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

이봉주공방(李鳳周工房)이라고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에 제작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이봉주공방(李鳳周工房)이라고 밥그릇, 국그릇, 숟가락에 제작자의 이름이 적혀있다.
방짜 유기 그릇은 구리의 이온이 작용하여 대장균과 비브리오균이 살균되는 효과가 있다.
방짜 유기 그릇은 구리의 이온이 작용하여 대장균과 비브리오균이 살균되는 효과가 있다.

우리는 어떤 사물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면 그 사물에 대한 우리의 태도가 바뀐다.

그런 사례로 집안에 먼 조상 때부터 전해 내려오던 물건을 진기명기 TV프로에서 전문가들이 감정 가격을 높이 매기면 그 물건에 대한 우리의 태도는 확 달라진다.

지난 6월초에 경상북도의 문경 부근을 아내와 함께 1박 2일 여행을 다녀왔다.

이번 여행은 나에게 아주 새로운 것을 경험하게 했다. 사람들이 어떤 것의 진정한 가치를 알게 되면 태도가 변하는 것을 알게 했다.

문경 1관문과 2관문 사이를 맨발로 걸으며 자연과 깊이 교감하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4년 전에는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지 않았다.

이곳은 황토를 깔아서 맨발걷기를 장려하는 곳이다. 황토길 입구에는 신발을 보관할 수 있는 사물함이 마련되어 있어 거치장 스럽게 신발을 들고 걷지 않아도 되었다.

또한, 걷고 나서 발을 씻을 수 있는 시설도 아주 운치 있게 만들어 놓았다. 맨발걷기의 가치를 알게 된 사람들이 주중인데도 북적거렸다.

맨발 걷기가 건강에 아주 효과적이라는 것을 여러 연구 결과들과 실제 사례와 체험으로 알게 되어 우리들도 이번 여행 프로그램에 맨발걷기를 이틀이라는 짧은 여행에 4시간 정도의 시간을 할애 했다.

이렇게 자연과 교감하며 에너지를 충전하고 찾아간 곳이 문경의 자랑거리 가운데 하나인 방짜 유기를 만드는 곳이다.

어렸을 때 제삿날이 되면 할머니랑 어머님이 제기들을 반짝반짝 윤이 나게 딱는 것이 가장 먼저 하는 일이었다.

그래서 유기를 보면 제삿날이 떠오르고 할머니랑 어머님 얼굴이 오버랩 된다. 겨울에는 놋그릇에 밥을 담아서 아랫목의 이불 속에 파묻어 두었다가 늦게 오는 가족들에게 따뜻한 음식을 먹게 해 주었던 것으로 기억되는 추억의 그릇들이다.

그런데 스텐레스 그릇이 나오면서 우리의 생활 속에서 퇴출되었다. 제사도 추모예배로 바뀌면서 무거운 놋그릇 제기들을 사용하지 않게 되면서 우리의 삶과는 아주 멀어졌다.

그런데 방짜유기 공방에 와서 이곳의 주인인 이봉주 옹이 무형문화재 77호로 98세인데 아주 젊어 보이고 아직도 현역으로 활동하시고 있는 것에 놀랐다.

구리와 주석을 78:22로 썩어서 합금을 만들 때는 직접 저울에 정확하게 달아서 풀무에 넣어서 불빛을 보고 판단을 한다는 것이다.

22세부터 76년간 방짜 유기 만드는 일에 일생을 받처 온 분이 직접 방짜 유기의 효능을 말씀해주셨다.

방짜 유기 그릇에 0-157 대장균을 넣으면 구리의 이온이 작용하여 대장균이 죽는다고 하였다. 대장균만이 아니라 비부리오 균도 죽는다고 했다.

뿐만 아니라, 농약성분이 남아있는 채소나 과일을 담으면 유기의 색깔이 변한다고 했다. 어렸을 때는 몰랐던 유기의 효능을 알고나니 유기들이 새롭게 보였다.

놋그릇에 사용되는 구리는 강도와 내구성을 제공하고 주석은 유연성과 가공성을 제공한다고 했다.

구리와 주석의 비율이 78:22일 때 놋그릇은 가장 강하고 내구성이 뛰어나면서도 가공성이 좋다는 것이다.

이 비율은 수세기 동안 실험과 시행착오를 통하여 발견 되었으며 오늘날도 이비율은 놋그릇을 만드는데 가장 적합한 비율로 사용되고 있으며 이곳에서 생산되는 방짜 유기가 청와대의 국빈 만찬 때 사용된다고 했다.

이곳에서 생산된 유기그릇의 뒤쪽 바닥에 한문으로 무형문화재 제77호 이봉주 공방이라고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서 아내가 찬장에서 검게 변한 유기그릇을 꺼내서 뒤쪽 바닥을 보더니 아주 기뻐하였다. 우리 집에 있는 놋그릇들이 이봉주 공방의 도장이 새겨져 있었기 때문이다.

다음날 식초에 15분 정도 담가두었다가 세제로 딲아서 은은한 황금색이 나는 이봉주 공방의 방짜 유기가 우리 집의 식탁을 차지하게 되었다.

 

제갈정웅 편집인.
제갈정웅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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