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양쪽 손이 똑같이 저린 법은 없다. 나는 그의 왼쪽에 서서 그의 이마를 잡고 목을 끌어당겨 왼쪽 뒤로 젖혀 보았다. 그는 손이 저리다고 했다. 이번에는 반대쪽인 오른쪽 앞으로 그의 목을 기울였더니 저린 게 없다고 했다. 그렇다면 틀림없이 목 디스크였다. 이제 목뼈를 눌러보면 탈이 난 곳이 어디인지 확실하게 찾을 수 있을 터였다. 나는 오른손 엄지손가락으로 그의 목뼈를 아래에서 위로 차례로 눌렀다.
"으아악!"
그는 목뒤가 터질 듯이 아프다며 소리를 질렀다. 더 저린 쪽이 왼쪽이니 굉장히 아파하는 목뼈의 왼쪽 옆을 눌러 더듬으면서 가장 아픈 곳을 찾았다.

"여깁니다. 탈이 난 곳이."
그는 내가 목 디스크 때문에 손이 저린 것이라 하자 믿을 수 없다는 투로 반문을 했다.
"그럼, 제가 다녔던 한의원에서는 그런 얘길 왜 안 한 거죠?"
"거기에서는 무엇 때문에 손이 저린 거라고 하던가요?"
그는 대답은 하지 않고 어색하게 웃기만 했다.
"중풍이 올 징조라거나 견비통이라고 했을 겁니다. 그렇죠?"
그는 대답 대신 긴 한숨을 내쉬었다.

목디스크이건 허리디스크이건 탈이 난 곳, 즉 눌러서 가장 아픈 곳이 침뜸 치료의 중심점이다. 디스크는 대개 세 마디가 함께 탈이 나므로 중심점과 위, 아래, 옆을 치료해야 한다. 바로 이것이 디스크를 치료하는 침뜸 특효 처방의 핵심이다. 중심점만 치료해서는 쉽게 낫지 않고 나았다가도 쉽게 재발하는데 세 마디를 함께 치료하면 치료 경과가 탁월할 뿐더러 재발률도 대단히 낮다.
더불어 저린 손의 손등에 있는 중저(中渚)혈, 손목 바깥에 양지(陽池)혈, 팔목 바깥에 외관(外關)혈을 배합하여 증상이 나타나는 부위를 치료한다. 이는 잎사귀가 마를 때 뿌리에 물을 주면서 잎사귀에도 물을 흠뻑 뿌려주는 것과 같은 이치이다. 

병의 근본과 증상을 동시에 치료하면 치료 경과가 한결 높아진다. 여기에 어깨죽지 부위의 천료(天)혈, 천종(天宗), 고황(膏盲)혈을 함께 쓰면 탈이 난 뼈 부위의 통증이 가라앉고 손 저림이 곧바로 사라진다.
나는 가장 근원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처방도 함께 썼다. 흉추의 이상보다 더 근원적인 원인, 쉽게 말해 흉추에 이상을 일으키게 한 근원적인 원인이란 뼈(흉추)가 탈을 일으키게 한 원인을 말한다. 우리 전통의학에서는 뼈의 탈은 신(腎)이 허하거나 몸 전체가 허해서 일어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므로 몸 전체를 보해 주는 무극보양뜸을 겸해 병의 깊숙한 뿌리까지 완전히 걷어낼 수 있게 했다.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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