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칼럼

점심시간만 되면 짜장면과 짬봉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요구를 경청한 중식당 사장들은 짬짜면을 탄생시켰다. 사진 / 이미봄.
점심시간만 되면 짜장면과 짬봉중 한 가지만을 선택해야 하는 직장인들의 요구를 경청한 중식당 사장들은 짬짜면을 탄생시켰다. 사진 / 이미봄.

원활한 소통을 통한 협업이 회사의 발전과 성공의 근간임은 모두가 알고 있지만 그것은 결코 말처럼 쉽지 않다. 이에 ‘소통의 달인’이라 불리는 게 전혀 어색하지 않을 KPX케미칼의 전임 사장인 김문영 고문의 특별한 소통 방법을 소개해 보고자 한다.

김 고문은 사장으로 재직 시 TBVM을 적극적으로 도입하여 많은 성과를 이루었는데 후임 사장 체제 하에서도 이는 여전히 회사의 핵심 경영전략으로 운영되고 있다. 다른 회사나 공기업에서 이러한 사례는 찾아보기 어렵다. 함께 일할 때 많은 임직원들과 충분히 소통하며 진행 했었기에 가능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김문영 고문의 업무 소통은 <경청>에서 시작 된다.

그는 우선 팀 별로 노트를 만들어 면담이나 회의에 활용하였다. 가령 A팀장이나 A팀의 팀원과 미팅을 할 때는 A팀 전용 노트에 기록을 하고 B팀과의 미팅 때는 B팀 전용노트를 이용하는 식이다. 

김 고문의 경청은 그저 말을 잘 듣는 정도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말하는 것을 꼼꼼히 메모하는 것에서부터 출발한다.

또한 상대의 말이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상대가 말을 마치면 자신이 메모한 것을 읽어주고 그 내용이 정확히 맞는 지를 먼저 확인한다. 혹시라도 전하고자 하는 내용이 잘못 전달되거나 왜곡될 수 있는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놀라운 꼼꼼함이다.  

팀장이나 직원들이 전하는 말과 자신이 메모한 내용이 일치 할 때 비로소 대화를 시작하게 되니 막힘없이 소통이 잘 되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이는 군에서 명령을 하달하면 꼭 복창하도록 프로세스가 되어 있는 것과 같은 맥락으로도 해석된다.

그리고 김문영 고문은 회의나 대화 시에 경청을 잘 하기 위하여 스마트 폰은 보이지 않는 곳에 놓아둔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책상 위에 스마트 폰을 두고 이야기를 나누다가 전화가 오면 그냥 받거나 잠시 후 연락드리겠다는 문자를 보낸 후 회의를 계속한다. 

하지만 김 고문은 대화에 몰입하기 위해 스마트 폰을 치워둠으로써, 지금 대화하고 있는 사람이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한 사람이라고 느끼게 한다. 

이렇게 팀별로 대화한 내용을 적은 노트가 30여 권이 넘는다고 한다. 

모든 경영자가 자신의 수첩에 대화의 중요한 내용을 메모하지만 대화를 시작하기 전에 그 내용을 상대에게 확인 시키지는 않는다.

TBVM을 회사에 처음 도입하고 운용할 때도 이런 식으로 임직원들과 충분히 소통을 하였기에 후임 사장도 중단 없이 그 활동을 이어나가고 있으리라 생각된다. 

김고문의 소통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더 깊고 세밀한 소통으로 나아간다. 그는 본인의 의견이나 주장에 힘을 쏟는 게 아니라 상대방의 말을 메모한 것을 기반으로 주로 질문을 이어간다. 그래서 가능하면 팀장이나 팀원들이 이야기를 많이 하도록 한다. 

육하원칙을 바탕으로 한 가지 한 가지씩 차근차근 묻고 내용을 확인하며 가장 바람직한 결론을 찾아나가는 것이다. 이 방법은 삼성의 이병철 회장이나, 이건희 회장도 사용했던 방법이다. 

사장의 이러한 업무 스타일이 소문나면, 사장에게 건의나 제안을 하려고 할 때 직원들은 사장이 어떤 질문들을 지속적으로 할 것인지 미리 여러 각도에서 검토하고 철저하게 준비할 수밖에 없다. 

그만큼 대화와 회의의 질은 높아지고, 보다 효율적이며 생산적인 소통이 이루어지게 되는 것이다. 

앞으로도 ‘소통의 달인’ 김문영 고문에게 더 많은 신선한 가르침을 얻고 싶다.

제갈정웅 편집인.
제갈정웅 편집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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