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당의 자연치유

코로나 팬데믹이 전 세계에 재앙을 안긴 지 벌써 2년의 세월이 경과했습니다. 문명 과학의 진전에 자부심을 느꼈을 현대인으로선 보잘 것 없는 바이러스에 속수무책인 현실에 저으기 실망했을 지도 모릅니다. 최선의 방어책이란 게 겨우 격리 마스크에 급조된 백신 정도였다니...

2년여의 격리는 세상을 크게 변모시켰습니다. 사람사이의 만남, 긴밀한 스킨쉽을 나누며 호의와 공감을 나누는 실존감각은 이전으로 회복하기 어려울 만큼 상처를 입었습니다. 어쩌면 그 시간 동안 현대인은 실존세계에서 잠시 유배되었는지도 모릅니다. 밖으로 통하는 유일한 세상이라야 고작 손안에 들린 작은 액정화면이 전부 입니다. 격리된 공간속에서 눈뜨고 감을 때까지 하루종일 소통 교감하는 건 액정 화면과 화면을 두드리는 검지손가락 사이 입니다. ‘나’와 세상이 교유하는 대신 ‘나’의 검지손가락과 화면속 영상이 교류하는 신세계(Metabus)가 펼쳐진 것입니다. 

기왕의 어른들은 변화된 세상에 적응한 결과입니다. 아이들 특히 최근 출생한 신생아에겐 적응해야 할 세상입니다. 이들에게 바깥세상에 닿을 수 있는 유일한 창구는 화면속 세상(메타버스)입니다. 시간은 과거로 돌아가지 않습니다. 새로운 세대는 새로운 세계를 받아들여야 할 숙명에 놓이게 된 것입니다. 그것은 실재하지 않을 수도 있는 가상세계를 현실속에 수용하는 일입니다. 가상현실이 현실과 혼재된 세상에 살게 된 것이 그것입니다. 문명사 2000여년 만에 장자의 호접몽(胡蝶夢)은 현실화 한 셈입니다. 

눈은 예나 지금이나 ‘봄’(시각-SIGHTSEEING)의 경로입니다. 듣고 봄이 열리고 나서야 지각이 열리니 눈의 공덕은 지혜에 앞섭니다. 코로나 이후의 인류에게 이 같은 지혜의 경로를 말하는 건 우스꽝스런 일입니다. 현대의 신생아에게 호기심과 지각을 선사하는 건 할머니의 옛날얘기도 엄마가 읽어주는 도서도 또래아이들과의 교류에서도 아닙니다. 그저 눈앞의 천변만화하는 영상을 통해 지각이 열리고 자라게 됩니다. 

이제 인간의 눈은 이전의 인류가 누렸던 역할과는 크게 다릅니다. 실재대상과 나의 관계를 이해하는 첫 번째 관문으로서의 눈의 역할은 사라져 버렸습니다. 그저 다양한 영상을 선택할 수단으로서의 눈이 자리할 뿐입니다. 자연이 인간에게 보여주는 세상은 시간과 공간이 결합된 과정의 한 단면입니다. 영상이 보여주는 세상은 시간과 공간이 배제된 기승전결의 한 단면입니다. 이것이 눈에 미치는 영향은 인류에게 닥친 새로운 진화거리가 될 것입니다. 가까이는 10여 센티 남짓, 멀리는 1미터 내외의 거리에서 접하는 영상화면이 눈이 접하는 세계의 절대를 차지합니다. 경험해 보지 않은 이런 환경은 차츰 시력에 피할 수 없는 변화와 숙명을 담고 있습니다.

아이가 기어 다닐 무렵부터 눈이 접하는 액정화면은 현재의 어른보다 훨씬 더 아이의 시력을 일찍 훼손시킬 것입니다. 이 상태로 라면 현재의 신생아들은 늦어도 3-40세를 전후해 심각한 난시환자로 세상을 덮을 것입니다. 의학의 발전 속도가 이런 시력난치환자에게 복음으로 다가서게 될까요?

물론 그럴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력을 드러나게 하는 에너지원인 간의 손상에 대해선 눈과 관련이 없는 또 다른 질병으로 접근할 것입니다. 

왜 그럴까요? 시력은 본래 멀리서 다가서는 외부의 적을 관찰하고 사냥감을 먼저 확인할 수 있도록 원시안(遠視眼)적 시력인자가 우성입니다. 당연히 인체의 메커니즘 또한 원시안에 맞춰져 있습니다. 지금도 몽고 초원에 사는 원주민은 현대인이 상상하기 힘든 먼 거리의 미세한 움직임을 분별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문명이 고도화 될수록 원시적(遠視的) 세계는 인간이 세운 조형물로 가려지고 원시력 또한 점차 의미를 잃게 되었습니다. 이런 점진적인 진화의 환경과 달리 현대인의 시각에 몰아닥친 환경은 적응의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습니다. 과연 어떻게 될까요?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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