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

사진=이미지투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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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풍에 걸려 발을 질질 끌면서 나를 찾아온 남자가 있었다.
“당신은 처음으로 풍을 맞은 게 아니에요. 손발을 못 쓰게 되면 최소한 두 번 이상은 풍(風)을 맞은 겁니다.”
내가 두 번째 중풍이라고 해도 그는 아니라고, 분명히 처음이라고 우겼다. 사람들은 자기 몸 귀하다고 말을 하지만 정작 몸이 보내는 신호에는 주의를 기울이지 않는다.
"잘 생각해보세요. 훨씬 전에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고 속이 메스꺼운 적이 있었을 겁니다."
그는 놀란 듯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중풍(中風)이란 말 그대로 바람(風)에 적중(中)되었다는 뜻이다. 병을 일으키는 요인이며 몸을 상하게 하는 사기(邪氣)인 풍(風)에 맞았다는 말이다. 바람은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기척도 없지는 않은 법, 슬그머니 지나가는 바람이라도 티가 나지 않을 수 없듯이 중풍이 다가올 때도 징조가 있게 마련이다.

우선 머리가 아프다. 두통이 더 심해지면서 어지럼증까지 동반된다. 그 다음에는 속이 메스꺼워진다. 마침내 토하게 되는데 토하면 끝이다. 토했다 하면 뇌의 혈관이 터졌거나 막힌 것이고 그렇게 되면 몸의 절반을 못 쓰게 된다.
나는 안타까웠다. 토하기 전에, 메스껍기 전에, 어지러워지기 전에, 머리가 심하게 아팠을 때 침을 맞았다면 이렇게 암담한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또 평소에 뜸을 떴다면 중풍 최초의 증상인 두통도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이렇듯 모르면 당한다. 병은 치료보다 예방이 쉽고 효과적인데 그러려면 제 몸에 대해, 병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

그는 고쳐달라고 사정을 했다. 나는 매달리는 그가 측은했지만 헛된 희망을 주기보다 현실을 인식시키는 편이 옳다고 판단했다.
“아주 오랫동안 치료하면 완치에 가까워질 수는 있습니다. 전에 8년을 치료해서 정상인과 거의 다름없이 돌아간 사람도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누구나 그렇게 될 수 있다고 말할 수는 없어요.

중풍은 뇌(腦)에 이상이 생긴 병이라 고치기 어렵다.
뇌(腦)는 오장육부(五臟六府)와 달라, 탈이 났을 때 다른 사람의 장부로 바꾸거나 인공장치로 대체하기가 불가능하다. 그래서 뇌 기능이 정지하면 죽은 것과 다름없다고 하며 뇌사(腦死)라고 부르고 장기이식을 하기도 하지 않는가.
중풍은 크게 두 가지이다. 터진 것과 막힌 것. 뇌의 혈관이 터져서 뇌 속에 출혈이 되는 경우와, 뇌의 동맥 중 일부분이 막혀서 그 부위의 뇌 세포가 죽어버리는 경우이다. 몸의 절반을 움직이지 못한다는 점에서 같아 보이지만 그 속은 완전히 다르다.
                          
구당 김남수 옹의 책 <나는 침과 뜸으로 승부한다>에서 발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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