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동창의 맨발걷기

저자는 어린 시절 스스로 졸라 시골의 조부모님 밑으로 가서 자랐다. 당연히 매일 논두렁을 뛰고 산을 오르내리고 뛰어놀며 컸다. 그러다 보니 수시로 날카로운 칼이나 낫에 손가락을 베이고, 찢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하지만 당시에는 오늘과 같은 상처 치료용 연고 등이 있을 리 만무했다. 그래서 보드라운 흙을 한 줌 쥐어서 피가 나는 상처에 뿌리곤 하였던 기억이 난다. 흙이 상처를 치유한다는 사실을 그 당시 어린 나이에 이미 알아차렸던 것이다.

그렇다면 과거 인류의 문명 전 고대에는 어떠했을까? 똑같은 자연치유의 방법이 있었을 것이다. 오랜 경험을 한 나이 많은 사람이나 제사장 또는 승려들이 원시적이나마 각종 상처와 질병에 대한 응급처치 요령을 익혀 주변의 어려운 사람들을 치유케 하였을 것으로 믿어진다.

2006년 이부영 박사가 쓴 《의학개론》은 “질병이 언제부터 있었는지는 확실치 않다. ··· 병은 생명과 더불어 존재했을 것이라는 추정도 있다. 왜냐하면 병은 곧 생명현상의 일부기 때문이다. ···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는 구석기시대의 의학은 의사 없이도 있을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다.

실제 약 4000년 전인 BC 1,750년 고대 바빌로니아의 인류 최초 성문법전인 함무라비법전에 이미 “의사와 의료행위에 대한 법적인 규정이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 특히 의사의 보수에 관한 조항이 있는데 법전 215장에 큰 수술로 환자를 고치거나 백내장을 수술해서 눈이 나으면 10제켈의 은(銀)을 받아도 좋다고 되어 있다.”라고 서술하고 있음이 그를 증거한다. 

약 2500년 전 현 인류의 의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그리스의 히포크라테스는 그의 저서에서 “대자연은 스스로의 치유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라며 자연치유에 대한 믿음을 토로하면서, 주로 식이요법, 공기욕, 안마, 해수욕, 사혈 요법, 부항 등의 치료 방법을 사용했다고 기록하고 있다. 그러나 그 어디에도 맨발걷기로 건강해질 수 있다거나 병이 치유된다는 기록은 나오지 않는다.

약 2000년 전 이집트의 갈레노스(129~200)는 서양의학의 역사에서 해부학과 생리학, 진단법, 치료법에 이르기까지 의학의 모든 분야에 걸쳐 1000년 이상 오랫동안 큰 영향을 끼쳤고, 그 이후 이탈리아의 해부학자 모르가그니Morgagni G B는 서양 해부병리학의 아버지로 불리며, 이탈리아 파두아Padua대학교의 해부학 교수로 56년간 재직하면서 많은 나라의 수만 명 의과대학생을 가르쳤지만, 그들 모두 해부학 중심의 대증적 처치에 중점을 둔 의학을 발전시켜 왔다. 

한편, 약 500년 전 조선 시대 태의(太醫) 허준은 1596년 선조의 왕명을 받아, 중국과 조선의 의서를 집대성하기 시작한 지 15년만인 1610년에 그 유명한 《동의보감》을 펴내었는바, 출간 직후부터 조선을 대표하는 의서로 자리 잡았으며, 18세기 이후 국제적인 책이 되었다. 하지만, 위 다양한 기록들에서 ‘맨발걷기’의 효험과 중요성은 나타나 있지 않다. 서양 의학자들은 주로 해부, 병리학을 중심으로 의술을 발전시켜 왔기 때문에 질병이 생긴 후 그 대증적 치료요법을 중심으로 연구하였던 것으로 보이고, 동의보감은 병의 치료보다 병을 예방하거나 건강을 추구하는 양생의 정신을 강조하였다. 하지만, 맨발걷기에 관한 기록은, 저자가 아는 한, 찾아볼 수 없다. 다만, “약보(藥補)보다는 식보(食補), 식보(食補)보다는 행보(行補).”라고 하여, 걷는 것이 먹는 것은 물론, 보약보다도 더 좋다는 사실을 지적하였지만, 그를 따로 맨발로 걸어야 한다고는 적시하지 않았다.

결국, 그동안 수많은 의학자가 수천년 동안 인류의 무병장수를 위한 끈질긴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놀랍게도 우리가 딛고 서 있는 이 땅, 대지를 맨발로 걷고 접지하는 것만으로도 에너지가 충전되고, 각종 질병이 치유된다는 이 놀라운 “단순·용이·무해·무비용”의 건강법을 주목하지 못했다. 따라서 ‘맨발걷기를 통한 질병 없는 건강 세상의 구축’이라는 인류사적인 큰 임무가 저자의 ‘맨발걷기 시민운동본부’에 주어졌다고 생각하며, 그 점을 엄중하게 받아들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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