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나눔 1·2·3 운동 개인수기 공모전 입상작(우수) / 700특공연대 3대대 소령 전민구

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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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지 않는 것은 당연합니다. 특별히 감사할 일이 없는 것은 어쩌면 많은 사람들이 바라고 꿈꾸는 '평범'하고 '순탄'한 인생일 것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소에 감사하지 않는지 모르겠습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살고 있으니까요. 그렇게 생각해보니 저의 이 오만하고 감사 없는 하루하루는 참 다행스러운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감사 없는 나날들이 쌓이면서 제 삶이 평범에서 그 이상으로 올라갈 수 없다는 것 또한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함이 없기 때문에 오늘은 더 특별할 수 없고 어제와 같은 내일도 같은 당연한 하루에 지나지 않았던 것입니다.

그렇게 당연한 날들을 보내던 중 연대에서 실시하는 감사나눔 운동의 소식을 듣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활성화하기 위한 차원의 노력은 소위 때부터 지금까지 늘 존재했었는데, 유독 이번 기회에 감사나눔 운동이 눈에 들어왔던 것은 부부싸움 때문이었습니다.

아내와 사소한 일로 다투면서 싸움이 시작되었고, 감정이 격해지다 보니 유치하고 치사한 '남 탓'과 '내 덕'에 대한 시비로 이어졌습니다.

"여보가 알지도 못하는 사이에 내가 맨날 분리수거며 음식물쓰레기며 다 가져다 버리는데, 그걸 알기나 해?"

"그럼 당신은 애들 손톱이라도 한 번 잘라준 적 있어? 아이 넷 손발톱만 80개 80개!"

싸움의 격전지에서는 내 주장과 공적을 드높이기 바빴는데, 뒤돌아보니 정말 아내가 하는 일이 생각보다 너무 많았습니다. 아내는 네 아이를 돌보면서 밥도 하고 청소도 하고 아이들 병원을 데려가거나 어린이집, 숙제 관련된 많은 일을 해주고 있었습니다.

제 생각조차 닿지 않았던 많은 부분에 아내의 손길이 닿고 있었습니다. 게다가 훈련이라도 1~2주 갈 때면 그나마 제가 하던 일마저 모두 아내의 몫이 되었습니다. 포격이 끝나고 포구에서 연기가 기어 나오듯 싸움 후에 그런 감사와 미안함은 진하게 몰려왔습니다.

"아, 내가 뭔가 놓치면서 살고 있구나. 내 평범한 삶이 당연한 것이 아니었구나."

그런 생각이 들 때쯤 감사나눔 운동으로 작성된 감사 메시지들을 보게 되었으니, 한순간에 세상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나를 둘러싸고 있는 수많은 것들이, 아니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당연한 것이 당연하지 않게 되었을 때, 감사함이 밀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제 삶을 둘러보고 돌아보니 감사할 일뿐이었습니다.

건강하고 이쁘게 자라고 있는 아이들과 가정을 위해서 헌신하는 아내, 항상 내 곁에서 서로를 돕고 나와 함께 임무를 수행하는 동료들, 나에게 올바른 방향을 제시하시고 지도해주시는 지휘관은 물론이고 늘 문제만 야기한다고 생각했던 부하와 삐걱거리는 현관문조차, 그래도 이만해서 다행인 폭우피해와 항상 주차선을 지켜 반듯하게 주차하는 이웃 주민들에게까지.

감사할 거리는 걸어 다니면 발에 채이고, 숨 쉬면 코끝을 스쳤습니다. 

이제는 당연하지 않고 감사합니다.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모든 것들이 당연하지 않고 감사할 일들입니다. '당연'이 '감사'로 바뀌니 평범한 일상에 활력이 돌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이 반짝거리고 사랑스러워지기 시작했습니다. 제 삶은 순식간에 평범을 넘어서서 아름다워지기 시작했습니다. 또 한편으로는 다행이라고 생각했습니다.

보통은 사랑하는 사람이든 중요한 뭔가 잃고 크게 물건이든 나서 식은 땀을 흘리며 깨어나 “아, 꿈이었구나!"라고 하든가 혹은 실제로 무엇을 잃어버리고 나서야 부재의 아쉬움과 후회가 감사함으로 이어지는데, 저는 잃기 전에 알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리고 이번 감사의 마음이 앞으로도 시들지 않기 위해 저는 지금까지 당연하게 생각해오던 그것들에 대해 충분한 의심을 해보기로 했습니다.

'의심'이라는 안경으로 당연한 것들을 바라봤을 때, 우리는 손실을 경험하지 않고서도 그 존재의 소중함과 감사함을 얻게 될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감사하는 것이 당연하니, 오늘도 우리의 당연을 걷어내고 감사합시다. 우리의 평범한 인생이 한순간에 바뀌기 시작할 것입니다. 아름답게 말입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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