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우리는 매일 많은 일들을 경험하며 살고 있다. 우리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 가운데는 객관적으로 모든 사람에게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라고 생각되는 일이 때로는 어떤 사람에게는 아주 좋은 기회가 되기도 한다.

예를 들어 1997년 11월에 우리가 경험한 외환 위기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재난이었다. 애들 돌 반지와 행운의 열쇠를 금 모우기에 모두들 보태었다. 그런 면에서는 새로운 경험이었지만 나에게는 또 좋은 기회였다. 외환 위기가 내가 경영을 책임 맡았던 회사를 흑자 전환하는데 도움을 주었다.

신설회사라서 이미 2년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는 회사의 대표이사를 맡게 되었다. 대표이사가 된 첫해인 1997년을 흑자 전환을 위한 목표를 세웠다. 그런데 1997년 5월경부터 미국 달라에 대한 환율의 움직임이 심해 했다.

환율 변동을 매일 체크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12월말 기준의 6개월 2백만불 선물환을 은행과 체결을 하였다. 록히드 마틴에 연말에 지불할 2백만 불에 대한 지불 준비를 한 것이었다. 선물환에 대해서는 중동에서 재무 책임자로 근무할 때 두 번의 헷징에 성공 경험이 있어 자신감이 있었다. 연말에 예상을 뛰어넘는 환율 상승으로 환차 이익으로 회사를 흑자 전환 시키는데 큰 도움이 되었다. 외환 위기는 국가적 재난이 었으나 나에게는 위기가 기회가 되었던 것이다.

지난 12월 8일 한 요양 병원의 강의를 할 예정이었다. 그러데 7일 아침에 일어나니 목이 아프고 열감도 있고 몸이 무거웠다. 다음날 고위험군의 환자들이 많은 용양병원 강의가 아니 었으면 그냥 지나처도 될 정도로 증세가 미약했다.

그러나 고령층의 환자들이 많은 요양병워이라서 출근을 늦게 하더러도 코로나 검사를 해 보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목이 약간 아파서 검사하면 음성이라고 할 거라는 생각에 검사하고 바로 출근하려고 가방을 메고 갔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의사가 양성이라며 약처방을 해 주었다.

코로나에 감사할 첫째 일은 토요일까지 모든 일정을 조정하고 집에서 생활하면서 그동안 읽지 못한 책들을 읽을 수 있는 행복한 시간이 었다.

두 번째 감사할 일은 재택근무를 하면서 자료를 클라우드에 올려서 어디서나 근무할 수 있게 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된 것이다. 사단법인 감사나눔연구원 자료 가운데 은행거래를 위한 공인 인증서는 회사 노트북에만 저장되어 있어 집에서 일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어디에 있든지 일할 수 클라우드 컴퓨팅이 가능한 회사 환경을 만드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한 것이다.

그리고 세 번째로 감사할 일은 개인적인 일이다. 아내가 나를 많이 사랑한다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보통 아파트와 같이 안방에 화장실이 있고 거실에 화장실이 하나 있다. 각 가정 마다 사정이 다를 텐데 우리의 경우는 나는 안방에 딸린 화장실을 쓰고 아내는 거실의 화장실을 사용한다.

내가 사용하는 안방쪽 화장실은 내가 조그마한 프라스틱 막대를 빠트린 것이 빨려들어가서 아무리 펌핑을 해도 잘 내려가지 않는데 전문가를 불러서 수리를 하려 했으나 변기를 교환하는 방법 밖에 없다고 했다. 그래서 조금은 불편해도 그냥 쓰고 있다. 그런데 이따금 물이 잘 빠지지 않을 때가 있어 여러번 펌핑을 한일이 있다.

그런데 이번 집에 있으며 변기 뚜껑을 닫고 물을 내렸는데 다음에 다시 사용하려고 했더니 반쯤 남아 있었다. 그래서 아내에게 안방 변기가 아직도 잘 작동을 하지 않느냐고 했더니 여러번 나의 출근 후에 작업을 했다고 하며 심지어 어떤 때는 넘처서 대야로 퍼다가 거실 변기를 통해서 해결했다고 천연덕스럽게 이야기했다.

나는 그 소리를 듣는 순간 아내가 이따금 퇴근 후 저녁 식사를 할 때 나를 정말 사랑한다고 말했던 날이 어쩌면 그 힘든 작업을 했던 날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런 일이 있으면 이야기를 하지 그랬냐고 했더니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하며 아내가 능청을 떨었다. 부부가 아플 때야 변을 수발할 수 있지만 건강한 사람의 대변을 처리하는 일은 부부 사이라도 힘든 일이다.

그런데 아내는 나에게 지금까지 한번도 안방 화장실 건을 이야기 하지 않았다. 이번 코로나로 재택 근무를 하면서 아내를 새로 발견하게 되었다. 하나님 사려 깊은 아내를 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감사일기장에 기록하였다.

 

제갈정웅 편집인.
제갈정웅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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