비로소 성숙한 인생을 살 수 있었지요. 불필요한 가족이 없듯이 불필요한 감정도 없습니다. 부정적 감정이 보내온 편지를 용기 내어 꺼내 읽을 때 우리는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이름 1

“전태일 열사여~! 김상진 열사여~! 장준하 열사여~!” 1987년 7월 9일 연세대 백양로에서 이한열 열사의 장례식이 열렸습니다. 조사(弔辭)를 하기 위해 연단 위로 올라온 문익환 목사는 연설 대신 1970~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죽어간 열사들의 이름을 한 명씩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박종철 열사여~! 우종원 열사여~! 김용권 열사여~! 이한열 열사여~!" 문익환 목사는 1970년의 전태일에서 1987년의 이한열까지 민주열사 26명의 이름을 절규하듯 호명(呼名)하고 연단에서 내려왔습니다. 연설문 없이 먼저 죽어간 이들의 이름을 외쳤을 뿐이지만, “어떤 연설보다 듣는 이의 폐부를 찔렀다“(KBS 인물현대사 문익환 편)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열사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언제든지 시대의 호명에 응답해야 합니다.
 

이름 2

2020년 6월 미국 시사주간지 <타임>이 자식을 잃고 슬픔에 빠진 흑인 어머니의 그림과 인종차별로 숨진 흑인 35명의 이름으로 표지를 꾸몄습니다(붉은 테두리에 이름 표기). 조지 플로이드가 백인 경찰관 무릎에 짓눌려 죽어간 사건으로 흑인들이 느꼈던 절망과 분노를 표현한 겁니다. 1969년 6월 <라이프>가 전국 단위 잡지로는 처음으로 베트남 전쟁에서 전사한 미군 242명의 이름과 얼굴로 표지를 꾸몄습니다. 그해 5월 28일부터 6월 3일까지 일주일간 사망한 미군의 이름과 사진이 20여 페이지에 걸쳐 보도되자 반전(反戰) 여론은 급물살을 탔고, 결국 닉슨 대통령도 베트남에서 미군을 철수시키겠다고 발표했습니다. 생명권이 흔들리면 먼저 죽어간 사람들이 깨어나서 외침니다. “앞서서 나가니, 산자여 따르라!”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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