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환의 감사스토리텔링

먹구름

경희대 개강 수업 때 학생들과 ‘시인처럼 자기소개’ 시간을 가졌습니다. 
한 학생이 이렇게 말문을 열었습니다. “저는 먹구름 같은 사람입니다.” 그는 하늘에 둥둥 떠다니다가 소나기, 보슬비, 장맛비로 변신하는 먹구름의 특성에 빗대어 자신을 소개했습니다. 

“평소에는 별다른 생각 없이 지내지만 소나기처럼 충동적으로 무언가 하는 것을 좋아하고, 조금씩 내리는 보슬비처럼 여러 가지 것에 가볍게 관심을 두기도 하고, 정말 좋아하는 것에는 옆에서 질리지도 않냐고 물을 정도로 장맛비처럼 몰입합니다.” 

그는 마지막으로 이런 말을 덧붙였지요. “앞으로도 먹구름의 ‘먹’을 제 인생 그림을 그릴 때 물감 재료로 사용하고 싶습니다.” 
그래서 “비(비)라는 절망까지 껴안을 수 있을 때 희망의 무지개(rainbow)도 만날 수 있다”고 말해 주었습니다.

 

생각의 덫, 생각의 돛

이번 학기에도 경희대 ‘세계와 시민’ 수강생들에게 ‘더 나은 세상을 가로막는 생각의 덫’을 ‘더 나은 세상을 앞당기는 생각의 돛’으로 바꿔보자고 제안했습니다. 

△세상은 원래 그런 거야→세상은 눈앞에 보이는 게 전부가 아니야(이문찬) 
△혼자서는 변화를 만들 수 없어→내가 먼저 도전하면 이미 변화는 시작된 거야(박예나) 
△이건 완전히 불가능한 일이야→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한번 해보자(한주은) 
△난 시간과 힘이 없어→시간은 만들고 힘은 키우면 돼(김채원) 
△난 이 문제에 대해 별로 아는 게 없어→난 이 문제에 대해 알아가면서 행동할 수 있지(이소현) △어디서부터 시작할지 모르겠어→가장 쉽고 작은 일부터 시작하면 돼(신민지) 

발목 잡는 ‘덫’은 벗어 던지고 바람 가득 안은 ‘돛’은 활짝 펼치고 오늘도 힘차게 출항하면 어떨까요?

 

“여름이 뜨거워서/ 매미가 우는 것이 아니라/ 매미가 울어서/ 여름이 뜨거운 것이다.” 
안도현의 시 ‘사랑’은 이렇게 시작되지요. 
옥스퍼드 사전 2011년 개정판에 새로운 단어가 실렸습니다. 다름 아닌 기호 ‘♡’였는데, 기호가 단어로 인정받은 것은 그때가 처음이었습니다. 
세계 최고의 권위를 자랑하는 사전이 기호를 단어로 인정한 까닭은 무엇일까요? 편집자인 그레이엄은 “다른 기호들도 많이 쓰이지만 ‘♡’처럼 직접적으로 단어의 뜻을 연상시키는 기호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는 무엇을 연상시키는 기호로 살고 있을까요? 안도현의 ‘사랑’은 이렇게 이어지지요. “매미는 아는 것이다/ 사랑이란, 이렇게/ 한사코 너의 옆에 붙어서/ 뜨겁게 우는 것임을/ 울지 않으면 보이지 않기 때문에/ 매미는 우는 것이다.”

 

 

소중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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