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 구치소 수용자 김 ㅇㅇ씨가 쓴 100감사

 1. 스쳐 지나가는 사소한 것들에 대해 감사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2. 멀리서 들려오는 자동차 경적소리와 멀리서 반짝이는 자동차 불빛에 감사합니다.
 3. 복도의 어느 화분에 꽃 봉우리가 피어난 것에 감사합니다.
 4. 어슴푸레 빨갛게 떠오르는 이른 아침의 태양을 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5. 담요의 따뜻한 감촉과 잠들기 전 포근함에 감사합니다.

     <중  략>
 11. 12층 복도 창문으로 들어오는 석양을 바라보노라면 희망이 샘솟습니다. 석양에 감사합니다.
 12. 아침 기상 후 창문에 코를 대면 느껴지는 차가운 겨울 냄새에 감사합니다.
 13. 신혼시절과 아이들과 함께 어린 시절을 보냈던 야탑동이 눈에 들어옵니다. 그리움을 불러오는 성남 시가지의 아득한 풍경에 감사합니다.
 14. 오후면 반짝이는 탄천의 모습, 이로 인해 떠오르는 아버지와 함께 했던 산책의 기억들에 감사합니다.
 15. 눈앞을 굉음과 함께 선명한 자태로 날아가는 ‘비행기’로 마냥 설레임에 빠지게 합니다. 알 수 없는 희망을 갖게 하는 비행기에 감사합니다. 
   
       <중  략> 
 21. 바깥 창문과 복도 쪽 창문을 관통하여 방안에 맑은 공기를 선사하는 신선한 바람에 감사합니다.
 22. 냉장고에서 꺼낸 시원한 생수의 목 넘김에 감사합니다. 이 곳에서 시원한 물을 자유로이 마실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23. 점심시간 여유로움 중에 들려오는 라디오 노래 소리에 감사합니다.
 24. 신입 수용자들의 초조한 안색과 불안한 기색으로부터 나 자신을 다시 돌이켜 볼 수 있기에 감사합니다.
 25. 매일 꾸는 꿈들이 모두 가족에 관한 것들입니다. 내가 얼마나 가족들을 사랑하고 있는지 절실히 느끼고 있어 감사합니다.

      <중  략>
 31. 미움을 억누르며 ‘pass’를 다짐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32. 가끔 성경을 읽으면서 눈물을 흘리고 카타르시스를 느낄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33. 파란 하늘과 뭉게구름이 늘 나를 자유롭게 해 주어 감사합니다.
 34. 잘 익은 열무김치의 시큼한 냄새가 너무 좋다. 맛있는 열무김치를 먹을 수 있어 감사합니다.
 35. 122동 사소 일을 마치고 123동으로 퇴근하는 짧은 복도 길을 걸으며 느끼는 홀가분함, 뿌듯함에 감사합니다. 

      <중  략>
 41. 햇빛의 눈부심과 눈을 감았을 때 느껴지는 잔상에 왠지 희망이 생겨 감사합니다.
 42. 사소간에 들어 갈 때 풍기는 빨래 냄새(세재 냄새)의 상쾌함은 늘 기분을 좋게 합니다. 감사합니다.
 43. 가끔씩 들려오는 까치 소리에 옛날 김제 할머니 댁으로 가던 시골 숲길이 생각나서 감사합니다.
 44. 122동 창 밖의 놀라운 view는 축복입니다. 122동에 적을 두고 생활 할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45. TV에서 가을 꽃게가 나오니 어머니가 해 주시던 꽃게 된장국 생각에 침이 질질 흘러 나와 감사합니다.

      <중  략>
 51. 처가 집 부산 기장 바다의 비릿한 냄새가 문뜩 느껴지며 그리움이 북받쳐 오름에 감사합니다.
 52. 시들었던 화분의 식물이 물만 흠뻑 주었을 뿐인데 팽팽해짐에 감사합니다. 
 53. 뜨거운 물을 만들어 주는 ‘온수 가열기’ 덕분에 이 곳에서 라면을 먹을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54.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볶음 김치’가 메뉴에 들어 있어 취사장에 감사합니다.
 55. 창밖을 보며 사색을 즐길 때 함께하는 블랙커피에 감사합니다. 

