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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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이 저리시다고요?"
"어깨가 저릴 때도 있어요.'
N선생은 손이 저리다고 한마디하고는 아무 말 없이 팔목만 내밀었다. 맥을 짚어 보라는 것 같았다. 참 이상하다. 병원에 가서는 의사가 묻지 않는 말도 속속들이 털어 내고 보태기도 하면서 침구사에게 오면 꿀 먹은 벙어리다. 한의사한테도 그런 사람들이 많이 온다는데 맥만 탁 내놓고, 마치 점술가에게 점을 볼 때처럼 알아맞히나 못 맞히나 하고 눈치만 살핀다.

현대의학에 비해 침뜸술을 포함한 전통의학이 진단을 위한 기구나 기기를 거의 사용하지 않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침구사와 한의사는 사진(四)을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사진(四診)이란 환자의 낯빛이나 용모를 살펴보는 망진(望診), 만져보고 맥을 짚는 절진(切診), 말소리나 숨소리 또는 분비물 등의 냄새를 맡는 문진(聞診), 증상이나 병의 진행 과정을 물어보는 문진(問診)을 말한다. 

사진(四診)은 매우 중요해 어느 것 하나 빼먹거나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그렇지만 조금만 더 주의를 기울이면 환자가 말해 주는 증상만으로도 의심되는 질환의 폭을 대폭 줄일 수 있다.
우선 N선생은 내가 물어보기도 전에 손이 저리다고 하며 손목을 내놓았다. 그의 말만으로 의심할 수 있는 질병은 목 디스크이다. 나는 정말 목 디스크인지 확인하기 위해 질문을 했다. 
"팔은 잘 돌아가지요?"

N선생은 팔을 앞뒤로 돌려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견비통이 오래 되어 어깨가 굳었다면 팔을 돌리지 못할 테니 견비통으로 손이 저린 건 분명 아니다. 나는 그에게 손가락이 저려오면 이야기하라고 이르고서 등의 천종(天宗)혈과 고황(膏盲)혈을 차례로 눌렀다. 여기를 눌러 손가락이 저리면 흉추에 이상이 생긴 상태이다. 제3흉추에서 제7흉추까지 눌러 자지러질 정도로 아픈 곳을 찾으면 되는데 그는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다시 한 번 눌러보았으나 N선생은 반응이 없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어깨마루 끝과 목뼈 사이의 중간인 견정(肩井)혈 조금 아래에 있는 천료(天髎)혈을 찾아 눌렀다. 그러자 그가 손가락이 저려온다고 했다. 천료(天髎)를 눌러 손가락이 저리다면 목뼈에 이상이 있다는 신호이다. 나는 왼쪽 천료와 오른쪽 천료를 번갈아 누르면서 말했다.
"오른 손은 괜찮은데 왼손이 저리지요?"
"네, 왼손이 저려요."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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