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열 원자래}를 실천하는 가정의 달

가까운 사람, 먼 사람

“섭공문정, 자왈: 근자열, 원자래(葉公問政, 子曰: 近者說, 遠者來).”

<논어> ‘자로편’에 나오는 말로 “섭공이 정치에 대해 묻자, 공자가 말하기를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고 멀리 있는 사람을 오게 한다.’”라는 뜻이다.

초나라에서 섭이라는 지역을 다스리던 섭공이 노나라 공자를 불러 나눈 이야기이다. 여기서 가까이 있는 사람은 누구이고, 멀리 있는 사람은 누구일까?

두 사람의 대화 키워드가 정치라는 거에 집중하면, 가까이 있는 사람은 백성들이고 멀리 있는 사람은 이웃 국가들이다. 그러니까 좋은 정치란 백성을 기쁘게 하고, 이웃 국가들과 잦은 왕래를 통해 평화로운 국제관계를 맺게 한다는 것이다.

‘근자열, 원자래’를 일상에서 생각해보면, 가까운 사람은 가족이고, 먼 사람은 이웃 혹은 사회가 된다. 여기서 여러 생각들이 겹쳐올 수 있다. 집 밖에 나가 만나는 사람들과 최선을 다해 응대하고 소통하고 지내다가 집 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만사가 귀찮다는 듯이 자기 휴식에만 몰입하는 경우가 있다. 바로 이때 바깥에서 쌓인 스트레스를 집 안에서 풀기도 하고, 더 험악한 경우에는 가족들을 막 대하기도 한다. 이 무슨 어이없는 상황이란 말인가?

가족에게 먼저 감사를

지난해 감사나눔연구원 원장으로 취임한 양병무 원장은 취임사에서 ‘근자열 원자래’를 인용하면서 이렇게 말했다.

“감사나눔운동은 바로 가까이 있는 사람을 기쁘게 하는 것이기에 이러한 감사의 마음이 민들레 홀씨처럼 날아가 멀리 있는 사람에게 전달되어 감사의 열매로 돌아올 것입니다.”

이 말의 의미는 감사가 가까운 사람을 기쁘게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즉 감사는 바로 가까운 사람부터 감사를 하는 게 바른 방법이라는 것이다. 가까운 사람 즉 가족에게 감사를 하지 않고 바깥 생활에서 만나는 사람들에게만 감사를 한다면, 이는 감사의 진정한 의미가 퇴색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우리의 모습들은 어떠한가? 부모가 자식에게, 남편이 아내에게, 아내가 남편에게, 자식이 부모에게 서로 행하는 모든 일들은 으레 당연한 것으로 여겨 감사를 안 하고 있지는 않은가?

닭살 부부의 원천은 감사

“1. 잠 들 때나 아침에 눈 뜨면 언제나 내 곁에 있어주어 감사합니다. 2. 잠에서 깨어 제일 먼저 내 볼에 뽀뽀해주는 당신이어서 감사합니다. 3. 새 날을 여는 새벽이면 기도하는 당신이이서 감사합니다. 4. 즐거운 마음으로 아침 밥 잘 챙겨주어 감사합니다. 5. 경제적으로는 힘들어도 욕심 내려놓고 늘 활기와 웃음 잃지 않는 당신이어서 감사합니다.”

전 중대부초 교장 이점영 님이 아내에게 쓴 100감사 일부다. 이점영 님의 100감사를 모두 읽은 100감사 원조 안남웅 본부장은 다른 감사 항목을 언급하며 이렇게 말했다.

“이점영 중대부초 교장이 아내에게 쓴 100감사는 이들 부부가 얼마나 서로가 서로를 사랑하며 존중하고 있는가를 엿볼 수 있다. 특히 36번의 ‘당신만한 남자 없다’, ‘내 인생에서 당신을 만난 것이 대박이다’라고 아내가 남편에게 고백했다는 표현은 이 글을 읽는 모든 남편들이 부러워할 만한 내용이다. 또한 99번에서 남편은 ‘나에게 당신은 별에서 온 그대’라고 화답함으로써 그야말로 이들 부부가 얼마나 닭살 부부인가를 보여줬다.”

한 부부의 100감사를 읽으면서 ‘닭살’이라는 표현은 질투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이처럼 살가운 느낌이 묻어나는 건 이점영 님이 학교라는 바깥 조직에서도 안이라는 가정에서도 늘 감사를 실천했기에 나올 수 있었을 것이다.

감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라

존 고트만 워싱턴대 심리학과 명예교수는 “이혼한 부부들의 첫 번째 특징은 부부 사이에 부정적인 정서가 긍정적인 정서보다 높았다”고 말한다. 즉 이혼 부부는 긍정적인 애정과 친밀감은 낮고 상대방에 대한 분노, 서운한 감정, 불평, 불만 등의 부정적인 감정이 더 높았다는 것이다.

존 고트만 교수는 행복한 부부가 되려면 감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혼 직전 부부들의 상담 과정에서 상대방을 배려하고 위하는 행동에 대해 배우자가 고마움과 감사함을 못 느낀다는 걸 알게 된다. 상대방을 위한 고마운 행동을 당연하다고 여기거나 받은 만큼 어느 정도는 되돌려주지 않기에 분노와 한이 쌓여 있었다. 상대방에게 감사하기는 서로에게 열린 마음을 갖게 하고 아내로서, 남편으로서 자존감을 느끼게 해 준다. 이혼하는 부부들은 속으로는 감사하다고 느끼지만 불평이나 불만은 외부로 적극적으로 표현하고 상대방 행동에 불만을 제기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와 자식 관계와 달리 가족 가운데 돌아서면 남이 된다는 관계는 부부 사이이다. 그래서 더 위태로울 수 있다. 힘겹고 어려울수록 가장 가까운 남편 혹은 아내에게 감사를 적극적으로 표현하자. 그럼 우리 사회 구성원 모두가 기쁠 것이다.

김서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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