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은 사랑이다

익명의 기부자가 두고 간 물품 목록. 〈사진=부산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익명의 기부자가 두고 간 물품 목록. 〈사진=부산북부경찰서 덕천지구대〉

폐지 팔아서 모았어요

지난 5월 4일 낮 부산 북구 덕천2동 지구대에 한 사내가 나타났다. 그는 안으로 들어가지 않고 누가 볼까 노심초사하며 몰래 박스 하나를 밖에 놓고 갔다. 이를 알게 된 경찰은 박스를 가지고 들어와 열어보았다. 그 안에는 초코파이, 초코송이, 웨하스 등 과자 6봉지와 안이 보이는 옥빛 돼지저금통, 체크무늬 여성 치마 한 벌, 그리고 편지 한 장이 들어 있었다.

“첫째는 장애 3등급, 저희는 수급자 가정입니다. 매일 폐지를 모아 팔아서 한 푼 두 푼 모은 돈입니다. 어린이날 어려운 가정에 써주세요.”

경찰은 기부 물품이라는 걸 직감했다. 돼지저금통의 금액을 확인해보니 4만 9천원이었다. 기부 물품도 기부 금액도 어찌 보면 소소해보였지만, 사연을 짐작해보니 그 어떤 고액보다 값지게 읽혀졌다.

덕천지구대는 박스 내용물이 기부자의 뜻대로 어려운 가정에 전달될 수 있도록 덕천2동 행정복지센터에 전달했다.

행정복지센터 사람들도 편지를 읽어보았다. 수급자 가정이라면 수소문해서 누군지 확인이 가능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덕천2동 주민은 아니라는 판단에 이르렀다.

기부는 세금이 아니다

“어린이날이 즐겁고 행복한 가정도 있지만 그렇지 못한 어려운 환경의 아이도 있을 것입니다. 과자랑 현금이 얼마 안 됩니다.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이것밖에 안 돼 죄송합니다.”

기부는 금액으로 하는 게 아니라 마음으로 하는 것이다. 편지에서 익명의 기부자는 그걸 보여주고 있었다.

영화배우 김응수님이 노개런티 재능기부로 출연한 ‘사랑의 열매’ 광고를 보자.

“김 : 니들 아냐? 내가 기부를 한 지 어언 21년째다.

남 : 존경합니다.

여 : 그럼 그동안 얼마나 하신 거예요?

김 : 생각날 때마다 천!

일동 : 처… 처… 천만 원?

김 : 아니, 천 원.

남 : 근데요, 천 원만 해도 돼요?

김 : 금액이 중요 하냐, 짜샤?

내래이션 : 사랑은 돈의 크기가 아니라 마음의 크기입니다.”

소득만큼 비례해서 정기적으로 내는 건 세금이지 기부가 아니라고 한다. 즉 ‘사랑의 열매 광고’ 내용대로 기부는 누군가 어려움에 처해 있다고 생각할 때 마음을 내어 도움을 주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작은 용기, 큰 힘

“작지만, 어린이날 선물이 됐으면 합니다. 아이가 좋아했으면 좋겠어요, 웃는 얼굴이 상상이 됩니다. 아이 엄마 옷도 넣어뒀습니다. 이쁘게 입으시고 아이랑 즐거운 어린이날 보내시길 바랍니다. 비가 와서 걱정입니다.”

장애아를 포함 세 자녀를 두었다고 편지 앞부분에서 밝힌 익명의 기부자는 자신보다 더 어려운 가정이 진심으로 행복하기를 바랐다. 그래서 엄마 옷도 넣어두었다. 모두가 행복해야 즐거운 가정이 된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과자랑 현금이 얼마 안 된다며 제가 할 수 있는 능력이 이것밖에 안돼 죄송하다.”

하지만 정말로 과자 한 봉지 사먹을 돈이 없는 가정도 있을 것이다. 그래서 그가 나눈 능력은 태산처럼 커 보인다. 죄송한 건 작은 나눔조차 선뜻 실행하지 못하는 사람들일 것이다.

그래서 익명 기부자의 편지 마지막 구절은 큰 울림을 준다.

“누군가의 작은 용기가 누군가에게는 큰 힘이 됩니다.”

나보다 더 힘든 이웃이 있을 거라는 생각, 그에 대한 공감과 배려를 옮기는 마음, 거기에 크고 작은 액수는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오직 나누는 마음만 필요할 뿐!

안남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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