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우리는 시험지를 받으면 그냥 처음부터 위에서 아래로 풀어간다. 인생이라는 시험지도 대개 이렇게 풀어간다.
그것은 우리 뇌가 가능하면 에너지를 덜 사용하게 설계되어있기 때문이다. 습관화를 통하여 생각하지 않고 무의식적으로 행동하도록 한다. 하지만 이렇게 습관대로 문제를 풀지 말고 거꾸로 끝에서부터 문제를 푸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라는 경험을 직장 생활 초기에 했다. 

첫 직장에 입사했을 때인 1972 년에 앞서가는 조직에서는 컴퓨터를 도입하여 전산실을 운영하고 있었다. 프로그래머를 채용하거나 직원 가운데서 컴퓨터 적성검사를 하여 프로그래머로 양성하기도 했다. 
나의 첫 직장에서는 새로 입사한 직원들에게 컴퓨터 적성검사를 실시하여 적성이 있는 직원들을 교육을 통하여 프로그래머로 양성했다. 

나를 포함해 그 해 입사한 직원 들도 적성검사를 치렀는데, 10문제 가운데 아홉 문제는 쉽게 풀었는데 한 문제는 잘 풀리지 않았다. 위에서부터 아래로 문제를 풀어나가는 데 잘 풀리지 않아서 거꾸로 밑에서부터 위로 풀었더니 아주 쉽게 풀렸다. 이렇게 문제를 거꾸로 해결한 것이 컴퓨터 적성검사에 합 격하는데 큰 힘이 되었다. 
이후 계속 컴퓨터 관련 업무를 하였고 미국 유학도 다녀왔다. 미국에서 경영학 석사를 하고 귀국 하여 결국 정보통신 회사를 설립하는 책임을 맡았고 정보 통신 회사의 경영자로 9년간 일하게 되었다. 
문제를 거꾸로 풀어서 만점 맞은 덕분에 그 후 인생길이 컴퓨터와 연결된 것이다.

필자가 파견되어 근무했던 해외 현장은 턴키 베이스로 처음 공사를 하였다. 공사를 계약한 후에 제 2차 오일쇼크가 시작 되어 철근을 비롯한 자재 가격이 50% 이상 급등하여 아주 어려운 입장이 되었다. 
이유가 어찌 되었던 건설회사의 경우 적자 현장은 공사 완공단계가 되면 적자 사유를 밝히는 것 이 아주 상식적인 일이다. 그래서 3년 후에 공사가 완공될 때를 생각하여 3년전부터 적자 사유에 대한 준비를 했다. 
직원들이 업무를 하면서 저지를 수 밖에 없는 시행착오를 보고서로 작성해야 휴가비를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하고 그것에 대해서는 일체 문책을 하지 않았다.
3년 후에 일어날 것이 예상되는 일을 미리 준비하지 않았으면 고생하고 모두 문책 당하는 일이 있 었을 것이다. 
컴퓨터 적성검사 문제 해결과 해외현장에서 3년 후에 있을 일을 미리 예견하여 3년전부터 준비했던 경험은 늘 일의 끝을 미리 생각해 보게 한다.

그리고 임기가 있는 자리에 경영자로 선임되면 임기후에 무엇을 할 것인가를 거꾸로 준비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기업의 사장과 부회장의 임기는 3년이다. 대학 총 장의 임기는 4년이다.
총장에 임명 되었을 때 미리 퇴임식을 어떻게 할 것인지를 결정 하였다. 퇴임식 때 <캠퍼스 사계>라는 사진전을 하고 학교 도서관에 책장을 남길 준비를 하였다. 매달 책을 학생회에 20권씩 급여에서 사주니 퇴임 때 960권이 되어 책 장 하나에 베스트셀러가 가득했다.

분주하게 살지만 어느 주말 하루 조용히 앉아서 묘비명을 작성해보는 일은 살아가는데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을 한다. 권력과 부와 1000명의 미녀들과 모든 영화를 누린 솔로몬도 결국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다는 고백을 남겼다.
임종에 이르러 헛되다는 고백을 하지 않고 즐거운 소풍이었다고 하려면 미리 묘비명을 써 놓고 묘비명에 합당하도록 거꾸로 살기를 해 보자는 생각을 한다.

 

제갈정웅 편집인.
제갈정웅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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