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삶의 쉼표

살인적 스케즐과 스피드를 소화하느라 심신이 지치셨나요?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자. 복숭아꽃이 필 때와 한여름 참외가 무르익을 때도 모이자. 가을 서련지(西蓮池)에 연꽃이 만개하면 꽃구경하러 모이자. 한 해가 저물 무렵 분(盆)에 매화가 피면 다시 한 번 모이자.” 
다산 정약용이 이끌었던 풍류계 ‘죽란시사(竹欄詩社)’의 규약입니다. 

우리도 내비게이션 안내 문구를 이렇게 만들어보면 어떨까요? “고속도로를 벗어났으니 이제 승용차의 속도를 절반으로 줄이세요. 한창 단풍으로 물들고 있는 벚나무 가로수의 사열을 약 5분 동안 받으세요. 절개지 모퉁이를 돌아서 왼쪽에 도열해 박수갈채를 보내고 있는 계곡물의 환영을 받으세요.” 
이번 주말에는 무슨 일이 있어도 지친 심신에 삶의 쉼표를 찍어보면 어떨까요?


늦깎이

걸음마를 일찍 떼면 성인이 되어서도 빨리 달릴 수 있을까요? 미 공군사관학교 신입생을 위한 미적분I 과목 교수들 중에는 단기적으로 시험 성적이 잘 나오도록 가르치는 이들도, 시험 성적은 낮았지만 장기적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치는 이들도 있었습니다. 
그런데 후자의 교수에게 배운 학생들이 나중에 고급 수학과 공학 강좌에서 더 높은 성과를 거두었지요. 

<늦깎이 천재들의 비밀> 저자 데이비드 엡스타인은 처음부터 ‘무언가를 배우는 것’보다 ‘자기 자신에 관해 배우는 것’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조기 교육은 아이에게 좀 더 일찍 걸음마를 가르치는 것과 같다. 걸음마를 일찍 떼는 것이 인생에 중요하다는 증거는 전혀 없다.” 
우리 아이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은 ‘조기 교육’이 아니라 ‘기초 교육’ 아닐까요?


항소 

한국버츄프로젝트 김영경 대표의 소개로 LG그룹 재정최고책임자(CFO) 출신인 배영표 ㈜핀컴 회장의 세계여행기 대필작가가 됐을 때의 일입니다. 
처음 만난 인사동 찻집 ‘귀천’에서 배 회장의 첫인상이 밝은 이유를 물었다가 이런 대답을 들었습니다. “‘항소(恒笑)’라는 단어를 가슴에 품고 살았지요.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사람들에게 가급적 밝은 모습을 보이려 노력했습니다.” 

운동권 학생과 싸움꾼 기자 시절 집시법, 국보법, 명예훼손법 등으로 네 번이나 항소(抗訴)하는 인생을 살다가 어느 순간 웃는 얼굴마저 잃어버렸던 저에게 항소라는 단어는 신선한 충격이었습니다. 
설사 항소(抗訴)하는 인생을 계속 살더라도 항소(恒笑)까지 잃어버리진 말아야겠습니다. 
끊임없이 도전하는 두 인생 선배와의 소중한 인연 감사합니다.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