     <중  략>
 61. 유대인들의 죽음의 수용소에서 크리스마스가 끝난 뒤 사람들이 많이 죽어 나가는 것은 “크리스마스에 나갈 수 있다”는 혹시나 하던 기대가 물거품이 되었기 때문입니다. ‘희망’은 살게 해주는 생명수임을 깨닫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62. 모든 스토리와 인간사에 신이 개입되어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해주어 감사합니다.
 63. 똥 밭에 굴러도 담장 밖이 좋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담장 안의 삶에도 밖 못지않은 애환과 감동이 있기에 감사합니다. 
 64. 잔잔한 근현대를 관통하는 한 가족의 이야기를 읽고 부모님을 생각하며 눈물을 흘렸습니다. 은은한 울림을 주신 파친코 작가님께 감사합니다.
 65. 삶의 평범함이 어찌 보면 온전함이기에 평범한 모든 일상을 돌아보고 감사할 수 있음에 감사합니다.

     <중  략>
 71. 내게는 당연한 것들이 누군가에게는 이루지 못한 간절한 꿈이었기에 내 주변을 돌아보며 나의 당연한 것들에 대하여 감사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72. 담장 안은 절망의 공간일 수도 있지만 그러나 역설적으로 무수히 많은 희망들을 싹 틔울 수 있는 공간이기도 해서 감사합니다.
 73. 아이들과 캠핑카로 시베리아를 횡단하는 희망을 가질 수 있어 감사합니다.
 74. 가석방으로 내년 여름이 가기 전에 가족들과 재회하는 꿈을 꾸고 있어 감사합니다. 
 75. 미리 알아둔 맛 집들을 아이들과 함께 갈 희망을 갖고 있어 감사합니다.

     <중  략>
 81. 시골집을 지어서 가족들과 러스틱 라이프를 즐기겠다는 꿈을 꾸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82. 여행 갈 목적지에 대하여 아이들과 함께 사전 준비와 스터디를 하는 상상을 할 수 있어 감사합니다.
 83. 출소 후 아내에게 매일 안마를 해 주겠다는 상상을 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84. 부모님께 최소한 10년은 원 없이 효도를 하는 꿈을 꾸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85. 행복한 희망, 꿈, 상상의 나래를 펼치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중  략>
 91. 내게 상처 받은 주변 모든 사람들의 상처치유를 위해 최선을 다하는 꿈을 꾸고 있음에 감사합니다.
 92. 가족들에게 맛있는 요리를 매주 한번 씩 해주는 상상을 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93. 나에게 점점 그리스도의 향기가 물씬 풍겨나는 모습을 꿈꾸고 있어 감사합니다.
 94. 아이들과 함께 여행하고 그 것들을 기초로 책을 쓰겠다는 꿈을 꿀 수 있어 감사합니다.
 95. 수용생활을 하는 동안 일본어 공부 실력을 더 끌어 올려야 겠다는 결심을 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중  략>
 98. 출소하는 시점에는 독서의 기술이 더 많이 늘어 있을 것을 상상하니 감사합니다.
 99. 감사나눔 공모전에 입상하는 장면을 상상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100. 희망이 없는 삶은 죽음이기에 더 많은 희망들로 내 삶에 생명을 불어 넣고 삶을 두근거리게 해야겠다는
다짐을 하고 있어 감사합니다. 

 

                                ------  소   감   문 ------


             ‘감사’가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였음에 감사 합니다
감사나눔 공모전에 참여함으로써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들을 소환 할 수 있었고 소환된 추억들 덕분에 행복 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감사를 쓰면서 ‘감사’가 ‘사랑’으로 가는 징검다리 일 수 있음을 깊게 생각하게 되는 계기였습니다. 
많은 생각의 시간과 깨달음의 기회를 주신 감사나눔 신문에 감사드립니다. 

                                                              서울 동부 구치소 수용자 김ㅇㅇ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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