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사병영

5월 8일 어버이날에 맞추어 보낸 감사 편지

‘치킨을 먹은 후 탄산음료를 먹는 기분 좋은 느낌’

‘좋아하는 여성에게 다가갈 때 생기는 두근거림’

두 가지 감정이 교차했다.

가족을 위해 러시아로 떠난 아버지

허리가 아프면서도 해장국을 끓인 어머니

내가 생각한 것 이상으로 감사한 일이 많았구나!

“감사 편지쓰기 시간을 통해

부모님에게 더욱 감사한 느낌이 드는 것 같고,

지친 군 생활에 위로가 되어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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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이 교차한 감사 쓰기

입대한 지 어느덧 200일이 지났다. 나의 업무가 이제는 익숙해져 빠르고 정확하게 끝낼 수 있는 상태이다. 업무를 마치고 사단 홈페이지에서 이것저것 둘러보다가 군단에서 진행하는 감사나눔 공모전 공지를 읽었는데 매우 참여하고 싶었다.

감사작성 파일을 이메일을 통해 부모님에게 보내려 하였고, 어버이날인 5월 8일 이전에 보내는 것이 목표였다. 8일 이전에 보내기 위해서는 나에게 이틀이라는 짧은 시간이 존재했다.

우선 개인 정비시간에 항상 사지방으로 올라가 한글파일에 부모님에게 감사한 점을 열심히 적었다. 어린 시절부터 있었던 모든 감사한 일들을 생각해 보았고 목표했던 시기는 아니지만 5월 8일 오후 1시 즈음에 아버지 메일로 보냈다. 다 작성한 후에는 그동안 부모님께 많이 표현하지 못했던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을 문서로나마 작성하고 보냈을 때 여러 가지 감정이 교차하였다.

그동안 마음에만 존재하고 이를 표현하지 못한 죄송함을 떨친 기분과 부모님이 글을 읽고 어떤 생각과 반응할지에 대한 궁금증이 있었다. 그 당시 기분을 비유하자면 치킨을 먹은 후 탄산음료를 먹는 속이 시원하면서 생기는 기분 좋은 느낌, 좋아하는 여성에게 다가갈 때 생기는 두근거림, 전혀 다른 두 가지 감정이 있었다.

속마음을 자주 표현해야지

그날 저녁, 어머니에게 전화가 왔다. 사실 전화를 받기 뭔가 어려웠다. 평소와는 다른 긴장감과 민망함이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전화를 받으며 일부러 무뚝뚝하고 낮은 목소리로 “어 왜?” 하며 전화를 받았다.

어머니는 굉장히 기쁘고 반가운 목소리로 이것저것 말하였다. 주요 내용은 아버지와 형이 보고 굉장히 좋아했고, 이제는 집의 막내가 어른이 돼가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는 것이었다. 사실 그 통화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부모님의 목소리다.

학창시절 방황을 많이 하고 사고도 많이 쳐서 부모님의 큰 걱정거리였다. 그런 아들이 고려대, 한양대 등 각종 명문대에 합격하여 부모님이 기뻐했을 때 이후 처음 들어본 매우 밝은 목소리였다. ‘그만큼 기분이 좋으셨던 거겠지!’ 생각하며 앞으로는 자주 전화도 드리고 속에 있는 마음을 자주 표현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사한 일이 많았구나

작성했던 내용 중 가장기억에 남는 감사한 사연 중 하나는 최근의 일이다. 러시아 화학회사에서 근무하는 아버지는 코로나 19로 인해 1년 넘게 한국에서 휴직 중이다. 코로나가 한국보다 심하여 가는 것도 두렵고 갔다 왔을 때의 2주 자가격리가 싫어 회사 복귀를 하지 않은 상태이다.

4월 말에 가족과 통화하는데 아버지가 러시아로 돌아간다는 소식을 들었다. 아직 백신 접종을 받은 것도, 러시아가 아직은 안전한 나라도 아니다. 말로는 회사에 급한 일이 생겨서 간다고 했지만, 그곳으로 가게 된 더 큰 이유는 가장으로서 우리 가족을 위한 돈을 벌기 위하여 간 것이라 생각이 들어 죄송한 마음과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른 기억에 남는 것은 대학교 신입생 시절이다. 그 당시 어머님이 교통사고를 당해 몸이 편하지 않았던 적이 있었다. 허리를 다쳐서 제대로 서 있는 것도 힘들어하셨다. 하지만 금요일 새벽 늦게까지 술을 마시다가 들어오고 늦게까지 자는 나를 위해 어머니는 콩나물해장국을 끓여 주시고 다시 누워 있다가 식사 시간이 될 때마다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본인의 몸이 불편하더라도 건강한 아들이 한 끼라도 굶을까 걱정하는 어머니의 모습에서 깊은 모성애를 느꼈다.

이외에도 다양한 일들로 감사함을 표시하였는데 쓰다 보니 부모님이 나를 정말로 아끼며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감사한 일이 많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엄마가 더 고마워

2020년 12월 초 매주 수요일에 실시하는 주간정신전력교육 시간에 20감사 편지쓰기 운동 캠페인을 하였다. 부모님께 감사한 마음을 담아 20가지 감사한 점을 작성했다. 보안상의 문제로 작성한 종이는 부모님께 보여주지 못하였지만, 그날 저녁 부모님께 안부 전화를 드렸다. 부대 내에서 재미있던 일, 나의 업무 등 여러 이야기를 했고 통화가 끝나갈 무렵 그날 있었던 감사작성에 적었던 일부를 말했다.

다른 사람들보다 좋은 운동신경을 갖고 태어나게 해준 점, 좋은 대학에 진학할 수 있게 금전적으로 많은 도움을 준 것, 군 생활을 하는데 필요했던 물품들을 얘기하면 바로 택배를 보내주는 것 등을 얘기했다. 어머니는 그에 대한 대답으로 “우리 아들이 엄마에겐 오히려 자랑거리이고 잘 자란 것 같아서 엄마가 더 고맙지”라며 통화를 종료했다.

그 말을 듣고 슬프면서도 기분이 좋은 복잡한 감정이 들었었고 그날의 123감사 노트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감사 편지쓰기 시간을 통해 부모님에게 더욱 감사한 느낌이 드는 것 같고, 지친 군 생활에 위로가 되어 감사합니다'.

감사 편지가 효도

이번 행사와 비슷한 것으로 사단에서 주관하는 123감사 작성 나눔 운동이 있다. 저녁점호 시간마다 생활관에 앉아서 하루 있었던 감사한 일 3가지, 칭찬하고 싶은 사람 2명을 적고 발표하는 것이다. 가끔은 지루하기도 한 점호시간을 알차게 보내는 방법이며 시간이 지날수록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고, 주변 사람들을 호의적으로 보는 시각도 발달하며 주변 사람에게 언행을 조심하게 된다. 이를 매일 작성한 것이 이번 감사나눔 편지를 작성하는 데에도 큰 도움이 된 것 같아 감사하다.

이번 군단에서의 감사나눔 행사를 경험해 보니 다른 용사들에게 적극적으로 추천하고 싶다. 군대에서 자격증 준비를 하거나 다른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 아니라면 이런 감사나눔 행사에 참여하여 더 의미 있는 군 생활을 하였으면 한다.

대부분 개인 정비시간을 휴대폰 게임이나 유튜브 시청으로만 소비하는데 때때로 시간 낭비를 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이에 대한 해결책으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한 마음을 키우고, 오랫동안 얼굴을 못 보는 가족들에게 조금이나마 효도할 수 있는 감사나눔 편지를 작성해 보는 것은 어떨까?

글=이상민 일병(8군단)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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