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요셉나눔재단 병원장 고영초 원장

우측이 수술 전 뇌종양 MRI모습, 죄측은 수술 후 CT로 종양이 잘 제거된 것을 볼수 있다.
우측은 수술 전 뇌종양 MRI 촬영 사진, 죄측은 수술 후 CT 촬영 사진으로 종양이 잘 제거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어릴 적 꿈이 가톨릭 사제였던 나는 1971년 의대에 진학하여 1973년부터 청계천 철거민들이 이주한 성남시 변두리 지역과 서울 응암동, 수색 등지로 가톨릭학생회 선배 의사들을 따라 주말 진료에 참여했다. 진료 때마다 청진기로 폐병, 심장병을 알아내는 선배 의사들이 부러워 내과를 전공하려 했다. 그런데 졸업반이었던 1976년 3월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몇 차례의 뇌수술에도 불구하고 소위 ‘식물인간상태’로 8개월여 중환자실에 계시다 돌아가신 아버지의 보호자 노릇을 하면서 신경외과로 전공을 바꾸게 되었다.

신경외과 중환자실에서 8개월을 지내다 보니 인턴보다 더 노련한 픽스턴(매달 바뀌는 인턴에 비해 8개월 붙박이가 된 인턴)이 되어 각종 진단검사에 참여했다. 당시 신경외과 진단방법은 CT 스캔이 개발되기 전이라 매우 열악했었다. 1927년 개발된 뇌혈관조영술(carotid angiography)이 1970년대 말까지 신경외과의 가장 중요한 진단기술이었는데, 환자의 목 동맥에 굵은 주사 바늘을 꽂아 약물을 주입해 뇌혈관의 변위를 보고 진단하는 방법이었다.  이 외에도 척추에 주사 바늘을 넣어 공기를 주입하여 두개강 내로 퍼지게 해서 종양이나 혈종을 찾아내는 기뇌조영술(pneumoencephalography), 뇌실에 직접 바늘을 삽입해 조영제를 투여하는 뇌실조영술( ventriculography) 등 환자에게 고통스럽고 오래 걸리는 침습적인 검사들밖에 없었다.

G. Hounsfield 경은 전기공학자로 영국의 EMI 회사의 전기기술자로 일하던 중 com-puted tomography(CT) 기술을 개발하여, 1973년부터 이 영상 기법을 임상에서 진단에 이용하여 가장 중요한 뇌영상 검사가 되게 한 공로로 1979년 노벨의학상을 받았다. 우리나라에 이 CT 스캐너가 도입된 것은 1977년으로,  인턴이었던 나는 서울대학병원에서 환자들을 태우고 한 달에 서너 차례 CT를 찍기 위해 경희대병원에 다녔었다. 초기 스캐너의 스캔 시간은 사진 한 장당 40초나 걸려 한 환자의 뇌영상을 얻으려면 4-50분 정도 걸렸지만, 종양이나 출혈의 그림자를 보는 게 아니라 직접 병소를 보여준다는 점에서 혈관조영술에 비해 획기적인 검사방법이라 할 수 있었다. 이 CT 스캔 검사를 통한 뇌영상을 처음 접한 당시 서울대병원 최길수 과장은 ‘이 CT 기술을 개발한 Hounsfield경에게 노벨의학상을 10개를 주어도 모자란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신경외과 환자들과 의사들에게 크게 기여한 기술이다. 이후 MRI 스캔, 수술현미경과 미세수술기구의 개발, 종양흡입기, 뇌내시경, 뇌수술 항해기법(navigation technique)등의 개발도 뇌수술 성적이 개선되는데 크게 기여하였다.

필자는 지난 38년 간의 대학병원 신경외과 교수로 뇌종양환자 3,000 여명을 포함해 6,000 여례의 뇌수술을 시행했는데, 수술사망률이 1970년 대 14-25% 정도였던 것을 30년 후 0.5% 이하로 낮추는데 CT스캔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를 빌어 뇌영상기법의 개발자들, 종양 흡입기와 수술 항해기법장치들을 개발한 분들에게 감사한다. 그러나 그 누구보다도 G. Hounsfield경에게 특별한 감사를 표하는 바이다.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 고영초 원장.
요셉나눔재단 요셉의원 고영초 원장.

 

소중한 글입니다.
"좋아요" 이모티콘 또는 1감사 댓글 달기
칭찬.지지.격려가 큰 힘이 됩니다.

저작권자 © 감사나눔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